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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세월호가 지겹다는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의 글을 읽고

by 썬도그 2018.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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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가 난지 4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2014년 4월 16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아침에 제주도로 가던 세월호가 사고가 났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배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큰 배이고 먼 바다도 아니고 해상에 파고가 높지 않기에 무사히 구출 될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언론사는 전원 구출이라고  방송했습니다.

그러나 그 전원 구출이 오보가 되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300여 명의 승객이 세월호에 남아 있다는 정정 보도에 제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너무 놀라서 안절부절 못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그날 밤 벚꽃을 보면서 많이 슬퍼했던 기억이 나네요.


세월호 사고를 사건으로 만든 박근혜 정부

세월호 사고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선장이 제대로 판단하고 퇴선 명령을 내렸으면 보다 적은 희생자가 나왔을 겁니다. 진도 관제소가 졸지 않고 제대로 판단해서 퇴선을 유도했으면 도착한 해경이 일사분란에게 주변 선박에도 도움을 청했으면 사고를 막을 순 없어도 최소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라가 아닌 즉각 퇴선 조치를 취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한숨만 남았네요. 

2014년 봄 안산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했습니다. 


단원고 앞에는 많은 추모객들이 놓은 음료수와 과자가 가득했습니다. 전국민이 이 추모 물결에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사고를 축소하고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을 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고 세월호 사고 당일의 행적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몇 시간 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던 이 세월호 사고를 사건으로 만들어 버린 박근혜 전 정권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세월호 침몰 원인을 제대로 밝혀달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보상금을 노린 때쟁이들의 행동이라고 질타하는 보수 언론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에서 슬퍼하면서 단식 투쟁을 하는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음식을 먹는 폭식 퍼포먼스를 한 일베들이 있었습니다. 

전 놀랬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해진다고 해도 슬퍼하는 사람에 대한 위로는 바라지도 않지만 어떻게 조롱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금수만도 못한 인두껍을 쓴 사람들과 같이 산다는 자체가 짜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꽤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세월호가 지겹다는 올라온 글

출처 : https://www.facebook.com/SNUBamboo/posts/1756828467742111?comment_id=1757014074390217&notif_id=1523791546409001&notif_t=feedback_reaction_generic&ref=notif

어제 이 글을 읽고 긴 한숨이 나왔습니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입니다. 서울대학생들이 하고 싶은 말을 숨어서 하는 공간 같네요. 저 글이 서울대학생이 쓴 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또한, 저 글과 반대되는 글도 올라와서 서울대학생을 싸잡아서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서울대학교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글이라서 더 씁쓸합니다.

서울대라면 한국에서 지성의 최고봉 아닙니까? 하지만 지성이 아닌 지식의 최고봉일지는 모르지만 인격의 최고봉은 아닌 것 같네요. 글의 요지를 보면 세월호 4주기 추모를 하지만 세월호를 그만 우려 먹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가 지겹다고 합니다. 하지만 추모에는 지겨운 것이 없고 기한도 없습니다. 이런 식이면 현충일에 순국선열을 기리고 추모하는 모든 행동이 지겨운 행동이죠. 누군가를 기리고 추모하는데 유통기간이 있습니까? 글을 읽어보면 세월호 사고에 대한 잠수함 충돌설, 인신공양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글을 쓴 분이 착각하는 것이 세월호를 추모한다고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의심을 모두 합리적 의심이라고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저 같아도 잠수함 충돌설이나 항간에 나오고 있는 많은 음모론을 믿지 않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과학적이고 확실한 객관적 관계를 통해서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하는 것이죠. 지금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세월호를 건져 올리고 직립으로 세운 후에 차근차근 살펴봐야 합니다. 이는 1년이 지날지 2년이 지날지 알 수 없습니다. 제대로 밝혀질 때 까지는 많은 음모론과 여러가지 이유가 난무할 것입니다. 그 모든 음모론을 전 믿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긴 시간의 혼란을 견딜 것입니다.

이렇게 아무런 원인 파악이 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세월호 참사 원인이 다 밝혀졌음에도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묻고 싶네요. 글을 쓴 분은 세월호 참사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지요. 


세월호가 지겹다는 분들의 공통적으로 말하는 말이 있습니다. 천안함은요? 정말 천박스러운 논리입니다. 내가 LG트윈스를 응원하면 왜 두산 베어스는 싫어하냐고 삿대질을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어떤 것을 좋아하면 그 반대되는 것을 왜 싫어하냐는 것은 엄청난 논리적 비약입니다. 마치 어린 아이가 "난 엄마가 좋아"라고 말하면 왜 넌 아빠를 싫어하냐고 말하는 것과 똑같죠.

천안함 사고도 비극적인 참사입니다. 그 원인을 떠나서 그 비극 자체는 많은 국민들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고 의견이 다를 뿐이죠. 세월호를 추모하면 천안함에 대한 추모는 왜 하지 않느냐고 하는 논리는 또 하나의 비극입니다. 물론 글을 쓴 분이 정치인을 욕하고 싶어서 짜맞추기식 감정이 앞선 글이라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정부나 정치인을 비판하고 싶으면 그 부분만 비판해야 합니다.

그냥 천안함 사고에 대한 비판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걸 애먼 세월호 참사까지 끌어드리나요? 정치인을 욕하면서 스스로 정치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지겹다고요? 살면서 1번 이상 슬퍼할 일이 발생합니다. 너무 슬퍼서 자주 말하는 슬픔에 물든 사람 앞에서 그만 슬퍼하고 적당히 하라고 하는 말을 하는 것이 상식적인 행동일까요? 추모와 애도에는 적당히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난 4년 세월호에 대한 제대로 된 추모를 정부에서 한 적이 있습니까? 박근혜 정권 내내 세월호 참사를 축소하고 숨기고 왜곡하기 바빴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2015년 4월 16일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추모를 했습니다. 엄청난 추모 행렬에 놀랬던 기억이 나네요. 

2015년 4월 16일 경찰은 광화문 광장을 전경 버스차로 둘렀습니다 지하 보도를 막고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습니다. 이에 항의하는 시민과 외국인들도 막무가내로 이동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게 추모 행렬에 대한 박근혜식 대답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추모를 한 적이 없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 열기를 막지 않는 첫 해입니다. 그런데 지겹다고요. 

전 그런 천박한 언어를 당당하게 내뱉은 사람들의 말이 지겹습니다. 세월호가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이 지겹습니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돌아보고 살았으면 합니다. 서울대학교 대나무 숲이 아닌 거리에서 가족 앞에서 친구들 앞에서 모임에서 당당하게 세월호가 지겹다고 말했으면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창피함을 알기에 대나무 숲에서 악플 같은 글이나 남기면서 살겠죠. 그런 삶은 안 지겹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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