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건강한 집밥 같은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

by 썬도그 2018. 3. 3.
반응형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만화가 원작입니다. 이미 일본에서 2편의 영화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한국에서 리메이크를 했습니다. 전 일본 영화를 2편 다 봐서 한국의 리메이크 작품을 볼까 말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김태리 때문에 봤습니다. 김태리의 건강한 미소가 궁금했습니다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수준으로 싹 뜯어고친 <리틀 포레스트>

일본 만화와 일본 원작은 농촌으로 귀향한 20대 여주인공이 쿡방과 먹방을 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갑 챕터마다 요리 1개를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살짝 뿌린 요리 영화이자 농촌 생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7할이 요리이고 2할이 농촌 생활 그리고 1할이 본인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은 이 이야기를 싹 뜯어 고쳤습니다. 리모델링 수준을 예상을 했습니다.

사실 일본 영화는 그 자체로 재미가 있지만 자극적인 요소가 전혀 없어서 좀 심심하긴 합니다만 그게 또 원작의 맛이고 그 맛을 그대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좋지만 한국 관객들이 김치 같은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기에 어떻게 변신을 시켰을까 궁금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혜원(김태리 분)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7할 요리는 2할 농촌 풍경이 1할로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을 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거북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변신도 꽤 괜찮아 보이네요. 

그래서 그런지 요리하는 장면도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는 90도 각도로 내려다 보는 전형적인 요리 레시피 화면을 보여주지만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45도 각도로 보여주고 요리 이름도 자세한 레시피도 소개하지 않습니다.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돌아온 혜원의 시골 생활 즐기기 

혜원은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다가 시험에 떨어집니다. 남자 친구는 시험에 합격을 하자 자존심 때문인지 짐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옵니다. 고향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습니다. 엄마는 대입시험을 보자마자 짐을 싸서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면서 떠났습니다. 그렇다고 엄마와의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속상하지만 엄마가 떠난 이유도 잘 알고 이해도 합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혜원은 혼자 밥을 해먹습니다. 엄마에게 배운 수 많은 요리 레시피를 이용해서 스스로 챙겨 먹으면서 겨울을 납니다. 혜원이 돌아오자 초등학교 친구였던 은숙(진기주 분)와 재하(류준열 분)이 찾아와서 은숙을 챙겨줍니다. 재하는 혼자 자면 무섭다면서 오구라는 강아지를 선물로 줍니다.



곧 다시 서울로 올라갈 것이라고 친구들에게 말을 했지만 하루 이틀 있다 보니 겨울이 지나고 봄이 지났습니다. 그렇게 곧 서울로 올라가겠다는 혜원은 겨울, 봄, 여름, 가을을 지나고 겨울을 고향집에서 보냅니다. 일본 영화와 다른 점은 친구들의 비중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일본 원작과 영화는 재하나 은숙이라는 친구가 나오긴 하지만 같이 밥을 먹고 살짝 스치듯 나오는 풍경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오로지 여자 주인공이 혼자 밥을 하고 음식을 만들면서 각종 채소를 기르는 모습이 담깁니다.

영화 자체가 요리 레시피이자 작물 재배법을 알려주는 설명문 같았습니다. 또한 각 챕터마다 1개의 음식을 소개하면서 만드는 방법과 함께 어머니와의 추억 그리고 그 요리에 담긴 이야기를 살짝 뿌려줍니다. 그러나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요리 레시피나 농작물 재배법 부분을 싹 도려냈습니다. 그 자리에 재하와 은숙과 함께 보내는 농촌 생활을 가득 집어 넣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은숙과 재하가 아주 많이 나옵니다. 


재하는 다른 지방의 대학을 다닌 후 회사를 다니다가 도시 생활의 악다구니를 견디지 못하고 귀농을 선택합니다. 사기와 욕설이 가득한 도시 보다 정직한 자연의 푸근함에 정착을 합니다. 저는 자연이 정직한지 몰랐습니다. 그냥 지루한 풍경이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도시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사기와 거짓말이 가득한 것을 알게 되자 아무 말이 없는 자연이 참 좋아졌습니다.

일한 만큼 돌려주고 한 번 지킨 약속은 꼭 지킵니다. 가끔 이변이 일어나긴 하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자연. 자연이 주는 정직함이 좋아서 자연을 바라보고 지켜보고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재하도 그랬을 겁니다. 재하도 정직한 자연을 믿고 따릅니다. 

은숙은 고향에서 대학까지 나오고 은행에서 근무를 합니다. 시골을 떠나서 도시로 가고 싶지만 고향에 눌러 붙어 있습니다. 은숙은 돌아온 혜원의 속마음까지 꽤 뚫어보는 절친입니다. 은숙은 재하를 짝사랑합니다. 그러나 고백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혜원, 재하, 은숙은 함께 농사일을 하고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농촌 생활을 즐겁게 즐기고 있습니다.


도시 생활로 다친 삶을 시골에서 회복하다. 

도시 생활은 시기와 질투의 연속이자 경쟁의 연속입니다. 여자 친구가 도시락을 싸주는 것을 미련한 짓이라고 하는 곳이 도시입니다. 영악하고 편의와 빠른 속도가 정답입니다. 조금만 늦어도 조금만 실수해도 짜증과 욕설이 날아오는 도시 생활에 지킨 혜원은 시골집에서 서서히 예전의 마음을 찾아갑니다. 남자 친구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자 질투심에 시골로 내려온 혜원은 직접 작물을 키우고 밥을 해 먹으면서 자연의 순수함에 감화됩니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먹고 놀고 농사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혜원은 자연과 닮아갑니다. 한국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들은 재하와 혜원이 보여주는 천진난만함입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노는 모습은 이성 친구가 아닌 동성 이상의 친근감을 보여줍니다. 

자연도 시골 친구도 모두 중성입니다. 갖고 뺏고의 개념이 아닌 함께 사는 것이 즐거움을 잔뜩 보여줍니다. 요리와 재배를 통한 힐링이 아닌 사람이라는 자연과 순수한 모습으로 어울리는 모습이 주는 힐링을 잔뜩 담습니다. 이게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의 매력이자 차이점입니다.



일본판과 달라서 더 좋다 나쁘다가 아닙니다. 일본판이 주는 힐링과 재미와 한국판이 보여주는 힐링과 재미의 포인트와 시점이 다를 뿐 모두 건강한 맛 좋은 맛을 냅니다. 일식과 한식의 차이겠죠. 혜원은 점점 떠나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요리에 관한 방송이나 영화에는 요리를 하는 과정의 재미를 주는 쿡방과 맛있게 먹는 먹방이 있습니다.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먹방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그러나 혼자 먹는 건 외롭고 스잔해 보입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먹고 나눠 먹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먹방은 엄마와 함께 토마토를 먹으면서 엄마의 고집을 보여주는 모습과 혜원이 친구들과 강가에서 고동을 잡고 노는 여름밤의 풍경입니다.

인생 뭐 있습니까? 좋은 사람과 웃고 떠들면서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독을 치유하는 거죠. 이런 점을 감독 임순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함께라는 키워드를 넣어서 온기를 끌어 올립니다. 친구라고 해도 크게 관심도 간섭도 하지 않고 혼자 밥을 먹는 일본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온기를 나눕니다. 리메이크를 아주 잘했습니다. 결이 크게 달라서 좋았습니다. 


김태리의 개구지고 건강한 모습에 가득한 <리틀 포레스트>

대충 예상은 했습니다. 한국판은 스토리를 강화하고 3각 관계도 살짝 넣으면서 좀 더 맵고 짜게 만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만 김태리 때문에 봤습니다. 김태리라는 배우를 좋아해서 선택했고 생각보다 영화는 꽤 괜찮았습니다. 요리의 재미는 없지만 시골 생활과 유년 시절의 친구들과 뛰어노는 모습을 떠올리게 해줄 정도로 영화는 맑습니다. 

이런 맑음에는 김태리가 큰 역할을 합니다. 배우 김태리의 얼굴에는 개구장이가 숨어 있습니다. 비닐하우스와 집에서 재하와 은숙과 노는 장면은 유년 시절 개구장이들의 노래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김태리와 류준열의 캐미가 아주 좋네요. 건강한 젊음이 발산하는 맑은 기운이 영화에 가득합니다. 아름다운 농촌 풍경도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김태리의 건강한 모습이 화면 가득하게 펼쳐지고 김태리 자체가 힐링입니다. 힘들 때 뒷동산에 올라서 시름을 내려놓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그 작은 동산 같은 영화가 <리틀 포레스트>입니다. 

매일 매일이 즐거운 분들 보다는 도시 생활에 찌들고 지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걱정거리가 많지 않았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건강한 집밥 같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인생 뭐 있어 좋은 사람들과 맛있게 밥 먹는거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