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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국내사진작가

교과서를 탈출한 철수와 영희가 만난 리얼 월드

by 썬도그 2017.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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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영희와 철수는 언제부터 주연으로 등장했을까요? 저는 철수와 영희라는 롤모델에게 세상을 배웠습니다. 항상 바른 가짐과 자세로 세상을 살던 철수와 영희, 선생님과 어른들은 철수와 영희처럼 살라고 강요했습니다. 그 강요가 싫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렇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이고 그게 정답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철수와 영희가 모든 삶을 다 담지도 않고 세상 어두운 면과 어른들과 정부와 사회가 감추고 싶은 곳은 철수와 영희는 가지 않았습니다. 공개 일기 같은 철수와 영희의 삶을 담은 도덕 교과서는 그렇게 우리들의 삶의 지침서가 되었습니다. 


현재 과천현대미술관에서는 3월 31일부터 6월 18일까지 <레슨 제로>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전시회는 교육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전시회입니다. 다양한 현대 미술가들이 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사람들의 눈길을 끈 작품은 오석근 사진작가의 <교과서 철수와 영희 >시리즈입니다. 

작품은 아주 간단 명료합니다. 70,80년대 국정 교과서의 주인공인 철수와 영희가 노후 주택 앞에서 놀고 있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좀 어둡네요. 또한, 당시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 정권이 가리고 숨기고 싶은 노후 주택입니다. 이런 집은 교과서에 다루지 않습니다. 숨기고 싶고 정부에서는 가리고 싶은 곳입니다. 


교과서에서 나온 철수와 영희는 교과서에서 담지 않는 도시의 이면을 돌아 다닙니다. 금이 쩍쩍가 있는 노후 주택 옥상에서 놀이를 합니다. 저 당시 제가 느낀 가장 큰 울분은 아이들이 놀 공간이 너무 적었습니다. 동네 공터는 너무 작아서 야구를 하면 공이 무서운 집주인이 사는 담장 너머로 자주 넘어갑니다. 농구라도 하고 싶으면 1km를 걸어서 중학교 운동장에 도착하면 이미 수많은 아이들이 농구공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쉬고 놀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어른들에 대한 불만도 자연스럽게 커졌죠. 건전하게 놀 공간도 마련하지 않고 타락의 시금석이 된다면서 롤러장은 꼭 가지 말라고 합니다. 

오석근 사진작가는 주변 지인과 동료들의 어린 시절 기억을 소환해서 그 시절의 일탈적인 행동을 사진으로 재현했습니다. 철수와 영희가 일탈을 한다? 아주 간단하지만 흥미로운 시선입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일탈도 아닙니다.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도 아닙니다. 어른들이 귀찮다고 몰라서 손사래를 치면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세상을 스스로 체득하는 과정입니다.

왜?라는 질문을 틀어막고 시키는대로만 하라고 하는 그런 강압적인 시선에 대한 반작용이 그시절 그리고 현시절의 아이들의 일탈입니다.


바로 이런 게 아이들이 생각하는 일탈이죠. 일탈에는 교훈과 대가가 따르기도 합니다만 나중에 바라보면 그게 다 영혼의 살이 되더라고요. 


어른들은 성인물 보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아이들이 지나 다니는 길가에 성인 영화 포스터가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었던 80년대. 성을 영화 포스터로 배운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지금이야 부모님들이 득달같이 시와 지자체에 낯뜨거운 영화 포스터 제거하라고 민원을 넣었겠지만 당시는 공무원에 뭘 부탁하는 자체가 금기시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또한, 그렇게 해도 되는지에 대한 개념도 없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다니면서 자란다고 생각하는 모습도 강했죠.


80년대는 공사가 참 많았습니다. 달동네를 허물고 1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가 쭉쭉 올라가던 시기였습니다. 전국에서 도로를 내고 하천을 복개공사로 덮었습니다. 온통 공사판이었습니다. 당연히 주변 환경은 황폐함과 무자비함의 연속이었죠. 폐가도 참 많았습니다. 한 번은 학교 주변에 불이나서 버려진 폐가 탐방을 하던 기억도 나네요. 

지금도 교과서에서는 철수와 영희의 다른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이렇게 살고 이렇게 하라고 명령을 합니다. 그 명령문 대신에 교과서에 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스스로의 사고법과 대처법을 키우는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어떨까요? 창의 사고? 그런 대입을 위한 변별력 도구 말고 실제 사는데 큰 도움이 되는 사고법을 알려주면 어떨까요? 그래야 철수와 영희가 교과서 밖을 나와도 웃을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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