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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태극마크 달고 지도를 만드는 듯한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by 썬도그 2016.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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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극은 사극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짓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물이 아닌 역사를 빙자한 소설이라고 느껴질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덕혜옹주>를 보지 않았습니다. 거짓을 가미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너무 미화를 시켜버리면 명성왕후처럼 한 인물에 대한 가치판단까지 바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덕혜옹주는 그냥 비련의 인물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애국심이 강한 여인으로 인식하는 분도 있더군요. 이미 명성왕후가 임오군란과 동학의 원인을 제공할 정도로 수 많은 악행을 저질러서 나라를 어지럽힌 인물이지만 한 드라마가 "내가 조선의 국모다" 대사 한 마디로 비련의 여인을 넘어 조선의 국모로 덫칠해 버립니다.

이런 식으로 역사를 왜곡시켜서 돈을 버는 행위는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를 영화로?

대동여지도를 모르는 국민들은 없습니다. 또한, 그 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를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김정호의 일생을 아는 국민 또한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김정호는 중인인지 잔반인지 역사가 기록한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의 일거수일투족은 기록해도 평민이나 중인 계급같이 기록할 가치가 없는 사람들은 역사의 기록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러니 사극 주인공은 온통 양반이나 권력 계급들입니다. 그런면에서 김정호라는 양반은 물론 중인도 아니라는 소리가 많습니다. 이런 족보에도 안 올라와 있는 인물을 드라마도 아닌 영화 주인공을 삼은 것은 무척 신선합니다. 그러나 이 김정호라는 인물은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이고 남아 있는 일생에 대한 기록도 거의 없습니다. 딸 하나가 있다는 것과 흥성대원근을 모시는 사람과 안면이 있다는 정도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백두산을 몇 번을 오르고 전국을 몇 번을 일주해서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는 일화만 있습니다. 이 일화는 일제시대에 짓눌린 조선의 정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보고자 지어낸 일화라는 소리도 있습니다. 

이렇게 남은 기록이 거의 없는 김정호라는 인물을 영화는 2시간짜리 스토리로 만들어냅니다. 그러다보니 딸이 있었다는 설정과 흥선대원군 측근과 인연이 있었다는 것 말고는 다 지어낸 이야기로 보면 됩니다. 


영화 초반은 한국기행

영화 초반은 EBS 한국기행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김정호(차승원 분)가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전국 팔도를 돌아 다니면서 지도 측량을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은 대동여지도를 김정호가 발로 직접 답사를 해서 만든 것이라고 넌지시 말하는 모습이자 일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대동여지도가 이전의 다른 지도를 참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후반에 조수에게 이 부분은 다른 지도가 더 정확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닌 이전의 다른 지도를 참고하고 직접 답사를 통해서 지도를 수정해서 대동여지도를 만든 것으로 보여줍니다.

이런 식의 접근은 괜찮습니다. 오로지 내가 다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좀 무리죠. 또한, 김정호가 왜 지도 덕후가 되었는지에 대한 마중몰 장면도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나라에서 만든 지도만 믿고 가다가 산맥에 갇혀서 죽게 되었다는 설정도 약간 낯 간지럽지만 그런대로 이해할만 합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김정호가 왜 지도를 만드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약해집니다.

지도를 목숨 걸고 만드는 이유가 아버지의 죽음 때문인 줄 알았는데 후반으로 가면 백성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없게 하기 위한 애민정신으로 덧칠합니다. 그런 변화는 자연스럽지 못해서 아쉽네요


고산자 대동여지도 전체의 톤은 코미디

보통, 이런 역사물은 톤이 어둡습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권력 다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엄중하죠. 그러나 이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권력이 없는 평민이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전체적인 톤은 코미디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지나서 전국 산하를 다니는 김정호의 모습만 보면 거룩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3년 반 만에 집에 돌아온 김정호가 딸을 몰라보는 부분부터 조금씩 웃기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코미디 연기를 참 맛깔스럽게 잘하는 김인권이 가세하면서 박장대소는 아니지만 가볍게 툭툭 던지는 웃음이 꽤 괜찮습니다. 그러나 상황극들이 아닌 대사로만 웃기다 보니 웃음의 파괴력이나 깊이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지향점이 추석 영화라는 것을 확실해 해주는 듯하네요. 그러나 개그가 지나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네비게이션을 상상하는 모습 등은 너무 나갔다라고 느낌이 드네요. 그럼에도 차승원의 개그 연기가 꽤 정겹습니다.

이는 차줌마의 매력이겠죠. 다행스럽게도 삼시세끼의 요리 실력을 영화에서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인 톤은 코미디지만 긴박감을 넣기 위해서 대동여지도를 두고 흥선대원군과 이씨 왕가의 씨를 말리려는 김씨 일가의 세도정치 세력과의 알력 다툼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도 꽤 매끄럽게 잘 담고 있습니다. 특히, 미생 성대리로 잘 알려진 태인호의 얄미운 모습은 한 대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를 잘 합니다. 여기에 종교 탄압까지 넣어서 코미디로 흐르던 기류는 급속도로 역사의 격변에 휘말리게 됩니다. 드라마에 코믹이라는 소스를 뿌린 것이지만 소스맛이 좋아서 코미디 영화로 느껴질 정도로 코미디 부분이 잘 삽니다. 추석 영화라서 코미디를 많이 넣은 듯하네요. 


대동여지도라는 태극기를 만드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처음과 중반은 딸바보 아버지의 모습과 김인권과 차승원의 캐미가 좋은 만담이 가득합니다. 꽤 경쾌하고 밝습니다. 여기에 점점 엄습해오는 흥선대원군과 김씨 세도정치 세력과의 알력 다툼에 낀 모습도 자연스럽게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종교 탄압 부분이 터지면서 영화는 더 긴장감 있게 그려질 것으로 보였는데 영화가 중반 이후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지도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지나친 모습이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됩니다.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대동여지도를 왜 그리 지키려고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백성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동여지도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백성들의 표정도 담기지 않습니다.

그냥 지도 덕후의 미련스러워 보이는 뚝심만 가득 보여줍니다. 여기에 이 영화는 결정적으로 영화 후반에 국뽕을 잔뜩 타 버립니다. 대동여지도에 독도를 넣기 위해서 독도에 대한 집착이 가득 담깁니다. 독도 분쟁이 일어난 것은 대한민국이 생긴 이후에 생긴 분쟁입니다. 따라서 독도가 애국심의 아이콘이 된 것은 조선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김정호는 마치 태극마크를 단 지도 제작 선수처럼 독도에 대한 집착이 너무 과할 정도로 그립니다.

순간, 김정호 가슴에 태극마크가 달린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영화는 국뽕으로 흘러버립니다. 왜? 영화가 태극기가 나오기 전의 시대인데 태극기가 보이는 것처럼 보일까? 할 정도로 의아스러운 행동은 영화에 대한 반감을 만들어 버립니다. 여기에 대동여지도가 펼쳐지는 마지막 장면은 보고 싶은 장면이지만 동시에 꼭 저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나? 할 정도로 너무나 낯뜨거운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마치! 여기가 영화의 감동 부분입니다라고 외치는 듯한 천박하고 촌스러운 연출이네요.


아! 강우석 감독의 영화였구나

하이라이트 부분과 결말이 촌스럽고 투박했습니다. 애국심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 독도를 배치한 것도 무리수를 둔 것 같았습니다. 왜 이리 뒷 부분이 흐지부지하지?라고 의아해 했는데 영화 감독 이름이 뜨고 알았습니다

"감독 강우석"

모든 것이 이해가 갔습니다. 강우석이라면 그럴 수 있어!  강우석이니까 이렇게 만들지!라고 이해가 다 되어버리네요.
코믹을 싹 빼고 지도라는 권력을 둘러 싸고 일어나는 궁궐가의 암투를 다루던가 아니면 애민 정신이 투철한 김정호가 백성들을 이롭게 하는 모습과 개돼지들이 지도를 봐서 뭐하냐고 지도를 불태우려는 권력가와의 다툼을 다루던가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가 코미디 쪽은 나름 괜찮지만 스릴과 드라마의 감동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여기에 스토리는 빈약한데 사운드와 음악만 웅장해서 오히려 불협화음처럼 느껴지네요. 

지도가 뭐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애지중지 하는지도 잘 그려지지 않고  독도가 뭐가 중헌지 그리 못봐서 안달복달하는지도 이해가 잘 되지 않네요. 그럼에도 가볍게 보는 대부분의 추석 극장 관람객들에게는 그냥 저냥 시간 때울 수 있는 팝콘 무비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태극마크를 달고 지도를 만드는 지도덕후의 독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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