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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글쓰기를 주저하는 분들에게 좋은 서민적 글쓰기

by 썬도그 2016.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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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교수를 알게 된 것은 작년에 처음 알았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기생충 이야기로 박장대소를 이끌어 내는 모습에 교수라는 분이 이렇게 웃기고 재미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꽤 유쾌한 말솜씨에 자기 비하도 서슴치 않게 하는 모습에 "이 사람 뭐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TV에도 가끔 출연을 하는데 TV를 거의 안 보니 어디서 무슨 말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들어본 말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참 유쾌한 분이라는 것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교수라면 권위를 가득 묻히고 폼만 잡는데 이 분은 그런 권위는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기생충 박사라니.  전 기생충 박사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기생충은 박멸해야 하는 대상인데 이분은 기생충에 대한 예찬을 엄청나게 하더군요. 

기억이 납니다. 기생충을 몸에서 몰아내면서 아토피 환자들이 늘었다고요. 다소 황당한 이야기라서 솔깃해서 읽어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하네요. 뭐 저야 기생충의 역할을 잘 모르기에 끄덕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글을 너무 매끄럽게 잘 씁니다. 마치, 친한 친구가 옆에서 말하는 구어체 스타일의 말이 너무 좋네요. 이름이 서민이라서 그런가요? 서민이라는 친숙한 단어가 한 번 읽고 이름을 머리에 각인 시켰습니다. 

요즘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가끔 서민 교수가 쓴 컬럼이 올라옵니다. 항상 제목이 반어법으로 되어 있어서 무심결에 클릭하게 됩니다. 솔직히, 낚시 제목이기도 하죠. 그러나 그 낚시질이 같은 방법이면 그 사람의 스타일입니다. 제목에 발칙한 제목을 써 놓고 읽어보면 돌려까기의 반어적인 표현법을 쓰는 모습에 낄낄거리고 웃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한 비아냥 하거든요. 

서민 교수는 책도 참 많이 썼습니다. 그 중 하나를 우연히 일게 되었습니다. 


서민 교수의 글 잘 쓰는 방법이 담긴 '서민적 글쓰기'

서점에 나가면 글쓰기에 대한 책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 책도 글쓰기에 관한 책인데 좀 많이 다릅니다. 먼저 책을 열면 자기 까기가 가열차게 쏟아져 나옵니다.

먼저 자기 외모 비하부터 합니다. 초등학교 때 신발을 갈아 신다가 거울 속 자기 모습을 보고 놀라서 이후 말수가 적어지고 땅만 보고 걸었다는 말이 아프면서도 웃겼습니다. 웃으면 안 되는 웃음이 있지만 자기가 자기 외모를 비하 목적이 아닌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목적으로 썼으면 웃어도 될 것 같아 웃었습니다. 아니, 그런 거 떠나서 웃깁니다. 

이렇게 웃기기 시작한  서민 교수는 30대 중반까지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살았다는 충격적인 말까지 합니다. 책을 안 읽고 산 사람이 이렇게 글을 잘 쓰나?라는 반문이 듭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낸 책 이야기를 합니다. 자기가 쓴 첫 소설 <마태우스>를 까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자기가 쓴 책들을 다 깝니다. 자기가 자기 까는 글 쓰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서민 교수는 까도 너무 갑니다. 나중엔 그만 좀 까세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이렇게 자기 비하와 비판을 하는 이유는 그게 재미있어서라기 보다는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분들에게 용기를 주는 목적으로 비추어졌습니다. 나도 이렇게 드럽게 글 못쓰던 인간이고 책 한 권 안 읽던 인간이었다가 지금은 어느 정도 쓰니 당신들도 용기를 가져!라는 말 같이 들리네요. 

 

그래서 좋았습니다.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 거야. 글의 틀을 이렇게 만들고 어떻게 넣어야 해. 그렇게 글 쓰면 못써!라는 식의 훈계식 글쓰기 책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글 잘 쓰는 방법 대신에 나도 못났었어요. 글 한 줄 제대로 못 썼지만 꾸준하게 글 쓰니까 이렇게 어느 정도 글을 잘 쓰게 되었어!라며 훈계가 아닌 용기를 불어 넣어 줍니다.

충분히 이런 용기 불어 넣기를 한 후 어떻게 자신이 글 쓰기를 잘 하게 되었는 지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설명해 줍니다. 솔직히 서민 교수가 아주 글을 주옥같이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람의 글 보다 잘 읽힙니다. 잘 읽힌다는 것은 영양가는 높지 않을 수 있지만 충분히 즐길 만한 글이라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서민 교수는 남들에 없는 비꼬기 스킬이 아주 대단합니다. 
이 스킬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할 정도로 능숙하게 돌려까기를 합니다. 자기 비판을 지나서 블로그에서 꾸준히 글쓰기를 시도 하면서 글 쓰는 능력이 진화를 합니다. 그러다 신문 칼럼리스트가 되면서 세상에 인정도 받습니다. <서민적 글쓰기>는 서민 교수의 글쓰기 진화 과정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글 쓰기를 진화 시키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자신의 글을 까고 잘 쓴 글을 소개하면서 왜 자신의 글이 문제고 잘 쓴 글이 왜 잘 쓴 글인지 소개를 합니다. 
보통, 반대로 자신의 글을 정답, 비문이 가득한 남의 글을 비판하는데 이 책은 정 반대입니다. 이렇게 자기 스스로 자신을 비판하고 유머의 대상으로 삼으니 책 전체가 재미있고 웃깁니다. 현웃은 터지지 않았지만 미소가 계속 흐르게 되네요


책은 파트2,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 본격적으로 글 잘 쓰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파트1이 꾸준한 글 쓰기가 성장의 동력이었다면 파트2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는 서두와 중간 마무리를 어떻게 써야 효율적인지를 알려줍니다. 좋은 서평을 쓰는 방법은 꽤 좋네요.

강력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명서도 아니고요. 그러나 글 쓰기에 대한 공포가 가득한 분들에게 글 쓰기 입입문서로 좋은 책입니다. 많은 분들이 글 잘 쓰는 방법을 묻곤 합니다. 뭐 저도 잘 못 쓰는데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기 어렵죠. 그러나 훈수는 둘 수 있습니다.

"닥치고 써!"
라는 한 마디만 해줍니다. 왜 글 쓰기를 주저하는 니가 내 앞에서 한 말을 글로 써! 닥치고 쓰다 보면 늘어. 뻔한 이야기지만 이게 가장 바른 말입니다. 뭐든 하다 보면 늘잖아요. 글 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쓰다 보면 늡니다. 글 쓰기 도구는 블로그도 페이스북도 sns도 있습니다. 그러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말은 장문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말이기에 블로그나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 브런치가 좋죠. 

글 쓰기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좋은 책입니다. 글 못 쓴다고 누가 욕합니까? 오히려 악플은 글 못 써서 생기는 것이 아닌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하는 악담이죠.  닥치고 쓰세요! 못 쓰겠다고요? 그럼 이 책을 읽고 용기를 얻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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