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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기이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영화 아가씨

by 썬도그 2016.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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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팬입니다. 영상자료원에서 박찬욱 감독 영화 상영회를 했을 때 그동안 못 본 영화도 다 보고 '박찬욱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도 경청했습니다. 정말 멋진 감독입니다. 특히 공동경비구역이나 올드보이는 지금 다시 봐도 재미있는 영화죠. 올드보이 같은 경우는 세계 영화 TOP100에 매번 선정 될 정도로 뛰어난 영화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입니다.

이제는 박찬욱 감독이 만들면 무조건 보고 있습니다. 영화 <아가씨>도 그렇게 무조건 봤습니다.


스포질 당해서 지루하게 본 영화 <아가씨>

지루하다라는 소제목을 단 이유는 주관적입니다. 뭐 글이라는 것이 주관이라고 해도 제가 지루하게 느낀 이유는 스포를 당하고 영화를 봤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1줄의 스포가 있었는데 별거 아니겠지 했는데 별거가 아닌 핵심 스포였습니다. 이렇게 스포를 당하고 이 영화를 보면 상당히 지루합니다. 이미 결말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4명의 주인공이 벌이는 속고 속이는 과정이 지루하게 보입니다. 

그럼 제가 스포를 안 당하고 이 영화를 봤으면 지루하지 않고 짜릿했을까? 상상을 해 봤지만 스포를 안 당하고 봤어도 그렇게 짜릿하다고 생각되어지지 않네요. 올드보이에 비해서 템포가 좀 느리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이야기가 재미 없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이야기 구성은 독특합니다. 영화는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장 3장은 스포이기 때문에 1장만 소개를 하겠습니다. 
1장에서는 숙희의 시점으로 시작됩니다. 숙희(김태리 분)는 뒷골목에서 자란 소녀로 히데코라고 하는 대저택에 사는 아가씨의 몸종으로 침입합니다. 침입한 이유는 쑥맥 같은 히데코(김민희 분)라는 아가씨의 재산을 강탈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모든 계획은 백작(하정우 분)의 계획입니다. 백작은 진짜 백작은 아니고 이번 사기를 기획한 사기연합체의 팀장입니다. 백작은 숙희를 대저택에서 공주같이 사는 히데코 아가씨 몸종으로 침투 시킨 후 자연스럽게 자신이 아가씨에게 접근하면 바람잡이인 숙희가 감언이설로 백작과 잘 어울린다고 말하도록 지시합니다. 그렇게 히데코 아가씨와 백작이 결혼을 하면 아가씨를 정신병원에 넣어서 아가씨의 재산을 몽땅 벗겨 먹을 계획입니다. 

1장은 이런 계획에 따라서 흘러갑니다. 더 이상 말하는 것은 스포이기에 여기서 멈춥니다. 이 영화 <아가씨>는 어떤 리뷰도 소개 글고 안 보고 보는 것이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곡성>과 비슷합니다만 <곡성>은 알고 봐도 재미있지만 이 영화는 알고 보면 정말 지루함의 연속입니다.  <아가씨>는 <곡성>처럼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영화가 아닌 대중성이 부각된 영화입니다. 그래서 박찬욱 감독 영화 중에 가장 쉽다고 하는 소리가 많습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나 <공동경비구역JSA>도 대중적인 영화였습니다. 박찬욱 감독 영화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은 박쥐부터입니다. 해외 원작 소설을 각색해서 만들기 시작하면서 대중도를 버리고 자신만의 세계로 날아갔지 초기 작품들은 대중이 좋아할만한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다시 초기 시절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죠.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다만, 그 이야기 진행 속도가 느려서 중간 중간 하품이 나옵니다. 2시간 30분이 아닌 2시간으로 압축해서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많네요. 


기이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영화 <아가씨>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중반 후반으로 갈수록 기이합니다. 영화 스토리도 기이하지만 소재도 기이합니다. 특히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워서 영화의 분위기를 기이함에서 출발해서 아름다움과 혐오까지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동성애에 대해 관대한 사람은 아름답다고 느껴지지만 그걸 이해 못하는 분들은 혐오감까지 느끼게 합니다.

그 혐오감은 과도한 배드씬이 큰 역할을 합니다. 대중적인 영화라고 하지만 배드씬 장면의 강도가 상당히 강합니다. 
배드씬 장면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뺄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필요 이상으로 그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아름다움도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크게 소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칸느에서 류성희 미술감독이 벌컨상은 대단한 상입니다. 연출을 뺀, 소리와 비쥬얼 등의 기술 쪽을 통틀어서 주는 상이 벌컨상이고 보통 공동 수상을 합니다. 그런데 이 벌컨상을 단독 수상을 했습니다. 류성희 미술감독에 대한 칭송은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영화 <암살>의 최동훈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류성희 감독을 극찬을 하더군요. 류성희 미술감독은 아가씨, 암살, 국제시장, 고지전 등 국내 히트 영화에 큰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고 많은 감독들이 모셔가려는 미술감독입니다. 영화 아가씨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대저택의 공허함과 일본 특유의 깔끔함 그리고 낭독회를 하는 욕망과 추함이 공존하는 공간을 아주 잘 만들어냅니다.

특히 낭독회를 하는 장소의 연미복을 입은 신사들의 말끔함과 함께 추잡한 욕망을 공간 자체가 거대한 그릇이 되어서 잘 담아냅니다. 


남성의 폭력 밑에서 신음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

장르상 스릴러물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 명료합니다. 여성을 성의 도구나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여기는 거대한 남성이 만든 세계에서 신음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박찬욱 감독 영화들이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맥락과도 닿아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에서 딸 미도가 너무 소비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친절한 금자씨>부터 시작해서 계속 여성에 애정어린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클라이막스아 영화 <아가씨>에서 터집니다. 어떻게 보면 여성 인권 영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걸 드러내는 것이 아닌 살며시 쪽지에 남기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 메시지의 파괴력은 상당히 강합니다. 저도 남자지만 남자들의 폭력적이고 속물 근성을 제대로 까발리고 있습니다. 이는 백작과 아가씨의 후견인인 이모부틀 통해서 잘 보여줍니다. 



배우들의 열연 

4명의 주연배우들의 열연이 대단합니다, 그 연기 못하던 김민희가 이제는 명품 배우가 되었을 정도로 연기에 물이 올랐습니다. 아마도 영화 <화차>가 터닝 포인트가 된 듯합니다. 노출 장면과 배드씬이 많아서 꺼려했을 만한 역할인데도 과감하게 뛰어든 모습과 속 모를 표정을 보이는 모습을 통해서 관객을 현혹하는 연기 등등 정말 빼어난 연기를 합니다.


숙희를 연기한 신인 김태리라는 배우의 깡다구도 꽤 좋네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여기에 능청맞은 하정우의 사기꾼 연기도 매혹적입니다. 조진웅의 노인 연기도 대단했습니다. 출연 시간이 길지 않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그 존재감을 다 드러냅니다. 




호오가 강한 영화 <아가씨> 추천하긴 어렵다

박찬욱 감독은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스크린에 잘 담습니다. 독특한 소재나 독특한 장면과 이미지를 잘 만들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합니다. 이 영화 아가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겉만 보면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습니다. 

그 욕망의 또아리를 아주 잘 담은 영화입니다. 마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갔는데 음식 뚜껑을 열어보니 잘린 손이 나오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박찬욱 감독 영화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과도한 폭력 묘사가 많기 때문이죠. 이는 김기덕 감독과 비슷합니다만 박찬욱 감독이 좀 더 부드럽습니다. 영화 <아가씨>는 과도한 배드씬과 폭력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그래서 눈을 가리고 보는 관객도 꽤 있네요. 

연인들이 함께 볼 만한 영화라고 하기엔 묘사나 영화 내용이 아주 쎕니다. 기쎈 영화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대중성이 높다라고 하지만 가볍게 보기에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따라서 박찬욱 감독 팬이 아니라면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CJ는 500만을 예상하고 있던데 저는 고개가 까우뚱거리게 되네요. 한 300만 정도 들 것 같은데요. 
좀 더 이야기에 집중하고 쎈 장면을 도려냈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그러나 그렇게 하면 박찬욱 감독 영화가 아니죠. 
따라서 박찬욱 감독 영화 좋아하는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지만 그걸 담는 과정이나 묘사가 강하다는 점 그래서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기이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영화 아가씨입니다. 제 취향이 바뀐 건지 스포를 당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상당히 지루하게 봤습니다. 


40자평 : 연미복 속에 또아리를 튼 남자들의 욕망을 박살낸 영화
별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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