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와 근미래에 나올 DC코믹스의 저스티스리그의 공통점은 많은 능력자들이 한 영화에 담기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런 히어로 집합 영화의 원조는 X맨입니다. 2000년 처음 등장한 X맨 시리즈는 센세이션 그 자체였습니다. 보통 영화에서는 1명의 슈퍼히어로만 나오는데 반해 이 영화는 다수의 능력자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스스로 자빠진 저스티스리그는 알아서 추락했지만 어벤져스의 화려함 때문에 X맨 시리즈가 뒤로 밀리는 분위기입니다. 확실히 몇 주 전에 개봉한 <캡틴아메리카 : 시빌워>의 관심도나 화제성에 비해 이번에 개봉한 <X맨 아포칼립스>는 많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해외평이 그닥 좋지 않네요.
그럼에도 봐야 할 시리즈입니다. 워낙 스토리를 많이 구축해 놓아서 안 보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가 되었네요.
많은 능력을 갖춘 초강력 악당
이런 슈퍼히어로 액션물은 강력한 악당이 나올수록 그 흥미가 더 높아집니다. '오스카 아이삭'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엄청난 분장을 한 이름 자체가 종말인 아포칼립스는 아주 강력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고대 이집트 시대로 갑니다. 그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안에서 성스러운 의식을 치루고 있죠.
그 성스러운 의식이란 다른 사람의 초능력을 자신의 능력으로 흡수하는 의식입니다. 이 엑스맨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이 100년도 안 된 일인 줄 알았는데 영화는 초능력자는 고대부터 있었다는 설정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또한, 북두의 권처럼 다른 사람의 능력을 흡입하는 초능력을 가진 아포칼립스는 많은 초능력자를 자신의 능력으로 흡입하면서 점점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됩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피라미드 붕괴와 함께 수천 년을 지하에 매장당한 상태로 지냅니다. 그러다 한 무리의 광신도들 덕분에 다시 깨어나게 됩니다.
아포칼립스는 그 능력이 어마무시합니다. 슈퍼맨 배트맨 어벤져스처럼 물리적 타격을 줘서 파괴시키는 것이 아닌 건물을 가루로 만들어 버립니다. 또한, 원자까지 조정하는지 즉석에서 물건을 만듭니다. 여기에 울버린의 재생 능력, 염력 등등 감히 접근할 수 없는 능력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능력은 다른 초능력자의 능력을 증폭해주는 증폭기능도 있습니다.
아포칼립스는 성서에 나온 내용처럼 자신을 호위하는 4명의 호스맨이라는 호위 무사로 자신을 호위하게 합니다. 영화 초반은 이 4명의 호위무사를 컨택하고 자신의 호위 무사로 만드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이 4명의 호스맨에는 2000년에 시작한 X맨 시리즈에서 나온 스톰과 매그니토도 합류하게 됩니다.
영화 초반에는 신과 같은 존재인 아포칼립스가 수천 년 만에 눈을 떠 보니 세상이 개판 5분전이라는 것에 개탄하면서 세상을 더 개판으로 만들어서 리셋시키려는 야욕이 드러납니다. 여기에 호위 무사 4호스맨을 찾아가는 과정과 함께 매그니토가 선하게 살려고 했으나 마음 속의 악마가 다시 부활하는 과정을 비교적 잔잔하지만 힘있게 그려냅니다.
아포칼립스와 대항하기 위해서 모여든 신참고 고참 초능력자들
강력한 아포칼립스를 대항하기 위해서 자비에 영재학교에 있는 프로페서X와 초능력자 그리고 멀리서 찾아온 퀵 실버와 매그니토 편에 섰던 미스틱까지 합류합니다.
모든 캐릭터들은 프리퀄 3부작에 나온 캐릭터와 2000년에 시작한 X맨 시리즈에 나온 캐릭터가 섞여 있습니다.
따라서 X맨 시리즈 팬들이라면 이 영화 놓쳐서는 안됩니다. 2000년에 시작한 시리즈 3부작과 프리퀄 3부작에 등장한 캐릭터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포칼립스는 프로페서X까지 납치를 해서 상황은 더욱 대략난감한 상태가 됩니다. 지도자가 없는 X맨들을 놀랍게도 미스틱이 진두지휘합니다. 고참인 미스틱은 신참인 퀵실버, 사이클롭스, 진 그레이, 나이트 크롤러와 함께 아포칼립스와 대항합니다.
액션과 유머 보다는 드라마가 강점인 영화 X맨 아포칼립스
어벤져스처럼 잔재미가 많은 영화는 아닙니다. 웃기는 장면도 거의 없습니다.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수다쟁이 캐릭터도 없습니다. 다들 과묵합니다. 전 이런 진지한 모습이 좋지만 팝콘 먹으면서 가볍게 보려고 하는 분들에게는 좀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액션이 엄청나게 화려하냐? 그런 것은 많지 않습니다. 직접 물리적 타격을 하고 무술을 하고 머리 싸움을 하는 싸움이 많이 일어난다기 보다는 악의 무리들은 손도 안 되고 가루로 만드는 초강력 해체공법을 보여줍니다.
또한, 도심 파괴 장면도 많지 않습니다. 액션은 크지 않고 액션에 대한 쾌감은 어벤져스 시리즈보다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전 이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보다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왜냐하면 X맨 시리즈의 최고 강점은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프리퀄 시리즈와 2000년에 시작한 시리즈의 연결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을 합니다.
이 자연스러운 연결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무척 매끄럽다는 방증이겠죠. 마치 두개의 거대한 철판을 이음새 없이 매끄럽게 용접한 느낌이 강합니다. 아! 저 캐릭터가 저렇게 X맨에 합류하는구나, 삼각 관계가 저렇게 시작되는구나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2개의 시리즈를 파열음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영화라서 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특히 미스틱이 이 영화에서 대활약 합니다. 시크한 미스틱이 후배 신참들의 존경에 책임감으로 보답하는 모습은 살짝 뭉클했습니다. 신참과 고참의 조합이 정말 멋지더군요.
특히나 제가 X맨 팬이라고 하진 못하겠지만 너무나도 뛰어난 스토리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전작 5편을 다시 다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네요.
프로페서 X의 탈모의 원인을 아는 재미도 솔솔
많은 분들이 초반은 흥미롭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쳐진다고 합니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액션 보다는 드라마에 대한 장점이 많아서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진 그레이의 각성이라든지 퀵 실버의 웃음 터지게 하는 액션이나 까메오로 등장하는 울버린의 첫 만남도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흥미롭게 봤던 것은 프로페서X의 탈모의 원인이 영화에서 밝혀집니다. 전 노화로 인한 탈모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직접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선한 의지와 악한 의지의 대결 구도가 엑스맨 시리즈의 핵심 재미
세상엔 선과 악이 딱 구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나에게는 악인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를 괴롭히는 직장 상사가 나에게는 악인이지만 그 직장 상사의 어린 딸에게는 선인이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선과 악을 구분해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분류해서 판단하는 것이 편하잖아요.
그 단순함을 시각화 한 것이 X맨입니다. X맨은 선과 악의 구분이 확실합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디즈니 영화처럼 선과 악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악인에게도 선한 의지가 있고 상황에 따라서 가치관에 따라서 다른 편에 서 있을 뿐이죠. 그래서 어른들이 더 좋아합니다. 물론, 저도 무척 좋아하는 시리즈입니다.
영화를 보면 프로페서X는 인간의 선한의지를 형상화 한 캐릭터이고 매그니토는 우리 안의 악의 기운을 형상화 한 캐릭터로 보입니다. 항상 이 2개의 마음이 마음에서 충돌하듯 영화는 인간 내면의 두 마음의 충돌을 매끄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그 선과 악의 번민을 잘 마무리한 영화입니다. 해외에서 국내에서 혹평이 많지만 전 아주 흥미롭게 봤습니다. 남의 평가에 휘둘릴 필요없죠. 엑스맨 시리즈 팬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이고 흥미롭게 볼 영화지만 엑스맨 시리즈 1편도 안보고 보다 말다 한 분들에게는 뭔 소리냐?라고 할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팬심이 좀 필요로 하는 영화입니다. 새로운 엑스맨 시리즈가 기대되네요. 그나저나 맥어보이의 찰랑거리는 금발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네요. 맥어보이와 패스밴더 보는 재미로 봤는데요.
별점 : ★★★☆
40자평 : 2개의 엑스맨 시리즈를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잘 접합시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