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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미술작품

웃음과 파격이 가득헀던 김현정 화가의 '내숭놀이공원'전시회

by 썬도그 2016.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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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나 사진계를 들여다 보면 여기도 한국 사회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앞에서는 고귀한척 학처럼 움직이지만 그 뒤를 보면 구린내가 진동합니다. 학연, 지연, 혈연이 만연한 곳이더군요.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소리도 들립니다. 

기득권을 내려 놓지 않고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신인을 키우지 않으려는 모습 등등은 추악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러다 보니 미술계나 사진계도 신인 작가가 눈에 확 띄는 분들이 없네요. 특히 최근 들어서 눈여겨 볼 만한 사진작가나 화가를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미술계나 사진계나 신인을 키울 역량도 마음도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꽉 막힌 미술계에 당돌하게 도전장을 낸 젊은 화가가 있습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인사동에 들어서니 저 멀리 건물 전체를 천으로 싼 건물이 보였습니다. 가까이가서 보니 김현정 개인전을 하고 있네요. 지하1층부터 3층까지 4개 관을 빌려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건물 외벽을 대형 현수막으로 가린 것이 무슨 선거 사무소나 아파트 모델 하우스 같은 느낌입니다. 


갤러리이즈 입구에 들어서니 입구에서 전시회 안내를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보통 갤러리에 들어서면 눈인사를 하거나 아니면 아무 말도 안합니다. 갤러리 직원은 사무실에 있고 관람자 혼자 쭉 둘러 보고 나오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마치 신장개업한 모델하우스 느낌입니다. 입구에서 각 측 전시회를 보고 전시회 도장을 받으면 선물을 준다고 합니다. 헐~~~ 뭐지 이 개념찬 행동은? 그리고 웃었습니다. 왜냐하면 역시 김현정 화가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현정 화가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좀 설명을 하겠습니다. 김현정 화가는 서울대학교 동양학과와 경영학가를 졸업한 후 2014년 '인사아트센터'에서 내숭올림픽이라는 개인전을 펼칩니다. 이 개인전은 대박이 납니다. 

대박이 날 수 밖에요. 김현정 화가의 그림은 재미있습니다. 신선합니다. 새롭습니다. 가볍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조롱합니다. 유쾌한 조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명징한 화풍이 너무 매력적입니다. 여기에 젊은 화가라서 그런지 SNS 소통도 잘합니다. 게다가 매스컴을 활용할 줄도 압니다.

꽉 막힌 꼰대의 이미지가 전혀 없습니다. 밝습니다. 경쾌합니다. 웃깁니다. 이래서 좋습니다. 그렇다고 그림도 성기지 않습니다. 알토란 같은 그림이 화폭에 가득합니다. 


그림 자체가 아주 흥미롭죠. 김현정 화가의 작품에는 한복을 입은 모델이 등장합니다. 모델은 모두 똑같이 생겼는데 화가 본인입니다. 한복을 입고 당구를 치고 오토바이와 말을 타고 떡볶이를 먹습니다. 한복을 입고 짜장면을 먹으며 길거리 뽑기 기계를 합니다. 

왜 한복을 입고 있을까요?
전 이 한복을 화가 본인이 좋아해서 입는 것도 있겠지만 격식과 허세 덩어리로 보였습니다. 왜 앞에서는 점잔떨다가 집에가서 푹 퍼지는 삶이 우리의 삶이잖아요.  온갖 격식을 따지고 허세로 치장하고 사회의 별 쓰잘덱 없어 보이는 룰을 따르고 권위에 주눅들거나 권위에 복종하는 한국인들의 삶이 투영되었습니다. 

나이가 계급이라는 생각을 가진 꼰대들이 아직도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이 세상을 화가는 한복으로 표현한 듯 했습니다. 그래서 떡볶이는 먹고 싶은데 위신 때문에 먹지 못하고 점잔 떠는 사람들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쾌함과 가벼운 조롱은 세상에 널리 멀리 퍼졌고 광고업계에서 손짓을 합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나 제품에도 김현정 화가의 그림이 박혀 있습니다. 상업성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전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좋습니다. 솔직히 상업적이라는 사람들도 다 돈 좋아하면서 그림으로 돈 버는 것은 정당하고 올바르고 광고해서 돈 버는 것은 추잡하다는 그 논리를 가볍게 무시합니다. 이는 김현정 화가의 내숭시리즈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김현정 화가의 내숭시리즈는 대박이 났고 이번에는 아예 더 크게 놀고 싶었는지 무려 4개 갤러리를 통째로 빌려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내숭녀를 아예 히어로처럼 상품화 했네요


김현정 화가의 인터뷰 영상이 꾸준하게 나옵니다. 제가 이 작가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문화예술 소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매스컴 활용도가 무척 높고 매스컴에서도 혜성같이 등장한 미술계의 아이돌 같은 이 화가를 놓칠 리 없습니다.

이는 '앤디 워홀'의 전략과 비슷합니다. 한국은 워홀이나 '제프 쿤스' 같은 예술에 비지니스를 접목한 예술가가 거의 없습니다. 
'낸시 랭'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네요. 그리고 '낸시 랭'은 작품 활동 보다는 방송인이 되어 버렸어요. 
김현정 화가는 스타입니다. 인기가 많습니다. 그 인기 스스로 만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목을 끄는 작품도 많고 스스로 대중을 지향합니다. 


장례식장 같은 갤러리에 유쾌한 반란을 꽤했습니다. 그 모습에 연신 웃음이 터졌습니다. 저만 터진게 아닙니다. 갤러리 여기 저기서 피식 거리는 웃음이 계속 나옵니다. 웃음은 그림 자체에서도 나오지만 제목도 흥미롭습니다. 

위 작품은 제목이 삼포세대입니다.

요 근래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웃음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마치 장례식장에 들어가듯 심각한 표정으로 갤러리를 둘러보고 나오곤 하죠. 이런 모습은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보다는 콜렉터와의 접점을 찾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예전에는 흥미가 없는 작품도 계속 노려보면 뭔가 있겠지라고 했지만 짧게 봐도 오래 봐도 뭔가는 없더군요. 

그래서 작품 설명문을 읽어 본 후 그 설명문의 감상평이 내 감상으로 생각하고 나오죠. 요즘은 그렇게 안 봅니다. 쭉 둘러 보고 단박에 흥미를 끄는 작품이 없으면 그냥 나와 버립니다. 길게 봐야 시간 낭비 같아서요. 대신 꽂힌 작품은 오랫동안 봅니다. 




김현정 화가는 작품 판매 보다는 도록 판매로 수익을 충당하려고 하나 봅니다. 몇 몇 분들이 도록 문의를 하네요. 대중을 지향하다 보니 작품도 판매 하겠지만 도록을 통해서 쉽게 소유할 수 있게 지원을 하네요


스마트폰 케이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명은 <내숭 : 달콤한 속삭임(feat.한도초과)>입니다. 제목도 가볍습니다. 김현정 화가의 그림을 한국 POP이라고 부르더군요.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림들을 보면 한복을 입고 있는데 속이 비치는 한복입니다. 이는 한지 위에 누드 데생을 한 후에 그 위에 채색을 통해서 한복을 입힙니다. 그래서 투명도를 조절해서 그림을 그리네요.

세밀화는 아니지만 아주 정밀하게 그림을 그려서 그림에 대한 몰입도도 무척 좋습니다. 




2층에서 김현정 화가를 직접 봤습니다. 갤러리에 직접 나와서 관객에게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네요. 김현정 화가는 그림만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3D프린터를 이용한 피규어 같은 작품도 전시를 했습니다



페이스북 좋아요 누르면 미에로화이바를 준다는 것도 재미있네요. 분명 이런 모습을 못마땅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미술은 이래야 한다. 전시는 이래야 한다고 가르치는 분들이죠. 그러나 미술이 상업적이고 유쾌하면 안 되나요? 틀에 박힌 인식과 편견이 오히려 이 김현정 화가의 내숭 시리즈를 더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전시 공간에는 종이 인형도 있었습니다. 이 종이 인형을 만드는 회사가 따로 있던데 그곳과 콜라보를 한 것 같네요



내숭놀이공원답게 놀이공원에 있는 얼굴 내밀고 사진 찍는 입간판 같은 것도 있네요. 



한국은 체면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목을 무척 중요시 합니다. 하고 싶은 것도 체면 때문에 이목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혼자 영화 보는 것도 호자 밥먹는 것도 혼자 술먹는 것도 잘 하지 못합니다. 남들이 쳐다 볼까봐죠. 

그런데 그렇게 남 이목 신경 쓰면 하고 싶은 것 다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정작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뭘 하든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 내숭과 연결되어 있죠. 내숭을 확장해보면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드러내기 보다는 감추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체면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체면 차리지 않고 세상을 유쾌하게 비판한 김현정 화가의 '내숭놀이공원'은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 4월 11일까지 개장합니다. 사진촬영 맘대로 해도 되니 신나게 즐기다 오시면 됩니다.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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