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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만화책을 그대로 영화로 만든 듯한 동경 표류일기

by 썬도그 2015.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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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만화 강국입니다. 일본이 만화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다양성을 인정해줬기 때문입니다. 한국처럼 만화책은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하는 나라에서는 만화로 큰 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일본은 아동용 만화도 있지만, 성인용 만화도 많습니다. 만화 소비 계층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의 만화가 많습니다. 이렇게 만화가 융성했기 때문에 다양한 소재의 기발한 만화들이 지금도 전 세계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극화를 창시한 다쓰미 요시히로에 대한 헌정 영화 '동경 표류일기'


일본 만화도 꼬꼬마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동용 만화가 대부분이었던 시절, 좀 더 뛰어난 인간들의 심리 묘사와 성인 소재를 과감하게 만화에 녹여 드라마를 더 강화 시킨 성인 취향의 만화인 '극화'를 창시한 만화가가 '다쓰미 요시히로'입니다. 

이 '다쓰미 요시히로'가 2008년 자신의 생애를 극화로 담은 자전 만화 '극화표류'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 '동경 표류일기'입니다. 이 '동경 표류일기'가 독특한 점은 꽤 많습니다. 먼저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에릭 쿠'라는 싱가폴 감독입니다. 한국에 싱가폴 영화가 수입이 된 적이 있나요? 당연히 일본 애니겠지 했는데 놀랍게도 싱가폴 자본과 감독이 만든 영화입니다. 뭐 애니 제작은 싱가폴이 아닌 일본에서 했을 것 같은데 제작 했다는 자체가 놀랍네요. 

에릭 쿠 감독은 자신이 존경하는 '다쓰미 요시히로' 만화가가 쓴 자전 만화를 그대로 활어 같은 애니메이션을 담았습니다. 


이 '동경 표류일기'가 놀라운 것은 만화책을 그대로 옮겨 온듯한 독특한 표현방식이었습니다. 만화가의 생애를 그대로 담으려는지 만화책의 망점을 그대로 이용한 애니메이션이 넘실 거립니다. 심지어 만화책에나 등장하는 의성어도 이용합니다. 마치 만화책이 걸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표현 방식이 아주 새롭다고 할 수 없지만 분명히 독특한 방식인 것은 인정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동경 표류일기'의 애니 내용은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먼저 이 애니는 만화가 '다쓰미 요시히로'의 일대기를 담은 애니입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만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다가 아톰 창시자인 '데즈카 오사무'와 만난 이야기와 질투심 많은 형과의 다툼과 무심한 아버지 밑에서 가난을 겪은 내용과 50년대 일본의 풍경을 담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요시히로가 세상에 선보인 극화 만화를 소개합니다. 총 4개의 극화를 소개하는데 공감이 와닿는 것도 있고 별 느낌이 없는 것도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극화는 지옥입니다. 지옥은 히로시마 원폭 이 터질 때 나온 강한 빛과 열로  효자가 어머니 어깨를 주무르는 모습이 그대로 벽에 담긴 죽음 직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일본 병사의 이야기입니다. 죽기 전에  효자가 어머니 어깨를 주무르는 감동적인 모습에 눈물을 흘린 일본 병사는 전쟁이 끝난 후에 먹고 살기 위해서 자신이 찍은 이 거룩한 사진을 신문사에 판매하고 큰 돈을 법니다.

그러나 이 감동 스토리에 어두운 그림자가 펼쳐집니다. 상당히 뛰어나고 놀라운 스토리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일본 성인 만화인 극화의 재미인가 봅니다. 지금으로 치면 라이트노벨 같은 만화장르라고 할까요?

 

이외에도 내사랑 몽키는 일본의 경제부흥기라는 챗바퀴 밑에서 신음하는 소시민의 고뇌를 꽤 잘 그렸습니다. 양공주를 담은 굿바이도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지만 단편 소설을 읽는 듯 강렬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그러나 별 느낌이 없는 극화도 있네요. 전 만화가의 일대기를 담은 줄 알았는데 만화가가 쓴 극화와 일대기를 섞었네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만화가에 대한 정보도 없고 존경할 수 있는 정보가 적다보니 눈으로만 보게 됩니다. 특히 70년대에 그린 극화는 인간의 내면을 천착하는 묘사가 뛰어나지만 동시에 고리타분한 점도 있습니다. 성인 만화라고 하지만 성인도 거북스러워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만화가 다쓰미 요시히로가 자신의 만화책을 서점에서 보는데 옆에서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가 눈 인사를 하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네요. 그리고 애니를 지나서 요시히로가 직접 나와서 만화를 그리는 모습으로 이 애니는 끝이 납니다. 

감독 '에릭 쿠'가 이 만화가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만화가에 대한 헌정 영화를 만드려면 이 영화를 교과서로 여겨야 할 정도로 만화가에 대한 존경심이 초점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진행됩니다. 

한국에서도 잘나가는 만화가가 많죠. 미생의 윤태호나 송곡의 최규석 같은 만화가도 이런 찬사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전에 80년대 만화계를 평정한 이상무나 이현세에 대한 헌정 영화가 나왔으면 합니다. 추천할 수 없지만 흥미로운 요소가 꽤 많은 애니 '동경 표류일기'입니다

40자평 : 만화가에 대한 존경심이 넘치는 동경 표류일기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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