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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아나운서를 투입하는 SBS 영화 소개 라디오 씨네타운에 대한 걱정

by 썬도그 2015.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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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 날에 한 DJ가 울먹이고 있었습니다. 예상은 했습니다. 무려 7년 간 진행을 맡았던 SBS 라디오 '씨네타운'에서 하차를 하게 되었습니다. 매년 라디오는 봄 가을로 개편을 합니다. 청취율이 떨어지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가차 없이 DJ를 교체하거나 아예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고 새 프로그램을 심기도 합니다. 

TV 보다는 못하지만 이 라디오 생태계도 정글과 같아서 청취율이 경쟁 방송사 라디오보다 크게 떨어지면 새로운 DJ를 긴급 수혈해서 만회를 하려고 합니다. TV와 달리 갑자기 교체가 아닌 봄, 가을 개편에 한 꺼번에 바뀌는 것이 TV와 좀 다릅니다. TV도 예전에는 봄, 가을 개편을 했었는데 요즘은 수시로 교체를 하더군요. 


좀 충격이었습니다. 즐겨 듣고 있던 '공형진의 씨네타운'이 사라진다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배우 공형진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공형진의 씨네타운'을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몇 안 되는 최신 영화 소식과 영화 배우나 감독과의 인터뷰 등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진행도 무난하게 잘했습니다. 또한, 배우라는 이점을 십분 발휘해서 배우 섭외력도 좋았습니다. 

특별히 모난 곳이 없는데 갑자기 하차를 하게 되네요. 전 처음에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하차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방송을 차분히 듣고 있는데 "다시 불러주면 버선 발로 달려올 것"이라는 멘트에서 짐작을 했습니다. 

스스로 물러라는 것이 아닌 시쳇말로 짤렸구나! 마지막 방송을 들으면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러움이 절절 흘렀습니다. 어찌 안 그러겠어요. 무려 7년간 오전 11시부터 12시를 함께 했던 방송인데 그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라는 것도 아닌 밀려나는 것이 자존심도 상하고 여러가지로 감회가 교차하겠죠. 

혹시나 스스로 물러나는 것, 개인적인 사정으로 물러나는 것이라면 사과를 드리지만 마지막 방송의 분위기를 봐서는 안타깝게도 물러나라고 강요를 받은 듯합니다. 배우 공형진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정이 들었던 라디오 방송에서 물러나는 모습이 안쓰럽고 아쉽더군요. 

제가 더 아쉬운 것은 후속 DJ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SBS 씨네타운은 심혜진을 비롯해서 이승연 등 주로 영화 배우들이 진행을 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전문적이고 친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속 DJ가 영화 배우가 아닌 공무원 같은 박선영 아나운서네요. 제 한숨은 더 깊어졌습니다.

박선영 아나운서를 잘 모릅니다. 그러나 아나운서가 라디오를 진행하는 것을 전 결코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나운서가 라디오를 진행하면 길게 진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나운서가 오래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나운서 출신의 라디오 DJ는 길게 진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벽 시간대에 전문 DJ나 연예인이 활동하기 꺼려하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아나운서들이 라디오DJ를 맡습니다. 

그런 공무원 같은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는 라디오들은 생명력이 길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싫어합니다. 특히나 나이 어린 라디오DJ들은 삶의 연륜이 얇아서인지 청취자들의 고민 상담을 두루뭉술하게 처리합니다. 한 마디로 시도 때도 없이 만병통치약처럼 '화이팅'을 외치는 무신경함을 긍정의 포장지로 포장한 '화이팅'같은 소리나 합니다.

그래서 유명 연예기획사가 꽂아 넣은 듯한 아이돌 스타들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릇 라디오 DJ는 삶의 연륜이 어느 정도 쌓인 분이나 전문성이 있는 분이 진행해야 합니다. 이문세, 이종환 같은 또래가 아닌 삼촌이나 형님 또는 아버지 세대가 진행하는 라디오가 배울 것이 많고 포근함이 깊습니다. 그래서 배철수 형님의 라디오가 생명력이 긴 것이죠

반면, 또래의 라디오 DJ가 라디오를 진행하면 친밀감은 있어도 깊이는 없습니다. 물론, 몇몇 아이돌 스타가 진행하는 라디오도 좋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긴 합니다만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박선영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씨네타운'을 들을 생각입니다. 딱 1달 간 들어보고 판단해야겠네요. 그렇다고 제가 무조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배척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의 '이주연의 영화음악'은 아나운서가 진행하지만 즐겨 듣습니다. 

이주연 아나운서는 MBC 영화음악을 2000년대 중반부터 진행했습니다. 진행했다가 출산 등의 이유로 그만 두었다가 다시 진행하는 보기 드문 케이스입니다. MBC 영화음악은 전통적으로 영화배우가 아닌 아나운서들이 진행했습니다. 조일수 아나운서부터 고인이 된 정은임 아나운서 그리고 퇴사한 최윤영 아나운서와 영화계 사람으로 분류되는 홍은철 아나운서를 지나서 이주연 아나운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주연 아나운서는 영화를 잘 압니다. 초기 방송은 못 들어봐서 모르겠지만 지금은 홍은철 아나운서처럼 영화 구력이 꽤 높습니다. 또한, 나이도 40대라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영화 소개도 참 잘 합니다. 진행도 잘 하고요. 준 영화인이라고 할 정도로 영화 지식도 높습니다. 

그래서 아나운서지만 제가 인정하고 따르는 라디오 DJ입니다. 회수로 따지면 7년 이상 영화음악 라디오 DJ을 했을걸요. 
그런데 출산하러 간다면서 라디오DJ를 잠시 하차할 때 투입된 다른 MBC 아나운서들은 크게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 젊은 여자 아나운서는 영화적인 소양이 너무 떨어져서 팟캐스트로 듣다가 듣기를 중단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소양도 떨어지고 영화도 딱히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냥 방송사에서 강제로 배치한 듯한 라디오DJ더군요. 덕분에 아나운서 특히 젊은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배척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네요. 지금도 그 습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라디오는 전문성이 없어도 됩니다. 청취자 연령대에 맞춰서 배치해도 됩니다. 저야 아이돌 스타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돌 스타를 좋아하는 10대 학생들을 라디오를 많이 듣는 시간인 오후 8시에서 새벽 2시까지 아이돌 스타를 라디오DJ로 배치하는 것 강력 반대는 안 합니다. 

다만, 이 영화 소개하는 영화 음악 프로그램은 그 라디오 DJ가 영화에 대한 열정이나 지식이나 소양이 얼마나 높은지 낮은 지를 금방 들킵니다. 박선영 아나운서가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있는 지는 방송을 들으면 금방 알 수 있겠죠. TV 영화 소개프로그램을 진행한 경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TV와 라디오는 다릅니다. 라디오는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하거나 날카로운 질문 등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에 대한 앎이 많아야 합니다. 

왜 전통적으로 영화 배우를 투입하던 SBS의 '씨네타운'이 아나운서를 투입했을까요? 더구나 공형진 DJ가 진행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팬 층도 꽤 넓은데요. 여러모로 아쉽네요. 어떻게 보면 공형진도 라디오 스타라고 할 수 있는데 가차없이 내치는 것을 보면 방송계는 정말 살벌하네요.  가뜩이나 팟캐스트가 범람해서 굳이 공중파 라디오를 안 들어도 되는 세상인데 무리한 판단이 아니였을까요? 뭐 1달 정도는 복용해봐야겠지만 내키지 않으면 영화 소개하는 팟캐스트로 갈아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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