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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희미한 미소 같은 시린 청춘을 담은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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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미소 같은 시린 청춘을 담은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썬도그 썬도그 2015. 10. 15. 01:10

환경미화원인 시게루는 멍하니 바다가 담벼락에 버려진 서핑보드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앞 부분이 부러진 서핑보드는 누군가가 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 버러진 서핑보드를 한참을 쳐다 보다가 시게루는 그걸 집으로 가져옵니다. 앞 부분을 직접 스티로폴를 다듬고 테이프로 붙여서 서핑을 하러 갑니다. 


시게루가 처음으로 서핑을 타러 가는 날, 여자친구도 함께 바다로 향합니다. 둘은 바다로 가는 사이에 말을 한 마디도 나누지 않습니다. 아니 나눌 수가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입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말을 할 수 없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말을 한다고 해도 그게 상대방에게 제대로 들리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보통, 이런 청각 장애를 가진 주인공은 언어가 되지 않더라도 모음만 가득한 소리를 내면서 어느 정도 자기 의사 표시를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시게루는 어떠한 자신의 의사 표현도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행동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과 의사 표현을 합니다. 이런 시게루의 통역사는 같은 청각 장애를 가진 여자친구 뿐입니다. 

그렇게 청각 장애를 가진 연인은 버러진 서핑보드를 고쳐서 바다로 향합니다. 그 길에 동네 친구들을 만나고 서핑을 타러 가는 시게루를 놀립니다. 바닷가까지 따라와서 계속 엎어지는 시게루를 놀립니다. 그러나 그런 놀림에 시게루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습니다.  시게루는 오로지 바다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게루는 잠수복도 없이 매일 같이 서핑보드를 타면서 점점 실력을 키웁니다. 그러다 주워서 타던 서핑보드가 부러집니다. 시게루는 돈을 모아서 새로운 서핑보드를 바가지를 쓰고 삽니다. 그래도 물러 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다시 바닷가에서 서핑을 탑니다. 그런 시게루를 여자친구는 시게루가 벗어 놓은 옷을 가지런이 정리해 놓고 시게루가 서핑타는 모습 그 자체만 봐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때로는 같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서로에 의지를 합니다. 


그러나 시게루는 여자 친구보다도 환경미화원 일 보다도 서핑이 더 좋은가 봅니다. 일도 안 나가면서 서핑을 타기 시작하고 여자 친구가 바닷가에 나오지 않아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합니다. 그러나 로봇처럼 자기 의사 표현이 없던 시게루도 압니다. 여자 친구가 사라진 것을요. 그래서 여자 친구 집에 찾아가서 벨을 눌러 보지만 여자 친구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 창문에 던진 돌맹이가 창문을 깨는 바람에 여자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다시 화해를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비싸게 서핑 보드를 팔아서 죄책감을 가진 가게 주인에게 잠수복과 서핑 레슨을 받고 시게루는 서핑 대회에 출전합니다. 


세계적인 거장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3번 째 장편영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는 1991년에 제작된 영화입니다. 
영화 자체는 만듦새가 썩 좋지 못합니다. 마치 영화학과 졸업생의 작품처럼 헛점과 지루함의 연속입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두 주인공이 대사가 없다보니 정적입니다. 그렇다고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사건 사고 중심의 영화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두 주인공의 인물 묘사가 정교한 캐릭터 영화도 아닙니다. 

뭔지 모르겠습니다. 스토리도 단순하고 두 주인공은 말이 없습니다. 오로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틀림 없는 음악만이 지루함을 달래줍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를 볼 때는 시계를 여러 번 봤습니다. 설마 이대로 끝나나 했는데 그대로 끝이 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영화를 다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영화의 여운이 서서히 흘러 나옵니다. 영화 볼 때 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서서히 영화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파란 바다, 파란 청춘, 시리도록 차가운 관계 그러나 그 푸르고 시린 이면의 따뜻함이 베어 나옵니다. 

먼저 머리 속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은 외로움이었습니다. 시게루는 첫 번째 서핑 대회에서 자신의 차례가 왔음에도 같은 동네에서 배를 타고 출전한 동료라면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순서를 알려주지 않아서 서핑 대회 출전도 못했습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대회가 끝난 바다에서 혼자 서핑을 했습니다. 

두번 째 출전 때는 서핑 보드 가게 아저씨가 직접 순서를 알려줘서 대회에 참전할 수 있었습니다. 청각 장애인을 따스하게 맞이해주는 유일한 비장애인이었죠. 이런 따스함은 시게루에게 전달 되어서 시게루는 자신을 놀렸다가 시게루의 뚝심에 반해서 같이 서핑을 타게된 동네 친구에게  서핑 보드 가게 아저씨가 준 헌 잠수복을 동네 친구에게 줍니다. 

그러나 이 온기는 거기까지였습니다. 두번 째 서핑 보드 대호에서도 다 함께 사진을 찍어면 좋으련만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에는 큰 바다가 있었습니다. 그 마음의 바다를 시게루는 넘지 못합니다. 

시게루는 바다만 바라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긴 평평하니까요. 평평하고 평화롭고 평등했습니다. 장애인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는 세상이었죠. 아마도 시게루가 쓰레기를 치우면서 본 바다는 완벽한 세상이었을 것입니다. 이는 여자 친구도 압니다. 
그래서 바다로 떠난 시게루에게 눈물 대신 미소로 대답했을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장애에 관한 이야기는 아닐 수 있습니다. 어떤 장면도 장애를 괄시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하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행동이지만 마음을 느끼는 그런 장면들이 계속 눈에 밟히네요. 


전 이 장면 보고 서핑 보드는 원래 저렇게 둘이 들어야 하나? 했네요. 그럴리가 없죠. 영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는 이 장면을 반복 사용하면서 웃게 또는 마음 아프게 만듭니다. 코미디언 출신이라서 그런지 그 재능을 영화 중간 중간 던져 놓아서 가끔씩 웃게 만드네요. 그렇다고 코미디 영화라고 하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멜로 영화도 아니고 뭐랄까? 관객이 보고 싶은대로 보여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극을 발견했고 그걸 이 영화의 핵심 이미지로 골랐지만 다른 분들은 청춘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비슷한 영화 한 편이 떠오릅니다. 이 영화의 후속편 또는 같은 시리즈 같은 청춘 드라마인 '키즈 리턴'입니다.  1996년 기타노 다케시가 만든 '키즈 리턴'은 강력 추천하는 청춘에 관한 영화입니다. 한국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분들에게 강제로 보여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그 키즈 리턴을 잉태하기 위해서 이런 습작이 나온 듯 하네요.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아름다운 음악이 엔딩씬에 깔립니다. 
만약 그 마지막 엔딩 씬에 이 음악이 없었다면 진짜 아무런 느낌 없이 영화관을 나왔을 겁니다. 그 음악이 계속 머리에 떠오르면서 머리 속에서 영화를 리와인드가 되면서 하나씩 영화의 이미지가 수면 위로 올라오네요. 

추천하긴 힘들지만 여백이 많고 많이 담지 않아서 오히려 많이 담기는 영화입니다. 여운이 꽤 오래 가는 영화네요. 
츤데레라고 할까요? 앞에서는 무뚝뚝하거나 화를 내지만 뒤에서는 마음을 써주는 서핑 보드 가게 아저씨나 같은 청소차를 타는 아저씨의 마음씨가 시리도록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마음은 말이 아닌 마음 그 자체로 전달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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