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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감동의 돌직구 같은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by 썬도그 2015.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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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스포츠가 있지만 야구 만큼 인생과 닮은 스포츠도 없습니다. 꼭 한 번 이상은 자기가 주인공이 된다는 점이나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점은 야구와 인생이 참 여러모로 닮았습니다. 특히나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운이 많이 작용한다는 운칠기삼이 인생과 참 많이 달았습니다. 인생과 야구는 아무리 노력하고 대비해도 운이 많이 따라줘야 합니다. 

수 많은 야구 영화들이 미국에서 만들어집니다. 다행스럽게(?) 한국도 야구 문화권의 나라라서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야구 영화들이 자주 많이 소개 됩니다. 정통 야구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 있고 야구장 주변의 풍경, 또는 야구를 소재로 했지만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2012년에 개봉한 '내 인생 마지막 변화구'는 야구를 매개체로 한 부녀 사이의 해묶은 갈등을 담고 영화입니다. 


나이 많은 거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은 소변을 볼 때도 힘들어 하는 노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야구 스카우터 일을 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2가지 시련이 닥칩니다 하나는 녹내장이 왔는지 눈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데이터로 무장한 신참이 컴맹인 거스를 개무시하면서 거스를 쫒아 버리려고 합니다. 근거는 오로지 데이터입니다. 거스는 최근에 단 4명만 스카우트 하는 등 이렇다 할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도 모른채 늙은 몸을 이끌고 오늘도 스카우트 대상을 찾아서 야구장에 찾습니다. 여기에 유일한 혈육인 변호사 딸과의 관계도 썩 좋지 못합니다. 


미키(에이미 아담스 분)는 아버지인 거스와 함께 식사를 하지만 아버지가 야구 이야기만 하는 모습이 탐탁지 않습니다. 미키는 자신을 방치했던 지난 과거에 대해서 아버지랑 이야기 하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 거스는 그때 일은 다 지난 일이라서 왜 자꾸 과거를 들쳐내냐며 짜증을 내죠. 

이렇게 부녀는 평행선을 달리는 관계를 수십 년 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서로 연락을 끊고 살지는 않습니다. 서로를 데면데면하는 부녀 사이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고 패스트푸드를 먹었던 그 아름다운 시절을 미키는 기억합니다.  이런 부녀 사이에 거스가 녹내장에 걸린 것을 알게 된 미키는 휴가를 내서 아버지를 도와 야구 경기를 보러 다닙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아버지 대신에 스카우트 대상인 거포 고교생을 지켜보면서 아버지를 돕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도우면서 사사건건 부딪이다가 왜! 어렸을 때 자신을 삼촌의 집에 버렸냐는 딸 미키의 질문에 거스는 숨겨 놓은 이야기를 꺼냅니다.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의 원제는 'Trouble with the Curve'입니다. 왜 이런 한글 제목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제목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네요. 여기서 마지막 변화구는 주인공인 거스도 미키가 던지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구를 때리지 못하는 선수라는 핵심 소재가 있고 그걸 커브에 문제가 있다는 제목으로 정했는데 마치 거스가 마지막 변화구를 던지거나 또는 마지막 변화구를 봤다는 식으로 이야기 합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왜 넣었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아무튼, 영화 자체는 무척 단조롭고 예상이 가능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젊은 스카우터들이 노트북을 켜서 데이터를 보면서 스카우트를 진행하는 현재의 디지털 세대와 거스 같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감으로만 스카우트를 하는 아날로그 세대를 같은 테이블에 놓고 오래된 것에도 미덕이 있다는 흔하디 흔한 노인의 훈계와 야구를 통해서 부녀간의 오랜 갈등이 말끔하게 해소하는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줄거리지만 꽤 재미가 솔솔합니다.
먼저, 아버지와 딸의 애증관계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부녀 사이가 아주 아름다운 관계가 많지만 제 주변에서 보면 아버지와의 관계가 안 좋은 여자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한국 아버지들은 무뚝뚝 그 자체입니다. 딸에 대한 애정을 


거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딸을 애지중지 하면서도 애정 표현을 잘 하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딸과 진지한 대화를 피하려고만 합니다. 딸은 자신을 삼촌에게 맡기고 기숙사 생활을 한 그 세월을 홀로 보내면서 마음을 닫어 버립니다. 그 마음의 문을 열어줄 키를 아버지가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왜 자신을 버리듯 삼촌에게 맡겼는 지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지만 거스는 화를 낼뿐 말해 줄 생각이 없습니다.

이 부녀 사이의 깊은 갈등을 풀여준 열쇠는 바로 야구입니다. 거스는 미키와 함께 야구장을 다니면서 미키를 야구광으로 키우냅니다. 얼마나 야구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큰지 젊은 스카우터인 조니(저스틴 팀버레이크 분)보다 떠 많은 지식과 뛰어난 선수 관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눈 대신에 선수들을 관찰하고 아버지에게 알려주는 효성도 지극한 딸입니다. 다만, 야구외에서는 딸과 아버지는 서로 얼굴을 붉힙니다.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는 이 부녀 사이의 갈등을 정석대로 풀어갑니다. 젊은 스카우터인 조니가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두 부녀는 점점 서로에게 난 상처를 보여주면서 예전의 관계를 회복해 갑니다. 

그 관계를 푸는 과정이 진부하지만 매끄럽습니다. 또한, 미소가 중간 중간 느껴질 정도로 영화는 잘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특히 거포 고교생을 스카우트 하는 과정에서의 통쾌함은 매회 주자가 루상에 있지만 후속타 불발로 점수를 내지 못하던 이 영화를 후반에 역전 홈런의 짜릿함을 선사합니다. 


다만, 그 과정 과정들이 진부하고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것은 참 아쉽네요. 그러나 부녀 사이의 갈등을 야구라는 소재로 엮어서 풀어내는 모습은 상큼힙니다. 직구처럼 직선으로 달리기만 하던 2개의 직선인 평행선처럼 달리던 부녀가 삶의 커브를 던지면서 서로 만나게 됩니다. 

아름다운 삶의 커브. 두 부녀는 그렇게 한 점에서 만나서 야구장 밖으로 날아가는 홈런공처럼 통쾌함을 영화 후반에 만들어냅니다. 영화 머니볼이 데이터 야구를 신봉했다면 이 영화는 데이터 야구는 개나 줘버리고 삶은 직관이고 현장이라는 아날로그의 시선이 가득 있습니다. 삶은 현장이라는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직구의 삶을 살던 아버지와 딸이 커브의 아름다움을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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