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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사랑도 위조가 되나요? 사랑의 믿음에 대한 영화 '베스트 오퍼'

by 썬도그 2015.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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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질(제프리 러쉬 분)은 고아 출신의 뛰어난 미술품 감정사이자 경매사입니다. 사람을 믿지 않기 때문에 평생 독신으로 살고 있는 노총각 할아버지입니다. 이 버질의 유일한 취미이자 삶의 목표점은 자신이 경매를 진행하는 미술품 중에 여인들의 초상화가 그러진 명화들을 친구인 빌리(도날드 서덜랜드 분)와 짜고 싼 가격에 여인들의 초상화를 수집합니다. 그렇게 편법으로 사들인 여인들의 초상화를 금고 같은 비밀의 방 가득 채워 놓고 혼자 보는 것이죠

 

버질에게 여인은 오로지 그림 속 여자가 전부이고 그게 그에게는 현실의 여자입니다. 이런 버질에게 의뭉스러운 전화가 한 통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여인은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 가셨는데 집에 있는 골동품을 처분하고 싶다고 합니다. 호기심 반 의구심 반을 챙기고 버질은 의뢰인인 클레어(실비아 호에크스 분) 집에 찾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만나기로 한 날 그 대저택에서 클레어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갑니다. 한 성깔 하는 버질은 클레어에게 버럭 화를 냅니다. 그렇게 몇번이나 버질에게 바람을 맞춘 클레어는 자신의 비밀을 고백합니다.

 

 클레어는 중학교때부터 27살이 된 지금까지 집 밖을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면서 자신의 공황증을 고백합니다. 사람에게 한 번도 정을 주지 않았던 버질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버질과 클레어가 여러모로 참 많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버질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극대로 꺼려해서 항상 장갑을 끼고 다른 사람의 물건은 손수건로 잡습니다. 이런 강박증과 독신의 외로움이 결합되면서 세상은 믿을 구석이 없다면서 철옹성 같은 외로움이라는 성을 만듭니다.

집은 호텔처럼 잠시 머무는 곳이라고 여기면서 사람과의 깊은 관계를 거부합니다. 버질에게 유일한 친구는 명화를 싼 가격에 매입하는 공범이자 친구인 빌리와 기계라면 뭐든 잘 고치는 청년 로버트(짐 스터게스 분)입니다.

 

클레어의 병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 집에서 발견한 18세기 자동 로봇의 대가였던 보캉송의 로봇의 부속품을 몰래 몰래 로버트에서 전해주면서 로봇의 완성을 도모합니다. 버질은 그 18세기 골동품 로봇이 완성 시키면 엄청난 고가라는 것을 잘 알기에 로봇 부품을 몰래 빼내기 위해서 클레어에 접근하면서 동시에 클레어에게 연민의 정을 넘어서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이에 로버트는 연애 코치를 하면서 클레어와 버질의 사랑을 조율해 줍니다.

영화는 이렇게 버질과 클레어라는 외부와의 접속을 끊어 버린듯한 두 사람이 동질감을 매개체로 연결되고 사랑의 힘으로 클레어가 빗장을 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아름다운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전 명화를 복원하는 복원사가 탄소연대 측정으로 17세기 작품이 맞다는 작품을 버질은 단호하게 가짜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를 그는 이런 대사에 담습니다. "모든 위조품엔 진품의 미덕이 숨어있다 " 위조품을 만드는 모사가들은 실력이 뛰어나서 진품과 똑같이 아니 진품보다 더 진품같이 모사를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작품이라는 낙관을 교묘하게 그림 속에 숨겨 놓습니다.

그대로 배끼기만 하면 자신의 작품 또는 또 하나의 진품이 될 수 있지만 자신만 알아 볼 수 있는 워터마크를 살짝 넣어서 자신이 그렸음을 표시하죠. 이런 표시 때문에 진품과 가짜가 구별이 됩니다. 버질의 이 대사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입니다.

사랑도 가짜가 있을까요? 영화에서는 예술품이 가짜가 있듯, 사랑도 감정, 표정, 행동, 미소와 사랑의 밀어까지도 모두 가짜로 말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마음에도 없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연인들이나 가짜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간 종족특성의 첫번 째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른 동물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고도의 지능을 가진 생물체가 가진 생존 전략의 하나입니다. 

영화 '베스트 오퍼'는 진짜와 가짜에 대한 이야기와 믿음에 대한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서 탄탄한 드라마를 만들어갑니다. 또 하나의 가짜인 보캉송의 로봇은 가짜 인간입니다. 그런 가짜 인간인 로봇과 가짜 인간인 여인들의 초상화에 탐닉하던 버질은 클레어라는 진짜 인간 살아 숨쉬고 터치를 할 수 있는 진짜 여자를 만나면서 세상에 대한 시선이 변화됩니다.

돌 같이 굳었던 마음에 한 마리의 새가 내려 앉아서 흐르는 시냇물이 되어가는 버질의 변화되는 모습과 클레어가 자신의 병을 이겨나가는 과정은 흔한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아주 아름답고 밀도 높게 그려집니다. 이런 변화되어가는 두 남녀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는 끝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내 인생의 영화를  1개만 선택하라고 하면 20년째 전 영화 '시네마 천국'을 꼽습니다. 음악과 드라마의 앙상불이 20년 째 내 인생 최고의 영화로 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시네마 천국'을 연출한 감독이 바로 이탈리아의 '주세페 페르나토레'감독입니다. '시네마 천국'이후에 '시네마 천국'을 뛰어 넘는 영화를 만들지 못했지만 여전히 드라마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연출한 영화들이 큰 인기를 끌지 못했고 그렇게 세월이라는 연기 속으로 사라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베스트 오퍼'에 대한 호평과 해외 영화제 수상 등에 고무되어서 봤는데 기대 했던 이상의 영화를 만들어 놓았네요. 영화 음악은 '시네마 천국'의 엔니오 모리꼬네가 맡았는데 영화 음악은 귀에 꽂히지는 않네요. 그렇게 옛 추억을 느끼면서 잔잔한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보다가 후반에 내 생각을 뒤집어 버리는 일이 터집니다.

 

순간 내가 생각하고 정리했던 모든 것이 무의미해졌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있다가 귀신이 갑툭튀 나오는 듯한 충격을 받고 동공이 확장된 채로 후반 20분을 봤습니다.

전 영화를 볼때 메모를 하면서 봅니다. 어떤 것이 어떤 것과 연결 되어 있고 어떤 이미지가 중첩 되고 어떤 것이 떠오르는 지를 메모 했다가 리뷰할 떄 하나 하나 옮겨서 풀어냅니다. 그런데 이 영하는 그 메모를 깔깔거리고 비웃게 만듭니다.

내가 뭐한거지?라는 생각마저 드네요. 더 이상 말하면 스포가 될 수 있기에 더 적지 않겠지만 오랜만에 정신이 번쩍드는 영화를 봤네요. 제프리 러쉬와 매혹적인 여주인공 사이의 건조하면서도 따스한 공기가 잊혀지지 않네요. 그럼에도 그걸 다 붕괴 시키는 스토리의 힘이 참 대단한 영화입니다.

다만, 시네마 천국 같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름다운 선율은 들리지 않습니다.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꽤 재미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사랑과 경매의 공통점은 그 선택이 최선(베스트 오퍼)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보편적인 최선은 됩니다.

별점 : ★★★☆

40자평 : 사랑도 위조가 되나요? 사랑과 믿음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 섞인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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