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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도시에 기생하는 거대한 쾌락 도구 놀이동산을 카메라에 담은 THE AMUSEMENT PARK 사진전

by 썬도그 2015.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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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엄마 아빠랑 함께 주말에 놀이동산을 가는 것입니다. 놀이동산에는 우울과 슬픔은 한 움큼도 허용하지 않는 쾌락지상주의 지대이자 돈과 카드만 있으면 쾌락을 무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갖춘 곳이기도 합니다. 

놀이동산을 좋아하지도 자주 가지도 않지만 놀이동산에 가면 전 이상하게 쓸쓸해 집니다. 모두들 웃고 즐기고 떠들지만 철지난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볼 때면 활력 보다는 죽어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서울랜드가 가장 심하죠. 서울랜드는 고등학교때 가고 20년이 지나서 가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안 변해도 망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놀이동산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생각도 드네요. 


사람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그 어떤 것보다 빨리 부패하는 듯한 놀이동산 이 놀이동산은 전국 도시에 수없이 많습니다. 그 놀이동산을 3년 동안 촬영한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인사동 가나아트 스페이스는 3개의 전시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항상 보면 1층은 미술전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3개 관 모두 미술전을 많이해서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3층 3관에서 사진전을 하네요. 사진전을 하기에 그냥 들어가 봤습니다
사진전시명은 'THE AMUSEMENT PARK'인데 사진의 소재를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 우리 말로 하면 놀이공원입니다.

사진작가는 루트라고 써 있네요


루트 옆에 사진작가 이름이 있는데 안명숙 작가님이시네요. 예명을 루트를 사용하시나 보네요. 요즘 가끔 예명 쓰는 사진작가님들이 있는데 괜찮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사람 이름 외우기 쉽지 않은데 예명으로 각인하는 효과가 크니까요

사진작가 루트는 지난 3년 동안 전국의 놀이공원을 찾아 다니면서 그 놀이공원을 객관화된 시선으로 촬영한 증명사진 같은 유형학적인 사진을 찍었습니다. 



놀이동산에 가면 제가 쓸쓸해 했던 이유는 서울랜드 뿐이 아닙니다. 에버랜드도 롯데월드에서도 쓸쓸했던 이유는 모든 이미지들이 원본이 아닌 원본을 배낀 복제품의 느낌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원본을 플라스틱과 석고 등으로 복제한 그러나 친숙한 키치적인 이미지를 보면서 값싼 이미지의 천국임을 느꼈습니다. 

롯데월드의 유럽의 한 성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나 유럽과 중세풍의 그림과 조각들. 그걸 보다보면 왠지 측은하게 그 사물들을 바라보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뭐 이런 제 시선은 보편적인 시선은 아니고 의도와 다른 시선임을 압니다만 그래서 그런지 전 놀이동산 자체는 그냥 이미지의 무덤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됩니다.

고급진 이미지를 값싼 재료로 재현해서 효율성만 높힌 공간에서 어서 돈을 빨리 쓰라고 재촉하는 모습들이죠. 



이런 모습은 거대한 놀이공원보다는 변두리의 작은 놀이동산이 더 심합니다. 거대한 아파트 숲 사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현란한 때때옷을 입고 무심히 아이들을 태우고 운행하는 놀이기구는 마치 털이 빠진 노새의 한숨 같아 보입니다. 





또한, 놀이공원은 도시 노동자의 스트레스를 배설하는 배설의 공간이자 위락의 공간입니다. 일상이 재미있지 않으니 특별한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습속은 한국이 더 심한 것 같기도 합니다. 솔직히, 일상이 재미있으면 누가 놀이공원이나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술과 담배로 달래겠습니까? 
일상을 잊기 위해서 영화를 보고 놀이공원을 가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는 것이죠. 그렇게 보면 우리 주변에는 쾌락 도구들이 꽤 많습니다. 뭐 미국이 한국보다 더 심할 것 같기는 하네요. 

여러 놀이공원을 보면서 눈에 확 들어온 곳은 울산 롯데 영프라자 옥상에 있는 대관람차입니다. 어떻게 건물 위에 저걸 올릴 수 있었죠? 일본에는 옥상에 롤러코스터도 있다고 하는데 신기하네요. 


가나아트 스페이스 3관은 처음 들어가 봤는데 자연 채광이 되서 그런지 어떤 사진 갤러리보다 사진 보기 편했습니다. 할로겐 램프 같이 주황색 조명 아래서 사진을 보다가 주광색 가득한 뽀얀 살결 같은 채광 아래서 사진을 보니 사진이 무척 뽀샤시하게 보입니다.

이 좋은 사진전은 3월 16일 월요일까지 가나아트 스페이스에서 전시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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