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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상의원. 죽도 밥도 안 된 갈팡질팡하는 맛없는 섞어찌개

by 썬도그 2014.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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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힘을 빼고 만든 영화들은 꽤 좋은 평을 받지만 대규모 자본이라는 멍석을 깔아주면 졸작을 만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영화 상의원이 그렇습니다. 기대를 꽤 했습니다. 2012년 개봉한 이원석 감독이 연출한 '남자사용설명서'는 개봉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다운로드 서비스에서 큰 인기를 끕니다. 저도 2012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 기억에 남은 5개의 영화 중에 꼽을 정도로 박장대소를 하면서 봤었습니다. 

그래서 큰 기대를 했었습니다. 한석규와 고수, 박신혜, 유연석이라는 유명 배우가 나오는 것보다 이원석 감독의 새로운 영화가 기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대는 초반은 그런대로 잘 나가는 듯 했으나 후반에는 송두리채 무너져 버리네요


살리에르와 모짜르트의 콘셉트를 우겨 넣은 상의원

1984년 제작된 영화 '아마데우스'는 영원한 2인자인 살리에르와 천재 모짜르트의 대결을 흥미롭게 다룬 영화입니다. 살리에르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천재 모짜르트를 뛰어 넘을 수 없는 2인자의 슬픔을 지나 1인자에 대한  시기와 질투 속에서 천재 모짜르트를 를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줄거리를 가진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이 뚜렷한 줄거리 때문에 전문 용어는 아니지만 '살라에르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만듭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뛰어 넘을 수 없는 천재를 만났을 때 느끼는 좌절감은 좋은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이고 이 소재는 지금까지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상의원은 이 '살리에르 증후군'을 주제로 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주제자체는 아주 식상합니다. 뻔하디 뻔한 주제죠. 그러나 식상한 주제라고 해도 어떤 소재로 담느냐에 따라 덜 식상할 수 있습니다. 상의원의 소재는 의복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30년 동안 왕실의 의복을 만드는 상의원의 어침장 조돌석(한석규 분)와 천재 의복제작자인 이공진(고수 분)의 이야기와 찌질한 왕과 왕비의 갈등을 담고 있습니다. 


조돌석은 평민의 신분이지만 조금 있으면 양반을 하사 받기에 약간 달떠 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사고가 납니다. 
왕과 잠자리를 한 번도 하지 못한 왕비가 왕에게 잘 보이려고 왕의 의복을 시종들에게 맡겼다가 왕의 옷을 태워 먹습니다. 이에 왕비는 돌석에게 내일까지 복구 해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돌석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합니다.

이때 다른 상의원 대감이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궁 밖의 젊고 뛰어난 실력을 가진 옷 짓는 자인 공진을 불러오게 되고 공진은 내일까지 왕의 용포를 수선할 수 있다고 하죠. 이렇게 새파랗게 젊은 공진과 상의원의 어침장 돌석은 처음부터 티격태격을 합니다. 


옷에도 법도가 있다고 말하는 어침장 돌석, 옷은 입기 편한 옷이 최고라는 공진의 대결구도는 처음에는 팽팽합니다만 이 구도가 갈팡질팡합니다. 공진은 옷에 대해서 어침장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한결 같이 어침장 돌석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자신이 못하는 부분은 어침장에게 부탁을 하고 어침장이 양반이 되면 자신이 손수 도포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죠

하지만 어침장 돌석은 이런 공진을 끌어 당기다가도 자신의 위치까지 위협을 받자 밀쳐내는 등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닌 뒀다 안뒀다 하니 정신 산만스럽기만 합니다. 그 과정이 매끄럽다면 모르겠으나 과정이 매끄럽지가 않고 자꾸 덜커덕 거립니다. 



퓨전 사극이라고 하지만 너무 튀어 버려서 엎어진 밥상 같았던 상의원

이 상의원은 퓨전사극입니다. 먼저 대사들이 사극체가 아닌 현재 우리가 쓰는 구어들로 대사를 칩니다. 그래서 짝퉁이라는 말도 나오고 여러가지 우리의 귀에 익숙한 단어들이 나옵니다. 언어를 넘어 의상도 실제 전통 의상을 파괴하는 공진 때문에 다양한 한복들이 나옵니다. 

이런 파격적인 의상을 보는 재미는 솔솔합니다. 특히, 공진이 만든 옷은 왕비의 모습은 한마리 학과 같은 기품있는 모습은 이 영화가 퓨전 사극이었기 때문에 가능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튀어도 너무 튄 것이 문제입니다. 먼저 이 영화의 장르가 애매합니다. 영화 초반에는 코믹적인 요소를 넣다가 후반에는 코믹 장면이 갑자기 사라집니다. 


영화의 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톤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하나의 문법입니다. 주인공이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주면 그 영화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그러나 영화 초반에 슬랩스틱 코메디를 하다가 후반에 정극을 하다가 다시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주면 관객은 난감스럽습니다.

도대체 이 영화 장르가 뭐야?라는 말이 나오죠. 
영화 상의원은 이원석 감독이 잘하는 코미디가 곳곳에  배치가 되어 있어서 역시 이원석 감독이구나를 생각했는데 후반에는 정극을 합니다. 여기에 각 인물들의 매력도 크지 않습니다. 


최강의 찌질한 캐릭터 등장

수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렇게 찌질한 캐릭터는 처음 보는 듯 합니다. 유연석이 연기하는 왕은 극강의 찌질함을 보여줍니다. 왕비와 잠자리를 하지 않는 이유가 아주 기가 막힙니다. 형이 죽고 동생이 왕에 오르는데 형의 그늘에 가려서 살아서인지 열등감이 대단히 높은 왕입니다. 왕이 되어서 전권을 쥐고 있지만 궁궐안에 자신의 것은 없다면서 화를 냅니다.

다 형이 물려준 것이라고 생각하죠. 뭐 영화에서는 후반에 그 이유를 풀어주긴 하지만 그 이유를 듣고도 이 찌질한 왕은 용서가 안 됩니다. 상의원이 흥행에 성공하기 힘들겠지만 실패 한다면 개연성이 부족한 캐릭터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왕비 빼고 조돌석도 공진도 왕도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줍니다. 



4명의 주인공 중 왕비만 빼고 몰입이나 이해나 공감이 가지 않는 캐릭터이다 보니 영화는 중반 이후에는 헛 웃음만 나옵니다. 
공진과 왕비의 묘한 관계도 납득하기가 쉬운 것이 아닙니다. 퓨전 사극이라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관계 설정들이 매끄럽지도 탄탄하지도 못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만 좋았던 영화 '상의원'

이렇게 좋은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 못 만들수가 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4명의 주연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하고 있습니다. 한석규, 고수, 유연석, 박신혜 4명의 배우는 각자의 역할을 잘 소화 합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로도 덮을 수 없는 부실한 스토리와 부족한 연출력은 너무나도 아쉽네요

자신이 잘하던 코믹장르를 계속 이어가지 왜 사극을 들고 나왔을까요? 뭐 요즘 영화 제작 환경들이 자본가인 제작회사가 감독을 고용하는 형태이다 보니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겠다가 아닌 제작자가 이 감독에게 맡겨봐 식으로 하다보니 코미디 잘 만드는 감독이 퓨전 사극을 만드는데 투입 된 듯한 느낌입니다. 한 마디로 제작자의 입김이 너무 강한게 요즘 한국 영화입니다.

이러니 맨날 기획 영화같은 색깔도 없는 붕어빵 같은 영화들이 나오죠. 그리고 한석규라는 배우에 대한 실망도 커지네요. 90년대 초반만 해도 출연 했다하면 홈런을 쳐내던 배우인데 요즘엔 드라마나 영화나 영화 선택을 잘 못하는 것 같네요. 감이 떨어진 것일까요? 아님 한국 영화가 재미없는 영화만 만들어서일까요?

맛을 내기 위해서 잘 알려진 재료들을 많이 넣어서 만든 섞어찌개 같은데 맛이 없는 영화네요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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