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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사진평론가의 시선으로 본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

by 썬도그 2014.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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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진책을 뒤적여보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해주는 책은 없습니다. 대부분이 카메라 관련 기술서적이고 감성놀이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너무 평범하고 대중적인 카메라 관련 서적이 대부분이자 취미서적이 대부분입니다.

최근에는 사진 인문서적이 꽤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사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찍어야 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추상적인 글도 좋긴 하지만 한국에서 사진가로 살아가는 방법이나 사진 보는 방법이나 한국 사진계를 냉철하게 비판하고 분석한 책은 거의 없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2014/05/20 - [세상 모든 리뷰/책서평] - 한국 사진계에 돌직구를 던진 책 `사진직설`

읽은 책이 그나마 한국 사진계에 대한 꾸중과 비판을 꽉꽉 담았습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인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입니다. 이 책은 2013년 가을에 나왔는데 그 특이하고 끌리는 제목 때문에 출간 되자 마자 보려고 했지만 1년이 지나가는 지금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사진평론가 박평종입니다.
내가 올해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사진강의는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린 '미술관속 사진페스티벌'이었습니다. 
이 미술관속 사진페스티벌은 사진과 사진계와 사진전시회 등 사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토론 할 수 있는 아주 유의미한 자리였습니다. 여기서 책에서 들을 수 없었던 다양한 한국 사진계의 병폐와 문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미술관속 사진페스티벌의 진행을 맡은 분이 바로 사진평론가 박평종입니다. 당시에는 이 책의 저자가 박평종인지 모르고 본 상태였는데 책 저자를 보니 익숙한 이름이 있어서 너무 반갑더군요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는 제목이 참 좋습니다. 사진 전성시대라고 할 정도로 사진은 광범위하게 공기처럼 퍼져있지만 정작 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진작가나 사진가들은 큰 돈을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상업사진을 하는 분들은 먹고 살만 하지만 남이 요구하는 사진이 아닌 자신이 창조하는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들은 큰 돈을 벌지 못하고 있고 자신의 작품 활동을 지속하는 사진작가는 일부입니다. 

사진은 전성기지만 사진작가는 우울한 이 시대를 고스란히 담은 제목에 훅 끌리더군요. 책은 한성필, 구성수, 노순택, 노상익, 김규식, 강용석, 최봉림이라는 국내 사진작가들을 소개 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좀 읽다가 건너 뛰었습니다. 아는 사진작가도 있고 모르는 작가도 있지만 이런 사진작가에 대한 소개의 글은 이미 많이 접해서 별 흥미가 없습니다. 이 부분을 건너 뛰고 바로 2장으로 넘어갔습니다.


2장. 우리 사진의 풍경과 역사는 

한국 사진의 시작부터 찾아 들어갑니다. 근대 한국 사진을 다루던 저자는 1980년대와 2000년대의 다양한 문화가 섞이고 있는 현재의 한국 사진계를 다룹니다. 이 2장에서 저자는 한국 사진계가 너무 사대주의적인 시선에 머물러 있다고 혹독한 비판을 합니다. 한국 사진만의 담론이나 새로운 시선이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서양에서 인기 있던 사진 사조를 무비판적인 수용을 하거나 반대로 너무 한국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폐쇄성 이 양 극단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지적합니다. 

또한, 분단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한국을 제대로 담는 사진작가가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한 비판도 합니다. 


관 주도의 분단 60주년 사진전에 대한 비판도 하는데 아무래도 관이 주도하다 보니 사진작가들의 주체성 보다는 국방부의 입김에 대한 영향을 받은 것을 비판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비무장지대를 찍어서 국가 보안법에 저촉을 받아서 구속된 사진작가와 다른 잣대로 비무장지대에 카메라를 개방한 이중적인 태도에 작가들이 참여한 것에 대한 비판이죠. 

이 책은 이런 쓴소리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렇다고 쓴소리만 하는 것은 아닌 칭찬과 함께 정리를 잘 해 놓은 책입니다. 요즘은 사진작가에 대한 비판의 글이 거의 없죠. 이상하게도 영화에 대한 비판의 글은 많아도 사진에 대한 비판의 글은 보기 힘듭니다. 

그 이유는 아무나 비판의 자격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진도 모르면서 무슨 비판을 하겠습니까? 했다고 쳐도 블로거 나부랭이가 무슨 사진 비평을 하고 비판을 해? 그러겠죠. 그럼 사진평론가들이 하냐? 잘 하지도 않습니다. 아니 한국에 사진 평론하는 분의 보기 드뭅니다. 가끔 전시회 서문에 사진평론가 겸 사진작가로 명함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 결혼식 주례사 같은 글들이라서 보기 힘들죠

이 책의 재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차분한 어조 그리고 최대한 객관적이면서도 건조한 어조로 한국 사진계를 되돌아보고 짚어보고 분석하며 칭찬과 비판을 가지런히 놓아서 읽기 좋게 차려 놓은 책입니다.



3장은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가 담깁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 아마추어 사진가의 미래, B급 작가에 대한 생각, 유명 사진전, 언제까지 수입만 할 것인가?라는 흥미로운 주제가 나옵니다. 

여기서 몇몇 부분 인용을 해보겠습니다. 
아마추어 사진가의 미래에서는 아마추어 사진들은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한 정형성만 가득한 사진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60년대 아마추어 사진이나 2014년 아마추어 사진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는 공모전 형태의 변화가 없음도 있고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목적성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자 한계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참 공감이 갑니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목적성은 70년대나 80년대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풍광이나 좋은 피사체를 더 잘 담고 더 멋지게 담으려고만 하죠. 사회에 대한 고민도 없고 세상에 대한 고민을 사진에 녹이지도 못합니다. 깊이 있는 시선은 거의 없고 10초 안에 느낌 팍 주는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사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모습을 탓하거나 손가락질 할 수는 없습니다.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근엄한 세상에 대한 시선을 요구할 수 있나요. 하지만 아마츄어들의 사진이 10년을 해도 늘지 않는 것은 깊이 있는 시선의 부족이자 목적이 빤하기 때문에 발전도 진전도 없습니다. 

그러니 80년대 90년대 사진공모전이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네이버 오늘의 포토로 바뀌었고 여기에 오르려고 추천 품앗이를 하고 SLR 1면 가려고 그렇가 아웅다웅 다툼을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공모전의 경박성을 비판 합니다. 사진 1장을 가지고 그 사진을 대가가 찍었는지 고등학생이 찍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문제는 지속성입니다. 아마츄어 사진가들이 추구해야 할 부분은 지속성입니다. 꾸준한 퀄리티의 양질의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정형화 된 사진만 찍고 공모전에서 좋아할 만한 탐미적인 사진만 찍습니다.  저자는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집이 대히트를 한 모습에서 해답을 제시합니다. 꾸준하게 찍고 애정을 가지고 찍으면 사람들의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사진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윤미네 집 사진집의 사진 하나 하나는 볼품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묶으면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우리는 1발의 총알로 명중시키려는 사진만 찍으려는 것은 아닐까요?

B급 작가에 대한 생각은 이 책에서 가증 눈여겨 본 부분입니다. 제가 궁금했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제주도 풍광을 찍은 김영갑이나 최민식 사진작가가 왜 사진계에서는 B급 작가로 인정 받을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줍니다. 이는 왜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사진전이 인기가 있다고 가치가 높은 A급 사진전이라고 할 수 없는 지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B급 작가들의 유명세는 그들의 감수성이 대중의 보편취향과 잘 맞아떨어지는 데서 기인한 것임이 틀림없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풍경사진가 마이클 케냐 또한 그렇다. 그의 사진이 아름답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이는 전문가라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름다운 그의 사진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업주의 작가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이는 그의 사진에 아름다움을 제외하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을 뿐더러 나아가 이를 상품화함으로써 대중의 보편취향에 편승하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은 집에 걸어두고 싶기는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통념이 되어버린 낡은 사고를 뒤집어보게 하는 기바한 제안이나, 비록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감성을 확장해주는 창의적 시도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 251페이지 중 일부 발췌>

박평종 평론가에 따르면 최민식, 김영갑 같은 뛰어난 다큐 사진 또는 풍광 사진을 찍은 사진가들이 A급이 아니 B급이 된 이유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보다는 기존의 가치를 좀 더 다듬은 정도라서 A급이라고 말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참 공감이 갑니다. 새로운 가치를 발겨하고 창출하지 못하고 기존이 가치를 재해석하지도 않고 그냥 좀 더 예쁘고 멋지게 기록하는 사진작가는 대중적 인기는 높을지라도 사진계에서는 높게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궁금한 게 1980년대 서울의 달동네를 꾸준하게 카메라에 담은 '골목안 풍경'의 사진집으로 유명한 김기찬 사진작가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될까요? 그가 찍은 사진도 그냥 흔한 다큐식 사진이자 조형성이 뛰어난 사진들이 많습니다. 그 자체로는 큰 가치가 없긴 합니다만 그 80년대 달동네늘 10년 넘께 꾸준하게 카메라에 기록한 사진가가 많지 않아서(대부분 신선회가 이끈 리얼리티 사진은 5~60년대에 집중) 사진적 가치가 무척 높다고 생각하는데 그 김기찬 작가도 최민식 작가처럼 B급일까요?

반면 저자가 생각하는 A급 사진작가는 누구일까요?
아마도 책 초반에 거론한 작가들이 아닐까 합니다. 이 중에서 노순택 작가는 꾸준하게 한국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힘이 있습니다. 때로는 직구로 때로는 변화구로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사진으로 담습니다. 제가 노순택 사진작가의 영향을 받아가는지 요즘은 감성사진이고 뭐고 블링 블링한 사진 찍을 줄도 모르지만 잘 보지도 않습니다. 흔한 달력 사진을 보면 이제는 별 감흥도 없네요.

그렇다고 다큐를 찍는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사진 열정이 떨어진 듯 합니다. 그러나 이런 책을 읽으면서 그 열정을 좀 더 키워가야겠습니다. 

이외에도 이 책은 한국 사진상의 문제좌 지원제도의 문제점과 사진 초상권 저작권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씩 담습니다. 깊이는 깊지 않고 오래 말하지도 않고 툭툭 쨉을 날리듯 가볍게 간단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게 좀 아쉽습니다. 그러나 박평종 사진평론가가 쓴 책이 꽤 많습니다.



매혹하는 사진

저자
노순택, 박평종 지음
출판사
포토넷 | 2011-01-10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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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인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 한국현대사진의 매혹에 빠져들다[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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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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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 | 2006-05-10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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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사진사에 등장하는 주요 작가들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소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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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의 자생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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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박평종 사진평론집『한국사진의 자생력』. 1부에서는 한국사진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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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의 선구자들

저자
박평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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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 분야의 최신 이론과 경향 그리고 고전적 저작들을 살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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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의 미학 - 기호 이미지론과 사진의 기초 개념

저자
박평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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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의 미학]은 사진의 주요 문제를 미학적인 관점에서 정리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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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선 사진평론가와 함께 이 박평종 사진평론가의 글도 꽤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진동선 사진평론가가 좀 더 시적이라면 박평종 사진평론가 글은 담백하고 건조한 수필 같은 느낌입니다. 

2006년에서 2007년에 꽤 많은 책을 냈는데 이 책들을 구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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