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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김연아의 밴쿠버 금메달보다 소치 은메달이 더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 본문

휴게실/스포츠뒷담화

김연아의 밴쿠버 금메달보다 소치 은메달이 더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

썬도그 2014. 2. 21. 19:47

전 이번 올림픽 안 봅니다. 이상화 선수가 500미터에서 우승한 후 일어나는 일련의 스포츠 내셔널리즘을 보면서 변한 것이 없구나 느끼고 올림픽을 끊었습니다. 금메달 딴 선수는 어깨에 무등을 태워서 전국을 돌아다닐 태세면서 메달을 따지 못하는 선수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보면서 여전히 '메달 지상주의'국가라는 다시 한 번 느끼고 올림픽을 끊었습니다.

그래서 김연아 선수의 피겨 경기 보지 않고 그냥 잘 잤습니다. 
그런데 왜 김연아 선수 이야기를 꺼내냐고요? 제가 좀 할 말이 있어서 이 블로그에 적어봅니다. 미리 밝히자면 전 김연아 선수 팬도 응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별로 좋아하는 선수도 아니고요. 제 블로그에 김연아로 검색하면 비판적인 글들이 많습니다. 

특히, 고대 입학하는 과정이나 일련의 모습을 좋게 보지 않고 그 때문에 김연아 선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김연아 선수를 좋아하지 않기란 참으로 힘들죠. 좋아하지 않는다는 자체만으로 부정적인 사람으로 인식되고 심한 욕을 먹을 각오도 해야 합니다. 실제로 사석에서 김연아 선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가 외계인 쳐다보듯 하는 시선을 많이 겪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김연아 선수 이야기를 할 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프라인이 이럴진데 온라인은 더 심합니다.

일련의 김연아 선수에 대한 비판적인 글에 악플은 기본, 친한 이웃분도 쓴소리를 하는 등, 많은 부침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김연아 선수에 대한 글을 쓰지도 관심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김연아 선수의 희생정신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김연아 선수는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선수이자 2014년 소치 올림픽의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은메달을 땄다는 소리에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에 검색을 해보니 클린 연기를 했음에도 러시아의 홈 텃세에 은메달을 땄다는 기사가 많이 보이더군요.  많은 분들이 억울해 하면서 국제 빙상연맹과 한국 빙상연맹을 동시에 공격하고 있습니다.

서명 운동까지 하고 있는 듯 하네요. 전 피겨 경기도 보지 않았고 편파적인지 홈 텃세인지 뭔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평창 올림픽에서 홈 텃세 소리가 나오면 마찬가지이니 평창 올림픽에서나 홈 텃세나 안 부렸으면 합니다


김연아 선수가 소치 올림픽을 출전한 이유는 후배들을 위해서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딴 후 일어진 일련의 모습을 보면 스포츠와 민족주의가 결합된 광풍을 목도 했습니다. 저는 쇼비니즘이라고 하는 극단적 애국주의를 극도로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황우석 사태때 어떻게 진실이 왜곡되고 광끼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부정을 하고 진실 부정을 넘어서 인지부조화론자가 되는지를 똑똑히 봤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철저하게 개인주의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제가 김연아를 싫어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스포츠 애국주의(내셔럴리즘)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연아 선수 자체에 대한 비판은 고려대 부분 빼고는 특별히 할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칭찬할 부분이 많은 선수입니다. 그러나 김연아를 둘러 싼 극단적 애국주의가 도를 지나쳤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나로써는 김연아의 고대 입학에 대한 편의(?)가 부드럽게 보이지 않았고 한 고대 교수가 김연아를 비판하는 글을 소개하면서 옹호 했더니 엄청난 악플들(지금도 꾸준하게 달립니다)이 답례로 오더군요. 

그 이후 김연아를 쳐다도 보지 않았고(김연아 선수가 밉기 보다는 그 주변 현상이 좋게 보이지 않아서요) 이번 올림픽에서도 응원도 선전을 기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본 영상을 보면서 이번 소치 올림픽이 김연아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제작된 김연아에 대한 15분 짜리 영상물인데 워낙 유명하니 다들 한 번 쯤은 봤을 것입니다.

그 영상물을 보니 김연아가 이번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이유는 후배들 때문이라고 하네요. 후배들의 올림픽 티켓을 따주기 위해서 '세계 선수권 대회'에도 출전하고 올림픽도 출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영상물에 뭉클 했습니다. 김연아 안티는 아니지만 김연아에 대한 비판글을 썼다가 선수까지 미워하고 있는 제 꽁꽁 언 마음을 녹여주었습니다. 

전 은메달은 아쉽기는 했지만 김연아의 그 희생정신은 금메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선수가 자신이 아닌 국가가 아닌 후배들을 위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올림픽에 출전을 하겠습니까?  저는 자신과 본인이 아닌 후배들을 위하는 그 마음에 감동 했습니다.  

이전에도 김연아 선수의 마음씨가 곱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빙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나 혼자만의 영광을 넘어서 피겨라는 비인기 종목을 지금의 여자 골프처럼 키우려고 하는 모습은 감동스럽죠.  그러나 이렇게까지 김연아가 후배들을 챙기고 큰 언니로써 자신의 부상의 고통을 이겨내고 출전한 자체가 전 감동스러웠습니다.

은메달이 아닌 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이번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자체로 희생이라는 큰 가치의 메달을 이미 땄습니다. 이제 다 끝났어!라는 코치의 말에 눈물을 흘린 김연아 선수, 저는 메달보다 그 말에 울먹이는 김연아 선수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동을 좋아서 하는 선수가 얼마나 될까요? 가장 좋은 것은 운동을 좋아서 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좋아서 하기 보다는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운동선수들이 많습니다. 김연아도 피겨를 좋아서 시작했을 지는 몰라도 수 없이 점프하고 넘어지는 그 고통을 견뎌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같이 엘리트 체육을 하는 나라에서는 스포츠를 좋아서 하기 보다는 잘 하기 때문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잘 한다는 것은 고통의 연속입니다. 잘 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잘 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아도 해야 했습니다. 잘 하는 것은 평생 잘 하지만 좋아함은 주기가 짧습니다. 좋아서 시작한 일도 나중에 시큰둥 해지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대부분의 운동 선수들이 좋아서 시작 했다가 좋아함은 사라지고 잘함만 남아서 프로가 되는 것 아닐까요?

김연아 선수의 속내를 내가 알 수 없지만 지난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로 김연아 선수는 피겨에 대한 흥미를 잃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목표를 이루었기 때문에 동기 부여할 것도 없었고요. 그런데 후배들의 올림픽 출전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서 좋아함이 사라진 피겨를 다시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까지 그 희생이 빙판 위를 날았습니다. 

고생 했습니다. 그리고 국가가 아닌 후배들을 위한 그 스케이팅이 더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스케이트화 벗고 편한 생활을 계속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나눠주는 즐거운 시간들 가졌으면 합니다.  이 말이 오늘이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었습니다. 수고했어요. 김연아 선수

3 Comments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luckydos.com BlogIcon 럭키도스™ 2014.02.21 22:18 신고 우리나라 사람들 좀 심하죠...하지만 김연아 선수는 지금까지 수고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떤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4.02.21 22:54 신고 네 어린 소녀가 여인이 될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을까요? 그리고 20대 중반이 되고 있지만 40대인 저 보다도 더 어른스럽다니까요. 이젠 웃는 얼굴로 편안한 20대 후반 맞았으면 해요. 모든 짐 다 내려 놓고 행복한 일만 가득 하길 바래야죠.
  • 프로필사진 그녀석 2014.02.22 01:08 이제는 진짜 부담감없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쉽지는 않겠지만요.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금은 평창에서 수거하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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