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의 향기/책서평

사물의 진중한 관찰과 색다른 시선으로 담은 책 사물판독기

by 썬도그 2014. 2. 12.
반응형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결합은 우리에게 집중력을 앗아갔습니다. 5분만 지루해도 못 견뎌하는 현대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항상 쾌락을 탐닉하고 중독된 사람들 같습니다. 이 사라진 집중력은 관찰력의 부재로 연결됩니다. 우리는 어떤 것을 5분
이상 바라보지를 못합니다. 어떤 것을 그 속내를 단박에 드러내지만 어떤 것은 5분 이상 지켜봐야 그 사물의 속성이
스멀스멀 기어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 5분 안에 모든 것을 판단하고 한 순간적인 이미지가 그 사물의 이미지라고
생각하고 다른 것을 바라보기 위해서 고개를 돌립니다.

그러나 이 경박 단소한 시대에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가지려면 한 사물을 5분 이상 바라보고 5분 이상 생각하는 관찰력을
길러야 합니다. 이 관찰이야말로 사물의 이면은 물론 사물의 색다른 면 혹은 그 사물과 링크된 수많은 현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책 사물 판독기(부제 : 미술평론가가 본 사물과 예술 사이)는 미술평론가 반이정이 쓴 책입니다. 

반이정은 미술평론가입니다. 동시에 블로거이기도 하죠. 반이정의 블로그(http://blog.naver.com/dogstylist)
제가 rss로 구독하고 있는데 쉬운 글쓰기와 친근함이 샘 솟는 곳입니다. 혹, 예술 특히 미술에 관심 있는 분들은
즐겨찾기 해도 손해는 없을 것입니다. 

이분이 최근에 책을 냈습니다. 책 제목은 '사물 판독기'입니다.
이 책은 <한겨레 21>의 '반이정의 사물보기' 연재물을 책으로 엮은 책입니다. 하나의 사물을 정하고 그 사물에
대해서 1시간 정도의 명상과 원고지 2.5매의 짧은 글을 적어나가는 방식의 글을 엮은 책입니다. 반이정이
들여다본 사물은 100개로 실로 다양한 사물이 이 책에 등장합니다. 

예술은 잘 모르지만 예술에는 오브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일상에서 많이 보는 일상 용품이나
생활 용품을 원래의 기능을 제거하거나 엉뚱한 곳에 배치해서 그 기능성과 의미를 전혀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을
오브제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마르셀 뒤상'이 화장실에 있는 변기를 뜯어내서는 미술관 바닥에 누워 놓고 '샘'이라고 명명해서 그
변기가 작품이 되듯 사물의 기능성을 거세하거나 아니면 그 기능성을 왜곡시켜서 새로운 기능이나 새로운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을 오브제라고 합니다. 미술계에는 이런 오브제 놀이(?)를 참 많이 하는데요. 미술평론가답게 날카로운
시선으로 일반인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사물의 이면과 상징성과 의미를 비틀어보고 확대하고 조합하는 글을 이
책에 가득 써 놓았습니다. 

왼쪽에는 화가나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소개하면서 오른쪽에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모든 글이 만족스럽거나
유쾌하거나 공감 가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꽤 재미있는 시선과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내복에 대한 글이 꽤 재미있네요

입은 이의 '신분과 무관'하게 우둔한 발레리나로 둔갑시키는 내복의 몰취향은 입은 이의 '의지와도 무관'하며 그저 착용자의 '막돼먹은' 체형과 유관할 따름입니다. 하여 내복 착용의 결정 요인은 바깥 기온의 하강보다는 안(內) 자존심의 포기 여부와 밀접합니다. 

<사물 판독기 53페이지 중에서>

이런 식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사물들을 저자인 반이정은 아주 재기 발랄하고 유쾌하게 비꼬고 해석하고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의미들을 캐서 나열하고 조합해서 보여줍니다. 이 과정의 재미가 무척 좋은 책입니다. 재래시장을
실물 경제의 지표이기보단 정치와 미디어가 협력으로 지은 가설무대라는 지적과 '민생 탐방'을 위한 한시적
명승지라는 표현에는 깔깔 대고 웃었습니다. 물론, 웃긴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 사는 세상이 정말 코미디 그 자체입니다.
서민 정책보다는 부자 우대 정책을 하면서 재래시장 가서 물건을 사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참! 서민적인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우리는 합니다.
그 자체가 얼마나 코미디입니까? 저자 반이정은 이런 날카로운 풍자와 조소와 함께 유쾌한 시선으로 기존 사물을 해체 재조립을 합니다. 

흰 면바지와 일상복을 입고 국회의원 선서를 한다고 손가락질을 했던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 복장 불량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뱉으면서 정작 본회의 지각, 불참, 금품 수수, 성추행, 불성실한 의정활동 등에는 눈감아주는 저런 무뢰배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상대적 유쾌함입니다. 
이 '사물 판독기'는 짧은 100개의 사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사물을 분류하는 첫머리에는 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미물 예찬, 키치, 공간 읽기, 섹스, 색깔론, 미신들 등의 긴 글은 꼭 읽어 봤으면 할 정도로 글이 아주 좋네요. 차라리 그
긴 글을 나열해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짧은 글이 한 입에 먹기는 좋기에 틈 나는 대로 읽어보기 좋은 책입니다. 

http://photohistory.tistory.com2014-02-12T11:55:420.381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