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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7번방의 동화 같았던 억지 신파의 영화 '7번방의 선물'

by 썬도그 2014.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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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스토리가 짜임새 좋은 영화를 만듭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탄탄한 스토리는 어디다 팔아 먹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짜집기해서 만든 영화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광해'는 허리우드 영화 '데이브'를 배꼈다는 의혹을 받게 되었고 이번 설에 개봉중인 '수상한 그녀'는 영화 '빅'의 할머니 버전이라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뭐 이미 모든 이야기는 다 소설로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변명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창의적인 이야기를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솟아나고 있습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7번방의 선물'은 히트 영화입니다. 특히 7번방의 선물은 1,281만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역대 흥행기록 3위에 랭크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보지 않았습니다. 형편없는 시나리오와 개연성이 떨어지는 행동들이 많다는 소리에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설에 두 작품을 모두 TV에서 방영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청 했습니다. 

후회를 했습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몇몇 장면에서 어이가 없긴 했지만(북한 특수 공작원들이 동네에서 대놓고 북한말을 쓰다니) 전체적으로는 이야기 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액션도 꽤 나오고 유머 코드도 그냥 그런대로 괜찮더군요. 특히 김수현의 연기와 외모력은 남자인 내가 봐도 반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7번방의 선물은 아무리 느슨하게 본다고 해도 이 영화는 한숨만 푹푹 나오네요


아이엠 샘 까지는 괜찮았다

7번방의 선물은 지능이 떨어지는 용구라는 아빠와 귀엽고 깜직하고 똑똑한 딸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설정은 이미 허리우드 영화 '아이엠 샘'에서 숀 펜과 다코타 패닝이 선보인적이 있어서 창의적인 관계는 아닙니다. 그냥 아이앰 샘을 그대로 한국에 갖다 놓은 설정이죠.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식상합니다. 그래서 전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아이앰 샘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 영화가 한국 영화라는 것과 배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류성룡과 갈소원양의 연기는 숀펜과 다코타 패닝의 연기와 비슷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더군요. 

영화 초반은 이 두 부녀지간의 찰떡 캐미가 영화를 흥미롭게 하고 있습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처럼 이 영화도 영화관에서 보지 않은 것을 후회할 줄 알았습니다. 속으로는 제 영화 관람 선택의 길라잡이인 이동진 평론가에게 인상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혹평한 영화라고 해서 모두 재미 없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다짐을 하면서 영화를 계속 봤습니다.


세일러 문 가방을 사고 싶어하는 딸을 위해서 한 달 1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모아서 어린 딸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사줄 생각에 용구는 하루 하루가 즐겁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고 용구는 어린 아이를 유괴한 후 살해한 유괴 살인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갇히게 됩니다. 


교도소가 아닌 유치원 같은 이질감

7번방의 선물은 이 교도소 부분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교도소에서 순박한 용구와 다른 재소사 사이의 알콩 달콩한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며 이 교도소에 딸 예승이가 들락 거리는 내용이 계속 보여집니다.

영화는 이 교도소 장면을 환타지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감독이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고 하지만 교도소를 유치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사상 가장 밝고 알록달록한 교도소가 7번방의 선물에서 나오는 교도소이고 실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밥을 방안에서 먹는 모습은 이건 교도소가 아닌 무슨 안방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과도한 설정은 사실성이 확 떨어져서 저에게는 몰입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영화가 추구하는 목표가 부녀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블링블링한 교도소가 나온 것은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고 쳐도 이 영화의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부자연스러움의 연속입니다. 



딸이 교도소 안을 들어오는 모습이나 용구의 본래 모습을 정 교도관이 단박에 파악하고 적극 지지하는 모습 등도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같은 교도소 방을 쓰는 동료 재소자들의 깨알 웃음은 이 7번방의 선물의 억지스러운 스토리를 다독여주고 차분하게 끌어 내리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억지 신파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많은 분들이 봤기에 스포일러임을 무릅쓰고 적어보자면 영화 후반에 딸을 위해서 희생을 하는 용구의 행동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또한, 그 과정이 억지스럽습니다. 마치 눈물을 짜내기 위해서 억지 설정을 한듯 한데 아무리 서울시 경찰청장이 못난 사람이라고 해도 저 정도로 막무가내는 아닐 것입니다. 또한, 그런 악행을 풀어주는 것이 보통의 영화들의 끝맺음인데 이 영화는 그냥 그대로 끝이 납니다. 

이 영화가 사회 비판적인 영화라면 그게 현실일 수 있지만 가벼운 영화 아닙니까? 그럼 권선징악 구조는 그려줘야죠. 그냥 그대로 덮어 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와도 상관 없다는 그 몰인정한 태도는 이 영화의 눈쌀을 찌푸리게 합니다. 


더구나 기구를 타고 탈출을 시도 하는 모습은 그냥 하나의 은유를 위해서 억지로 만든 예쁜 그림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습니다. 영화 첫 장면에 나온 노란 풍선이 철조망에 걸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그림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네요

스토리를 이런 식으로 쓰면 안 됩니다. 이런 식의 개연성 없는 억지 춘향식 스토리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객을 울려야지 배우들이 우는 것도 신파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입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 관객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눈물이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착한 아버지와 딸의 이별 장면만 뚝 뜯어내서 봐도 눈물을 참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설정을 만들기 위해서 아버지와 생이별을 해야 하는 스토리는 한숨만 나오네요. 배우들의 연기가 그나마 볼만 했지 시나리오는 정말 저질 동화 수준입니다. 이런 저질 시나리오 영화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최근 들어 관객들이 재미있어 했던  검증된 스토리를 윤색해서 내놓는 영화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대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기시감 가득한 시나리오 몇개를 섞어서 내놓고 있는데 이게 하나의 트랜드가 되어서 점점 더 노골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들이 많네요.

이런 기획영화들은 극장 배급력으로 쉽게 수백만을 끌어 모을 수는 있지만 최고의 한국영화라는 소리는 듣기 힘듭니다.
2천년대 초반, 영화 제작사들이 감독에게 전적으로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겼던 그 시절에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라는 명작 한국 영화들이 나온 것을 우리는 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다시는 그런 기발하고 다양한 소재의 한국 영화를 만나긴 힘들어졌습니다. 7번방의 선물은 7번방의 억지 동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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