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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맑은 슬픔과 맑은 기쁨이 가득한 맑은 영화 '마테호른'

by 썬도그 2014.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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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프레드는 시계 같이 정확한 사람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편하게 아침을 준비한 후에 정각에 맞춰서 기도를 하고 식사를 합니다.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프레드는 청교도 같은 금욕주의 삶을 살고 있는 듯한 마을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내나 아이들은 무슨 연유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 하루 고독하게 금욕주의적인 검소한 삶을 살고 있는 프레드에게 이상한 사람이 찾아옵니다. 


아니, 프레드가 먼저 찾아갑니다. 창 밖을 보니 어제 자기에게 기름이 떨어졌다면서 기름을 빌렸던 사람이 다른 집에 가서 또 자동차 기름을 빌리고 있습니다. 프레드는 이 남자에게 찾아가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차가 어디 있나고? 차가 있는 곳으로 가서 정말 기름이 없는지를 보자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도 없습니다.

프레드는 화를 내면서 어제 가져간 자동차 기름값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돈이 없습니다. 프레드는 정원의 잡초를 제거하라고 시키죠. 잡초 제거를 한 남자를 프레드는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딱히 갈 곳도 없어 보이는 노숙자 같아서 자기 아들 방에 재워주기까지 합니다.  

이 남자는 이름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여러모로 상당히 이상한 사람입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 같은 이 사람을 프레드는 외로움 때문인지 계속 데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이 남자가 동물 흉내를 잘 낸다는 것을 알고 동물 울음 소리와 흉내를 가르칩니다. 


그렇게 프레드 악단은 탄생합니다. 프레드는 노래하고 남자는 동물 흉내를 내면서 아이들 생일 파티 공연을 하면서 돈을 법니다. 그전까지 프레드는 딱히 직업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별똥별 같이 떨어진 남자와 함께 돈을 벌면서 이상하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아내와 아들의 빈자리고 생긴 긴 외로움의 터널을 이 남자 때문에 함께 빠져 나오고 있습니다. 



종교의 순수함이 오히려 프레드를 더 숨막히고 외롭게 하다

디테릭 에빙어 감독의 네덜란드 영화 '마테호른'은 로테르담 영화제 관객상, 모스크바 영화제 관객상 등 해외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툭 떨어진 듯한 남자인 노숙자 모습의 테오는 영화 중반까지 이름도 정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5살 먹은 아이 같은 정신 수준이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테오는 프레드의 말이라면 무조건 잘 따릅니다. 영화는 이 테오라는 남자의 정체 때문에 호기심을 게속 자극 합니다. 저 남자는 뭘까? 어디서 왔으면 정체가 뭘까? 그런 테오를 왜 프레드는 계속 데리고 있을까?프레드는 왜 아내와 헤어졌을까? 아들 요한은 어디로 갔을까?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듭니다

참고로 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감상하려면 그런 의문을 가지되 너무 깊게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그냥 감상하시되 너무 깊게 왜? 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감상법입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여러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82년 작 '화니와 알렉산더'와 같이 숨막히게 하는 종교 근본주의자의 폭력성과 영화 '밀양'의 느낌도 들었습니다. 

프레드가 사는 마을에는 마을 한 가운데 큰 교회가 있습니다. 마을 사람 모두 이 교회를 다니고 일요일은 절대로 일을 하지 않습니다. 누가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지도 빈 자리를 보고 알 정도로 철저할정도로 금욕적인 종교 생활을 합니다. 마치 바흐의 음악처럼 정확한 박자와 정확한 음을 누르는 삶입니다. 교과서에 나온 아니 성경에 나온대로 살아야 하는 삶들이죠. 

프레드의 삶이 그랬습니다. 시계같은 정확한 삶,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삶이 결코 자신의 외로움을 다 치유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아내와 아들이 없음에 대한 외로움은 이 지루하고 정확한 종교의 삶에서는 치유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던 삶에 테오라는 노숙자 같은 사람이 들어옵니다.


프레드는 형식과 격식을 무척 좋아하지만 테오는 즉흥적인 사람입니다. 프레드가 클래식이라면 테오는 잡음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프레드는 이 파리가 윙윙거리는(실제로 영화 내내 파리가 윙윙거리고 다님) 테오에게 큰 위안과 정을 느끼게 됩니다. 말을 걸 사람도 많지 않았던 삶에서 테오는 영혼의 말 상대가 되어줍니다. 

영화에서 가장 명장면을 꼽으라면 이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일요일 모두가 교회로 무채색 옷을 입고 갈때 프레드는 노란색 잠바를 입은 테오를 데리고 아이들 생일파티 공연을 갑니다. 드디어 프레드는 이 클래식 같은 지긋지긋한 종교적인 삶을 벗어 버립니다. 



전 영화 내내 잔잔한 눈물샘을 깔고 봤습니다. 그 이유는 프레드의 외로움이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아내와 아들 없이 혼자 살고 있던 프레드의 모습 하나 하나가 이 남자가 얼마나 외롭게 지내왔는지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해주었고 그 연민은 테오라는 남자를 통해서 저 크게 확대 됩니다. 

생각보다 영화는 아름다운 풍광을 많이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마테호른 풍경도 영화 마지막에 살짝 담기기만 하지 많이 담기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에는 마테호른에서 세상과 포옹하는 프레드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벗어 버리는 프레드의 용기와 화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많은 영화가 떠오릅니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화니와 알렉산더',  정신지체적인 모습은 '레인맨' 등의 다양한 영화가 떠오르네요. 영화 후반에는 모든 의문이 해소되는데 그 이유들이 아주 맑고 투명합니다.  맑은 슬픔과 맑은 기쁨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마치 북유럽 가구처럼 미니멀하고 조용하면서도 계속 웃음을 유발합니다. 약간의 튀는 듯한 모습이 아쉽기는 해도 잔잔하고 지평선이 보이는 농촌 풍경을 보는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아무리 그 삶이 바르고 정직하고 바람직하다고 해도 강요된 삶이 얼마나 사람을 옥죄이고 외롭게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참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정확한 음과 정확한 박자의 바흐의 음악이 아름다울 수는 있어도 때로는 잡음도 있어야 삶은 더 풍요로워집니다. 

마테호른은 프레드와 신이 만나는 장소입니다. 영화 마테호른은 용서와 관용과 이해에 관한 맑은 영화입니다.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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