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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추억을 길어올리는 우물

응답하라 1994 vs 케빈은 12살의 공통점 그리고 다른점

by 썬도그 2013.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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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사앓이에 빠진 1인입니다. 응사는 단언컨데 2013년 최고의 드라마입니다.

응답하라 1997는 보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전역 후의 시기라서 제 젊은 시절을 반영한 모습은 아니였습니다. 그러나 응답하라 1994는 다릅니다. 제 20대 초반의 추억을 그대로 박제한 드라마였습니다. 

응답하라 1994는 제 대학 초년생의 추억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서태지. 015B, 김건모를 지나서 매직아이, 호출기, 슬램덩크를 그대로 녹여 냈습니다. 때문에 이 응답하라 1994는 지금의 30대와 40대 초중반의 중년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년 초입의 사람들만 이 드라마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10대 아이들도 엄마 아빠와 함께 보는 국민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마치 1990년 KBS에서 평일 저녁에 방영한 미국 드라마 케빈은 12살과 닮았습니다.
네 맞습니다. 분류를 하자면 추억팔이 드라마인 케빈은 12살(Wonder Years)의 한국판 느낌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인 1988년 1989년 방영한 케빈은 12살, 케빈은 13살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 저런 드마라를 만드나 했는데 21세기에 드디어 그 시절을 제대로 재현한 드라마가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혹은 IPTV에서 하네요. 


1960,70년대를 추억하는 드라마 케빈은 12살

케빈은 12살(Wonder Years)는 1988년부터 1993년까지 미국 ABC방송에서 무려 6시즌을 방영한 장수 인기 미국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케빈은 12살, 케빈은 13살로 소개 되었는데 제 기억으로는 91년 무렵에 방영을 중단한 것으로 보아서 시즌 6에서 중간까지만 소개하고 접은 듯 합니다. 그러나 이 케빈은 12살은 90년대 초반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아류작이라고 할 수 있는 중학생이라는 국내 드라마가 방영 되었기도 했습니다(분위기는 많이 달랐지만요)

이 케빈은 12살은 사춘기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랑이 선생님 부류의 청소년 드라마라고 할 수 있지만 형식은 많이 달랐습니다. 케빈은 12살은 현재가 아닌 주인공 케빈이 중학교 시절을 추억하는 형태로 풀어갑니다. 주인공은 나레이션을 통해서 자신의 중학교 사춘기 시절을 소개하고 기억합니다. 


케빈은 12살은 케빈과 옆집에 사는 위니 그리고 폴 3명이 주축이 됩니다. 3명 다 미국의 중산층 아이들인데 같은 동네에 살면서 우정과 사랑을 키워갑니다. 

스토리의 핵심을 보면 케빈이 짝사랑하는 위니 쿠퍼와 친구인 폴과의 그냥 그런 사춘기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케빈의 사춘기 시절의 가족 안에서의 에피스드와 갈등 케빈과 위니의 사랑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모습이 엄청난 디테일로 묘사 되고 있습니다. 위니와 케빈의 러브 스토리는 당시 고등학생인 저에게는 너무나 낯 간지럽지만 진중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냥 가볍게 다루는 사춘기가 아닌 사춘기의 조증과 울증의 연속인 모습을 제대로 담았습니다. 

이런 탄탄한 러브 스트리와 우정은 깊은 몰입감을 불러 오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러브스토리만 이어갔다면 이 드라마는 평이한 드라마로 끝났을 것입니다. 이 드라마는 미국 대중음악의 발화 시기인 1960.1970년대의 명곡들을 O.S.T로 사용 합니다. 

항상 초반의 중년 케빈의 나레이션과 함께 1960년대 70년대 히트곡들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개 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한 케빈은 12살과 MBC의 청소년 드라마인 사춘기를 보면서 그 격차를 느꼈던 것은 음악입니다. 미국의 60년대 문화를 당시 히트한 음악에 녹여서 소개하는 케빈은 12살과 달리 사춘기는 당시 히트한 음악을 녹여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사춘기이라는 드라마를 폄하나 낮춰 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국이 케빈은 12살 같은 일종의 추억 팔이 드라마를 만드려면 당시 소품을 챙기거나 재현하는데는 그 역량이 참 부족해 보이더라고요. 미국의 허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엄청난 디테일로 예전 시대를 재현하더라고요. 1980,90년대만 해도 방송국의 역량이 딸려서 60,70년대 풍경을 잘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면 거대한 야외 세트장을 만들어서 재현하지만 그때는 그런 힘이 없었습니다.

3년 전에 순천 여행 갔을 대 1970년대 봉천동 달동네를 재현한 세트장을 직접 돌아보면서 문도 열어도고 두들겨 보면서 이 정도로 한국 세트장이 탄탄했나? 하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없으면 만들면 될 정도로 자본력이 좋아진 한국이죠.

케빈은 12살은 제가 미국에서 60년대를 산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재현했고 60.70년대의 히트곡으로 그 60,70년대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이렇게 한 시대를 제대로 재현하려면 자본력도 필요하지만 그 나라의 문화가 어느 정도 확립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언제 우린 케빈은 12살 같은 추억팔이 드라마를 만들까 했네요. 

케빈은 12살의 원제인 원더 이어스는 중의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놀라운 시대인 60,70년대의 풍요로움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그때가 좋았지!라는 한숨 어린 추억의 60,70년대의 경제 부흥기를 담았고 그래서 많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케빈은 12살은 전설적인 미드입니다. 



응답하라 1994. 2013년에 1990년대 초반을 기억하게 하다

1990년대 초반은 참 묘한 시대였습니다.가볍게 이야기하자면 하이브리드 시대였습니다. 김연수 소설속 표현을 빌리자면 '대뇌의 시대에서 성기의 시대'로 전환 되던 시기였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이념의 시대에서 쾌락의 시대로 넘어가는 시대였습니다.

낮에는 최루탄 가스 마시면서 시위를 하지만 저녁에는 락 카페를 가는 그런 시대였죠. 이념과 쾌락이 공존하는 참 묘한 시대였습니다. 92년에는 모든 대학생이 이념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닌 일부의 대학만 시위를 했습니다. 바로 1,2년전만 해도 전국 대학교와 전문대학교까지 모두 시위를 했지만 92년 그 시절은 서울 중심부에 있는 대학교만 주축이 되어서 시위를 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시위를 한쪽에서는 락카페를 가던 시대였죠

응답하라 1994는 이 시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1994년의 모습을 제대로 담고 있습니다. 교외에 있는 흔한 추억팔이 가게를 그대로 옮긴 듯 합니다. 소품 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1994년 그 당시의 소품을 제대로 옮겨 왔고 그 소품 하나 하나가 활어가 되어서 기억의 마중물이 되고 있습니다. 

단언컨데, 응사는 소품이 힘이 되고 재미가 되는 드라마입니다. 뒷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술팀장이 읍소 하면서 1994년 당시의 소품을 구했다고 하네요. 여수 여대생 윤진이가 좋아하는 서태지 소품은 서태지 팬들로부터 얻어 온 것입니다. 또한, 매회 소품 쇼를 벌이는 모습도 많은 30,40대 중년을 이 드라마에 혹하게 합고 있습니다. 


여기에 당시의 히트쳣던 가요가 배경음으로 깔립니다.
죄송하지만 한번 더 쓰겠습니다. 단언컨데, 한국 가요의 리즈 시절은 1990년대였습니다. 서태지, 이승환, O15B, 여행스케치, 김광석, ZAM, 듀스(그러보보니 이문세 노래는 왜 없지?) 등등 당시 히트한 노래가 엄청나게 나옵니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는 주제가 같이 쓰입니다. 

응답하라 1997보다 더 인기가 있는 응답하라 1994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먼저 서울을 지역기반으로 하기 대문에 서울, 경기도에 사는 2천만 중년들과 중년들의 아이들의 공감대를 흔들었습니다. 여기에 전국 팔도는 아니지만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의 사투리로 지역 민심까지 잡아 채고 있습니다.


음막만 그럽니까? 매직 아이 같은 당시 히트한 상품과 유희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장 완벽한 러브 라인인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칠봉과 쓰레기 나정이의 삼각 관게에서 젠틀하고 나긋 나긋한 칠봉이랑 결혼 했으면 하지만 누구랑 결혼하든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죠. 


케빈은 12살과 응답하라 1994의 공통점


뭐니 뭐니 해도 음악이죠.
당시의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서 당시 유행한  음악을 사용한 영화나 드라마는 많지 않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주연 취급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많지 않죠. 특히 드라마는 더 그렇습니다. 

케빈은 12살은 60,70년대 히트 음악을 주제가처럼 혹은 배경음악으로 깝니다. 이는 응사도 마찬가지입니다. 
92년 발매한 넥스트의 1집 인형의 기사라는 타이틀 곡을 기가 막히게 사용하는 모습이나 신해철 2집의 내 깊은 곳의 너라든지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 등등 정말 당시 히트한 노래들을 가사까지 살펴보면서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까지 헤아리면서 잘 배치합니다. 만약 어제 방영한 윤진이와 삼천포의 커플 신고식에서 여행스케치의 운명이 나오지 않았다면 정망 밋밋 했을 거예요.

또 하나의 공통점은 러브 스토리죠. 좀 다르긴 합니다. 삼각 관계와 만났다 끊어졌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케빈은 12살은 포레스트 검프를 닮아 보이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청춘 드라마의 필수 조건인 러브스토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총성을 울리자 윤진과 나정이가 사랑의 짝대기를 들고 뛰었고 지난 주에 윤진이가 삼천포와 사랑을 이루었고 나정이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소품입니다.
60,70년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8mm 영사기로 촬영한 케빈의 가족 모습을 드라마 인트로 영상으로 사용하는 모습이나 곳곳에서 60,70년대를 생각나게 하는 소품과 사건 사고는 응사가 94년도 사건 사고인 김일성의 죽음과 서태지와 아이들의 백워드매스킹 등의 모습은 공통점입니다. 


케빈은 12살과 응답하라 1994의 다른점

크게 없습니다. 

그래도 쥐어 짠다면 요즘 진보 논객들이 아쉬워하는 소리를 빌어서 소개한다면 1994년 당시의 대학 문화를 오롯하게 담지는 못합니다. 1994년이라고 해도 당시는 시위가 극심 했습니다. 특히 연대는 엄청났죠. 저는 당시 군대에 있을때인데 연대 출신의 쫄병이 1994년에 입대를 해서 시위 문화를 저에게 설파 할 정도로 시위가 꽤 많았습니다. 이한열 사건을 넘어서 1994년은 명지대 강경대군의 죽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습이 응사에는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노래패의 시위 노래는 들리긴 하지만 시국에 대한 시선은 없습니다.

반면, 케빈은 12살은 주인공들이 중학생이라서 시대를 관통하는 모습은 없지만 케빈의 누나를 통해서 히피 문화를 소개하고 있고 위니의 오빠가 베트남 전에 참전 했다가 전사한 모습을 통해서 베트남 전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크게 담고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청년의 아픔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물론, 응사도 연희동에 사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전두환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긴 하지만 그냥 농담식으로만 담습니다.

이 모습에 진보 논객은 못내 아쉬워 하네요. 저는 포레스트 검프를 참 좋아합니다. 포레스트 검프의 개인사와 시대사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서 촘촘하게 담는 모습에 탐 찰진 영화로 기억됩니다. 응사는 이게 좀 아쉽스니다. 뭐 변명을 들어보자면 감독이나 작가들이 예능 출신 작가들이라서 이런 껄끄러운 정치적 사건 사고를 일부러 피하는 모습 같기도 하고 그거에 대해서 크게 불만이 없지만 당시 청춘 그것도 연대생이라면 좀 더 깊게 들어가도 괜찮을 듯 싶은데 이게 없네요. 


추억팔이라고? 우리의 삶이 추억으로 전진하는 것은 모르나?

폄하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추억팔이 드라마. 네 폄하할만 합니다. 분명 소품 드라마라고도 비추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소품의 디테일로만 승부했다면 응사앓이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 응사앓이는 소품이 촉매제가 되었지만 그것만은 전부는 아닙니다. 

전 놀라웠던 것이 여러가지 미끈한 연출 테크닉이었습니다. 추억을 매게체로 하면서 신촌 하숙집 하숙생들의 슬픔과 아픔을 자연스럽게 잘 녹여 내고 있습니다. 칠봉이의 아픔과 여수 아가씨인 윤진이의 아픔 그리고 삼천포와 티격 태격 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모습을 은근하게 보여주는 그 스토리텔링은 압권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이기주의자 삼천포가 자전거 여행을 포기하면서까지 가장 앙칼지게 싸우던 윤진이 어머니를 마중 나간 모습이나 윤진이의 술버릇을 가로 막는 모습은 전율이 일어나네요. 편집 테크닉도 1등급입니다. 

추억팔이라고 하지만 우리 인간이 과연 추억 없이 현재만 향유하면서 살 수 있는 존재들인가요? 20대는 드라마 사춘기를 보면서 중학교 시절을 그리워하고 30,40대는 응사를 보면서 20대를 기억합니다. 기억 속에서 평생을 살면 병이 되긴 합니다. 
탑골 공원에서 장기를 두면서 내가 왕년에~~로 시작되는 잔소리들은 고리타분 하지만 그 기억을 되새김질 하고 그 과거에서 추억을 찾고 후회 속에서 반성을 기반으로 현재를 살아 간다면 그 추억은 현재를 이끌어가는 엔진이 될 것입니다. 못난 사람은 과거에서 살고 잘난 사람은 과거를 기억하며 현재를 사는 것이죠. 


언젠가 응사도 이 사진처럼 고아라의 50대 모습, 정우의 50대 모습으로 비교 하게 되겠죠. 추억은 그걸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꿀이 되고 그 추억 속에 갖히면 독이 됩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지만 활용 태도에 따라서 결과는 크게 달라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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