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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일상 사물들의 스토리를 캐서 담은 사물의 민낯

by 썬도그 2013.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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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즐겨 먹고 간편하게 먹는 켈로그 콘프레이크가 자위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음식이라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아직도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는 군대 건빵의 별사탕이 성욕 감퇴제라는 소리는 들어 봤어도 이 콘프레이크가 성욕을 감퇴시키기 위해서 나온 제품이라면 뜨악~~ 하겠죠.

자위 예방을 위한 간식, 크래커
청교도들의 이상향으로 자리잡은 미국에서 자위행위는 그야말로 죄악이었다. 각종 자위예방 용품은 물론 심지어 '몽정 방지기구'까지 불티나게 팔렸다. 이들은 아주 당연하게 '자위는 인간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병들게 만드는 사탄의 꼬임이다'라고 믿었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이런 청교도적인 분위기 아래에서 하나의 명저(?)가 탄생한다

"예전에 정직하던 사람들도 자위를 하면 거짓말을 밥 먹듯 하게 된다! 자위행위를 끊는 것만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준다"
존 캘로그 박사가 1892년에 펴낸 <모든 이들을 위한 평범한 사실들>에 나온 내용이다

책 "사물의 민낯" 중에서

교보문고 샘이라는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샘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너무 익숙하고 편해서 종이책 보다 더 즐겨 읽고 있습니다. 가끔은 종이책을 모두 스캔해서 전자책으로 들고 다니면서 읽고 싶다는 생각마져 듭니다. 이 샘에서 읽은 책들을 하나씩 소개할까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 바로 "사물의 민낯"입니다. 이 책은 여러명의 공동 저자가 각각의 사물에 대한 스토리를 캐서 담은 책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평범한 제품, 그러나 오래 사용하고 인기가 많은 제품들의 탄생과 이유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탄생 비화와 속 깊은 내용을 읽어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쎈 것 부터 소개했는데 그게 바로 "켈로그 콘프레이크"입니다.

사물의 민낯

호랑이 힘이 솟아난다는 이 제품은 원래 존 켈로그 박사가 자위방지용으로 만든 제품입니다. 청교도는 자위행위가 악마적 행동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고 자위행위는 인간이 육식을 하면서 생긴 것이라는 잘못된 인과관계를 종교처럼 믿어버렸습니다.


그레이엄 목사를 스승으로 둔 켈로그 박사는 육식으로 부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옥수수로 만든 켈로그 콘프레이크를 개발합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켈로그 박사가 운영하던 병원에 입웠했던 포스트는 켈로그 콘프레이크 맛을 보고는 바로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데 이게 바로 포스트입니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죠. 이 책 사물의 민낯은 이렇게 우리가 즐겨 먹고 입고 쓰고 하는 제품과 건축재료 등 다양한 사물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백과사전 보다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책은 총
5가지 챕터로 분류해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은밀한 것들, 익숙한 것들, 맛있는 것들, 신기한 것들, 재미있는 것들 이라는 유쾌한 분류 속에 다양한 사물들의 이야기를 가득 싫어 놓았습니다.

책은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됩니다. 관심 있는 사물 부터 읽어도 되기 때문에 책에 대한 부담감도 크지 않고 빠르게 다 읽어도 되고 천천히 백과 사전 처럼 옆에 두고 읽어도 좋습니다. 피임약이 왜 원자폭탄보다 우주왕복선보다 위대한지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습니다. 여성은 항상 임신이라는 공포에 시달려야했지만 피임약이 그 고통에서 해방을 시켜주었다는 내용도 흥미롭고 포경수술을 왜 한국인과 유대인만 받는지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여기서 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좀 소개할까 합니다.

라면은 2009년 기준 전 세계에서 연간 1천억 개가 팔리는데요. 이 1인당 라면 소비 1위 국가는 일본이 아닌 한국입니다. 여기서 라면이라는 것은 우동 같이 생긴 라면이 아닌 '인스턴트 라면'입니다. 뉴욕타임즈는 라면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인스턴트 라면을 끓일 물만 있다면 신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사람에게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 먹을 수 있다지만, 인스턴트 라면을 주면 그 무엇도 가르쳐줄 필요 없이 평생 먹을 수 있다"라면 수출 강국에 소비 강국인 한국에 대한 극찬 같이 들리기도 하네요

세계 라면 소비 국가 1위는 중국으로 한 해 408억 개를 먹습니다. 인구가 많으니까 그렇겠죠. 2위는 139억 개, 일본은 53억 개, 베트남은 43억 개이며 미국이 40억 개입니다. 미국은 좀 뜬금없어 보이지만 이 미국도 엄청 먹네요. 한국이 34억 개로 6위이지만 이걸 1인당으로 계산하면 한국이 1위입니다. 한국인이 라면을 소비하는 연간 개수는 69개입니다. 이는 중국인의 연간 소비량인 32개의 2개가 넘습니다.그러나 라면 수출 1위는 한국으로 2009년 현재 연 1억 4천만 달러를 수출합니다.

사물의 민낯

라면의 기원은 어떻게 될까요?
라면은 원래 중국 음식으로 한자로는 납면(拉麵)으로 합니다. 이걸 일본식으로 읽으면 라멘이 되죠. 1870년 요코하마 개항 이후 중국 사람들은 이 라면을 노점에서 만들어서 팔았습니다. 처음에는 지나나 남경 소바라고 불리우던 라멘은 닭 뼈, 돼지 뼈, 멸치, 가다랑어포 등을 우려내서 여러 소스를 가미한 육수에 중화면이라는 국수를 말아 먹은 것이 라멘의 시초입니다. 이 라멘을 2차대전 전후에 일본에 밀가루라는 구호물자가 넘치게 되자 사업가 안도 모모후쿠는 밀가루를 원료로 한 식품을 개발했는데 이게 바로 인스턴트 라면입니다. 밀가루로 만든 면을 튀겨서 오래 건조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안도 모모후쿠는 이걸 상품화 했고 이게 바로 우리가 즐겨먹는 '인스턴트 라면'의 시초가 됩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보통 이런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만들면 그걸 제조특허를 내서 평생 특허비용으로 떵떵거리고 살아야 하는데 이 안도 모모후쿠는 이걸 독점하지 않았습니다 2005년 7월 일본인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가 디스커버리호에서 맛있게 라면을 먹는 모습을 안도가 보면서 감개무량하는 모습이 tv에 중계되기도 했죠. 그럼 세계 라면 수출 1위인 한국은 어떻게 라면을 만들기 시작 했을까요?안도 모모후크가 제조특허를 내지 않은 덕북에 많은 라면 업체가 일본에서 생겨났고 일본의 묘조라면 사장이 노하우를 한국에 이전해 준 덕분에 1963년 삼양의 전중윤 회장이 국내 최초로 삼양라면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칭찬에 힘입어서 보글 보글 맛좋은 라면이 한국에 소개되었습니다. 만약 안도 모모후크가 특허권을 쥐고 있었다면 지금의 라면 값은 더 비쌌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도는 먹는 것이 풍족해야 세상은 평화롭다는 놀라운 포용심을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돈가스의 유래, 냉장고, 엘리베이터, 자판기, 통조림, 인터넷, 레고, 헬로키티, 담배, 올림픽, 둘리 등의 다양한 사물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인터넷에 이런 기원을 찾아보면 제대로 나와있지도 않고 일부만 나와있거나 잘못된 정보가 수두룩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들의 놀라운 자료 수집력 때문인지 아주 흥미롭고도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마치 일요일 오전에 방영 하는 '서프라이즈'를 보는 느낌입니다. 여행 갈 때 혹은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가볍게 툭툭 한 두개씩 오래 복용해도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책 내용을 친구들이나 술자리에서 가볍게 농담에 섞어서 말해도 좋겠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사물의 민낯'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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