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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월드

고객센터는 소비자와 만나는 최전선이다. 콜센터를 변화 시켜라

by 썬도그 201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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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에 문의와 제안과 항의를 하는 까칠한 고객이 정답일 수 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자주 겁니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며 합리적인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들의 콜센터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것은 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현재 대부분의 대기업의 콜센터는 정규직이 아닙니다. 비정규직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분들은 오래 근무한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바로 즉시 어떤 사안에 대해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전화를 받고 문의 내용에 따른 분류를 합니다. 그리고 잠시후에 전화를 주던가 아니면 해당 부서로 연결해 줍니다. 

심각한 문제나 혹은 복잡한 사안이라면 이해가 갑니다. 단지 제품 스펙 물어 보는 것도 바로 답변을 하지 못해서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기도 합니다. 물론 그 회사의 모든 제품을 줄줄 외울수는 없겠죠. 특히나 대기업은 많은 제품을 생산하니까요. 하지만 메뉴얼을 만들어서 스펙 정도는 바로 답변을 해주었으면 하지만 메뉴얼에 없는 것을 질문하면 바로 답변을 받지 못합니다. 

이런 이유는 콜센터 직원이 비정규직이고 대부분이 아웃소싱 업체 직원이기 때문입니다. 
정규직이라고 해도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다보니 바로 답변을 하지 못합니다. 이러다보니 간단한 질문도 시간이 걸립니다. 뭐 이런 질문은 그렇다고 칩시다. 불만에 대한 처리는 아주 형편이 없습니다

한번은 모 포털 서비스에 크게 불만이 있었고 고객센터에 항의를 했습니다. 항의를 하면서도 이 전화 받는 콜센터 직원이 무슨 죄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 불만을 멈췄습니다. 애먼 곳에 화풀이 하는 모습이기 때문이죠. 제 이야기를 듣던 콜센터 직원분은 제 말에 공감이 간다면서 제 불만과 지적 혹은 제안을 전달하겠다고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전달하겠다!  전달하고 그 피드백은 없습니다. 그냥 전달만 하는 것이죠. 단 한번도 제품 개발 직원이나 부서에서 저에게 전화를 해서 제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해명 혹은 답변을 하는 것을 못 봤습니다. 물론, 말도 안되는 억지 논리와 몰상식한 주장이라면 전화를 걸 필요도 없겠죠. 하지만, 가끔은 좋은 제안을 하는 고객들도 많습니다.

그런 제품을 직접 쓰는 소비자들의 좋은 제안을 개발자들이 귀담아 듣고 제품을 개발해도 잘 팔릴까 말까 한데 가만히 보면 너무 폐쇄적인 커뮤니티 속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듭니다. 



파워 유저가 아닌 일반 유저가 더 정확하고 보편적인 제품에 대한 불만과 요구를 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할 때 여러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합니다. 또는 설문조사를 통해서 신제품을 개발하기도 하죠. 문제는 이런 의견수렴을 할 때 보통의 흔하디 흔한 소비자가 아닌 준전문가 같은 파워 유저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다는 것입니다. 그 카테고리의 제품을 모두 알고 스펙을 꿰 차고 있는 고객 혹은 사용자를 모셔놓고 의견을 들어봐야 그건 정확한 의견수렴이 아닙니다. 정말 랜덤하게 아무나 선정해서 의견을 들어야 가장 객관적인 의견수렴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제조회사들이나 서비스 회사들이 좀 파워가 있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그 방향성은 엘리트들의 의견수렴이지 일반적인 사람들의 의견수렴은 아닙니다. 그 제품이 소비재이고 의견을 청취하는 파워 유저들이 그 제품을 일반 소비자들 보다 많이 사용한다면 다르겠지만 카메라나 PC나 모니터나 TV나 자동차 등 한 사람이 1개 이상 사용하기 힘든 것들은 그런 파워유저의 요구사항 보다는 정말 카메라를 잘 모르지만 꼭 카메라를 하나 사고 싶은 분들을 모시고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DSLR에 별 관심이 없다가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 아빠는 그 꼬물거리는 아기를 카메라로 멋지게 담고 싶어하죠. 
그럼 그런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능이라든지를 파워유저가 아닌 일반 유저들에게 들어봐야 합니다. 파워유저들은 이미 모든 기능을 마스트 하고 있고 여러 카메라를 만지다보니 사용하다가 막히는 것이 없이 척척 기능을 찾아냅니다. 하지만 보통의 카메라 유저들은 메뉴얼을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릅니다. 그런 초보 유저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그런 제작과정에 적극적으로 일반 유저들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파워유저들의 말을 아주 귀담아듣고 파워유저들은 자신의 주장이 다음 버젼의 제품에 반영되면 흐뭇해 합니다. 그러나 그런 새로운 기능은 일반유저들이 잘 쓰지 않는 기능이라면 카메라 가격만 높여 놓은 꼴이 되고 맙니다.

굳이 일반 유저의 의견을 듣지 않아도 됩니다. 고객센터에 걸려오는 불만과 항의와 제안 등만 잘 귀담아들어도 됩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들은 이런 의견을 얼마나 잘 경청할까요?



콜센터를 제품 홍보처로 만든 자포스

2010년 아마존은 자포스를 1조 2700억원에 인수를 합니다. 자포스는 온라인 신발판매 업체로 이 회사를 무려 1조원이 넘는 돈으로 인수한 까닭이 뭘까요?

그 까닭은 이 자포스의 독특한 기업 문화 때문입니다.  자포스는 고객과 만나는 최전선인 콜센터를 눈여겨 봤고 콜센터를 기업 경쟁력의 근간이라고 봅니다. 직원 1,500명 중에 27%인 4000명 가량이 콜센터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하다는 독특한 기업 문화로 5년간 성장율이 1,300%이고 2010년 포춘지 선정 일하기 좋은 기업 15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당일배송은 기본, 고객이 만족할 때 까지의 무료배송도 하는데요. 이 정도는 국내 기업도 할 수 있습니다. 11번가나 알라딘 등 많은 인터넷 쇼핑몰 업체가 여기까지는 합니다. 하지만 자포스는 특별한 비밀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나는 얼마 전, 몸이 아픈 어머니를 위해 자포스에서 신발을 구입했다. 그런데 머지않아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셨다. 얼마 뒤, 뒷정리로 분주할 때 자포스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구입한 신발이 잘 맞는지, 마음에 드는지 묻는 메일이었다. 상실감에 빠져 있던 나는 겨우 경신을 차리고 답장을 보냈다.

“병든 어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구두를 샀던 것인데 어머니가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구두를 반품할 기회를 놓쳤네요. 그렇지만 이제 어머니가 안 계시니 이 구두는 꼭 반품을 하고 싶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자 곧바로 자포스에서 답장을 보내왔다. 택배 직원을 우리 집으로 보내 반품 처리를 해주겠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또한, 그 다음날 나는 한 다발의 꽃과 카드를 받았다. 어머니를 잃고 슬픔에 빠진 나를 위로해주기 위한 자포스의 선물이었던 것이다.

“감동 때문에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의 친절에 약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받아본 친절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이었어요. 혹시 인터넷에서 신발을 사려고 하신다면 자포스를 적극 추천합니다.”


2007년 7월에 올라온 한 미국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


이런 감동적인 콜센터가 있기 때문에 자포스는 인기를 얻었고 아마존이 1조원을 들여서 인수 한 것입니다.
최장 6시간의 전화 상담을 하는 자포스,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이 없으면 다른 회사의 서비스나 제품을 추천해주는 자포스, 이런 독특한 문화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은 자포스를 무한 신뢰 합니다. 

이와 비슷한 곳이 한국에서도 있긴 있었죠. 콜센터가 아닌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문에 대해서 정성어리고 유머러스한 답변을 해주었던 해충 제거 서비스 업체인 '세스코'가 있긴 합니다만 콜센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국의 콜센터 문화, 이제는 바꿔야 한다

호기심이 많습니다. 또한, 언론이 말하는 것 이면을 찾아보길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품을 구매하거나 구매하기전에 가전제품의 부품까지도 알고 싶습니다. 부품이야 제품 까보면 다 나오는 것이기에 못 알려줄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콜센터에 전화해서 스마트폰 액정 패널 제조사가 어디이며 기술적인 차이가 뭐가 있는지와 카메라 모듈은 어느 회사 것이면 정확하게 어떤 모델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대답을 해주지 않습니다. 

그것도 2,3일 후에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현재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콜센터 대부분은 아웃소싱 업체에서 운영하고 있고 직원들은 비정규직입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제품에 대해서 잘 모르고 서비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서 1차 응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SKT같이 잘 훈련된 직원들이 응대를 하는 곳도 있지만 극히 일부고 자사의 서비스도 잘 모른 채 전화 응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품질의 응대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전문인력이 아닌 단순인력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그 기업의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응대로 그 기업의 이미지 손실은 물론 제대로 된 응대가 되지 않으면 입소문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최전선에 신병들을 투입하고 장군들은 뒤에서 구경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전문 인력이 백업을 해주고는 있으나 첫 응대부터 전문인력이 전화를 받고 신속하게 처리를 해준다면 오히려 필요없는 인력을 줄일 수도 있고 기업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개발자나 서비스 기획을 하는 분들도 가끔 콜센터 근무를 하면서 고객들이 어떤 것을 궁금해하고 요구하는지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쓰잘덱 없는 의견을 말하는 고객도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나 놓치고 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무자들이 현장을 잘 모를 때 괴리감이 생기고 제품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음이 들리는 곳이 바로 콜센터이고  이 콜센터를 현재 처럼 단순 불만 처리 응대만 하는 수비적인 모습이 아닌 공격적으로   고객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좋은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콜센터를 넘어서 제품 설명회나 전자전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년 전자전이나 월드IT쇼를 가서 제품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직원이 아닌 교육을 받은 도우미 분들이 대답을 합니다. 그런 전문적인 행사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관람객을 응대할 수는 없습니까?  경쟁 회사 제품 구경하러 다니지 말고 자신이 만든 제품을 직접 소개하면 안될까요?

몇몇 친절한 직원분이 다소 난감할 수 있는 질문에 끝까지 응대해줘서 아주 인상이 깊었습니다만 대부분은 이런 기회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콜센터를 아웃소싱 하는 자체가 솔직히 성의가 없는 것입니다.  한국의 콜센터 문화는 친절한 응대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없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기능 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기능을 넣고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챙겨봤으면 합니다

친절하고 다정다감하고 솔직한 콜센터를 운영하면 고객들이 알아서 좋은 충성도를 높히고 좋은 의견을 제시할 것입니다. 자기 회사라고 느끼게 한다면 그 만큼 더 큰 홍보가 어디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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