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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전국 창작공간 네트워크 프로젝트 '그 거리의 창의적인 자세'

by 썬도그 201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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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게 되었습니다. 금천예술공장에서 10월 25일 부터 11월 17일까지 '그 거리의 창의적인 자세'라는 전시회를 하더군요. 지난 주에 잠시 갔다왔는데 시간이 없어서 이제서야 올립니다. 

입구에는 여전히 강철 로봇이 우뚝 서 있네요. 전시회 설명을 보니 '전국 창작공간 네트워크 프로젝트'라고 써 있습니다. 


 
입구에 금천예술공장, 대안공간 눈,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 대안예술공간, 문화살롱 공, 성미산마을공동체와 얼마전 간 인천 배다리길에 있었던 스페이스 빔도 보입니다. 뭘까요? 이 모임은요?

대체적으로 추려보면 대안공간이 많이 눈에 들어오네요. 대안공간은 주류 미술계나 문화계인 갤러리와 유명화가와 사진작가의  시스템을 거부하고 주류의 대안형태로 생긴 예술공동체입니다.  제가 미술 생태계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 갤러리들은 유명 사진작가 혹은 신인 사진작가의 가능성을 보고 적극 후원합니다. 아무리 내가 사진을 잘찍고 세상에 알리고 싶어도 갤러리에 걸 수 없으면 세상에 알릴 수 없죠. 물론 저 같이 생활사진가도 인사동의 사진갤러리에 돈을 주고 대여를 해서 전시를 할 수 있지만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관장님이 거부하면 전시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기존 사진, 혹은 미술갤러리들이 권력자이고 권력자들의 선택을 받는 작가들만이 벽에 사진이나 그림을 걸 수 있습니다. 이런 기존의 권력시스템을 거부하고 꼭 미술이나 사진이나 예술을 갤러리나 전시회장에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생활이 예술이고 대중과 호흡하고 대중들이 주변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예술가들이 모여서 만든 공간이 대안공간입니다. 물론 기존 제도권에 들어가지 못한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고요.

솔직히 예술을 생각해보면 괜히 있는 척하고 잘난 척하고 고귀한 척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해집어 놓고 보면 예술이 고품격이고 고귀한 것은 아니고 그렇게 우리가 생각할 뿐 아닐까요? 어제 중학생 조카가 르네 마그리트 그림을 보더니 한 소리 하더군요

"저거 나도 그리겠다. 별것도 아닌데 너무 있어 보이는 척 하는 거 아닌가"
제가 저건 르네 마그리트 작품이고 한 작품을 보고 판단할 수도 없고 니가 미술을 배우면 우러러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술을 모르는 사람이 나도 그리겠다 하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솔직한 시선 아닐까 했습니다. 제가 미술을 좀 알고 공부는 아니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르네 마그리트를 알게 되고 이 미술가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었는데요.  제가 학습을 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작품을 보고 말 장난하냐? 하고 그냥 무시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우러러 보는 피카소나 유명 화가들이나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학습에 의해서 배워진 감동과 우러러 봄 아닐까요? 피카소 그림 보고 존경하는 눈빛을 보내지 않으면 무식하다고 하는 시선이 어떻게 보면 더 무식한 것이 아닐까요?
왜 현대 예술들은 학습을 통해서만 이해를 할 수 있을까요? 그냥 딱 보고 어린아이도 예쁘다 멋지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예술이 아닐까요? 

조카에게 똑같이 그릴려면 그냥 사진을 찍으면 돼지 굳이 그림으로 그릴 필요가 있을까? 라는 말로 마무리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더군요. 솔직히 현대미술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산으로 간 느낌입니다. 미술을 느낄려고 공부를 해야 하다니 뭔 그리 공부를 해야 알아야 느낄 수 있는지 좀 짜증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정작 저는 또 공부를 할려고 하네요. 아무래도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싶은 욕심 때문이겠죠. 


서두가 길었지만 요즘 제가 느끼는 솔직한 심정입니다. 
너무 나갔다. 너무 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멀리 간 미술, 뭘 배우고 알아야하고 준비해야하고 책을 봐야하고 미술역사를 들쳐봐야하고 넌더리가 나네요. 그래서 제가 사진을 좋아하나 봅니다. 사진은 바로 느끼잖아요. 인스턴트가 범람하는 세상의 조류에 딱 맞는 매체가 사진이기도 하죠.

그냥 뙇 느끼는 것이 사진이잖아요. 


창고동 앞에 작은 콘테이너 박스가 있었고 박스안에는 골판지 벽지가 둘러쳐져 있었고 사진들이 가득 했스빈다.


종이로 만든 기관총도 있네요. 뭘까요?


이 사진들을 보니 2011년 남양주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재활용 동네야구 부활 프로젝트(경기문화재단)'을 했었을 때 모습이네요. . 이곳에서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야구배트와 야구공을 직접 제작해서 만들어서 가지고 놉니다. 


지금이야 마트가면 야구공의 종류도 엄청 많고 쌉니다. 제가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공을 찾아보니 연식공 경식공(홈키공)의 종류를 넘어서 연식보다 딱딱한 그러나 표면 재질은 폭신한 공도 있고 별별 야구공이 다 있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만 해도 동네에 홈키공이라는 경식 야구공 1,2개 있을까 말까 했습니다. 그것도 없을 때는 테니스공을 활용 했지만 테니스공도 사기 비싸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만들었다기 보다는 공터가 없어서 골목에서 가볍게 야구를 즐길려면 위 야구공처럼 신문지위에 청테이프나 노란테이프를 칭칭 감아서 사용했습니다. 아무리 세게 때려도 멀리 날아가지 않고 공이 둥글지 않아서 힘껏 던지면 알아서 커브가 되고 변화가가 되는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었습니다. 그 재미가 아주 솔솔했죠. 맞아도 아프지 않고 그러나 잡기는 힘들고 그 변수성 때문에 동네야구의 한 부류인 골목 야구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직접 배트와 공 글러브를 만들어서 놀았는데요. 이것도 참 재미있겠죠. 노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같이 한 다는 것이 중요한거지 실제 배트와 글러브와 야구공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가끔 보면 노는 것 보다는 노는 장비에 치중하는 모습이 강할때가 있습니다. 이걸 확대 해석 해보자면 사진은 사진이 목적이지 카메라가 목적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쉽게 사진을 찍으러 가서 카메라 구경하면서 부럽다는 소리를 쉽게 하죠.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사진 잘 안다고 하지 마시고 카메라 잘 안다고 하세요"


ANT는 Art Nomadic Trader의 약자인데 한글로 표현하자면 예술 장돌뱅이입니다.
전국의 시장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예술소품들을 판매하는 프로젝트 같은데요. 요즘 심심찮게 예술가들이 직접 자신들이 만든 작은 작품들을 판매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아주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꼭 예술품들이 갤러리나 화랑에서 판매될 필요는 없죠. 또한 예술품이 아닌 악세사리나 생활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식하고 구매할 수도 있고요. 

예술은 고귀하지만 판매되고 소비되지 않으면 더 진행할 수 없는 치명적 약점이 있습니다. 
 

아트혁명군은 골판지로 만든 소총과 기관총을 들고 거리에서 사진을 찍어서 올렸는데요. 혁명선언문도 있습니다. 예술혁명군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전쟁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창고동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수 많은 대안공간과 창작공간을 소개하는 공간이 가득하네요. 전국의 창작공간이 모였는데 아쉽게도 인기가 없어서 전시회를 보는 동안 관람객은 딱 한 분 봤습니다. 

대체적으로 이 금천예술공장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져서 그런지 많이 찾지 않으시더군요. 안타깝습니다.


재미있죠? 현실비판적인 그림도 있습니다. 용역들이 나사를 발사해서 시위 근로자가 다쳐도 뒤에서 츄리닝입고 방관하던 한국경찰,
용역을 보호하는 경찰이 된 한국경찰을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최근에 비리검사 조사하겠다고 검찰과 경찰이 으르렁 거리던데요. 악당들 끼리 밥그릇 싸움 하는 것 같아서 아주 불편하게 보고 있습니다.



전시공간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대안공간 창작공간들의 소박함이 묻어나는 모습이 가득 했습니다.


서울에서 보기 힘든 싸리문이네요.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의 기타공장코끼리입니다. 박상덕 작가의 작품입니다.
장기농성중인 악기 제조회사 콜트의 비어있는 공장을 스쾃하여 농성자들과 예술가들이 커뮤니티를 이루면서 농성을 하면서 만든 작품입니다. 

대안공간 예술가들은 사회참여도 아주 적극적인데요. 두물머리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예술가들도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주류 사진작가나 미술가나 소설가들이 사회 참여를 등한시하는데요. 좀 아쉽기만 합니다. 아니 김지하 같은 작가는 변절을 하고 보수권력층을 옹호하던데요. 좀 쪽팔닙니다. 돈 안된다고 사회참여 외면하고 정치적인 발언도 극도로 꺼려하는 모습. 아마도 가진 것이 많아서 그런건가요? 아님 안 팔리는 사회참여나 사회비판 정치비판이나 참여 해봐야 돈이 안되기 때문일까요? 그런면에서 물질적으로 가난한 대안공간 작가들이 사회비판과 농성자들과 함께 연대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뭐 그렇다고 사회참여 작가가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쉬울 뿐이죠


닭장에 닭이 있고 그 닭의 품속에 병아리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이었습니다.
정기현 작가의 '아트닭장'입니다. 

이 작품은 노약자 분들이나 차상위계층에게 아트닭장을 만들어주고 닭을 기르면서 소소한 삶의 재미를 찾을 수 있게 했다고 하는데요. 정말 아트하네요. 이런것도 아트의 하나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하는 것도 아트지 꼭 전시회에 걸린 그림이나 사진이나 조각만이 아트는 아니죠.  


제가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100점 드리고 싶습니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가슴 뜨거운 양(애칭 양순이)'입니다
나규환 작가의 작품인데요. 이 작품에 스토리가 있습니다.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 가슴속 겨울을 몰아낼 양순이를 만든 작가의 따스함이 전해오네요. 


올해 멀리 여행을 가지 못했습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 아무래도 마음의 여유가 없나 봅니다. 
그냥 딱 한달 간만 이 블로그도 잠시 닫아놓고 떠나고 싶어지는데요. 언젠가는 한달은 아니더라도 1주일 간 전국일주 여행을 해볼 까 합니다. 멀리 가지는 못했지만 지하철을 타고 간 여행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은 수원 화성여행이었습니다.  수원 화성여행에 만난 행궁동 벽화마을은 대한공간 눈이 그 공간을 반딧불처럼 밝혀주고 있었습니다. 



대안공간 눈이 동네 주민과 함께 만든 작품들입니다. 살가운 예술품들이 참으로 멋지게 느껴집니다.


재활용품으로 만든 포장마차도 흥미롭고요. 3층으로 이어지는 전시는 다음에 또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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