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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건축학개론의 서연은 과연 x년이었을까?

by 썬도그 2012.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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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는 정답이 있는 영화가 아닌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입니다. 은유가 깊으면 그 은유에서 나오는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지고  그 은유를 자기고 자기 해석이 맞다 안맞다로 초딩적인 유치한 싸움을 하게 되지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건축학개론'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봤습니다. 대체적인 의견은 남자들의 첫사랑을 잘 담았고 그 시절인 90년대를 잘 담아서 옛생각에 소주 한잔 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담아볼까 합니다.

이 블로거 또 '건축학개론'이야 라고 말씀하실 독자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며 그럼에도 써야할 이야기가 남아 있어서 다시 거론해 볼까 합니다.

약간의 스포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승민이 서연에게 x년이라고 말한 이유!

승민은 30대 중반의 말단 건축설계사 사원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15년전 헤어진 서연이 찾아옵니다. 찾아와서 자기 집을 지어달라고 하죠. 승민은 여자친구와 결혼 후에 미국에서 살 생각이었습니다.  승민의 여자친구는 재력이 좋은 집안입니다.

승민의 여자친구이자 같은 회사 직원인 은채는 승민에게 들은 말을 승민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서연에게 합니다. 
"승민오빠. 과거 첫사랑이 X년이었데요" 서연은 아는지 모르는지 조금은 놀란 모습을 합니다. 자기로 짐작되는 첫사랑을 쌍년으로 지명한 것에 대한 놀람인지 아니면 승민이 결혼 한다는 것에 대한 놀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당황스러워 보입니다.

왜 승민은 서연에게  X 년이라고 했을까요?

이전 포스팅에서 승민의 이야기가 나와 비슷하다고 밝힌적이 있지만 그  X 년에 대한 승민의 직설적인 말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첫사랑이 왜  X 년인지는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긴 하지만 그 부분은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승민이 서연을  X 년이라고 한 이유는 영화에서 직접 밝히지는 않지만 정황상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았을까 추론은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승민은 서연을  X 년이라고 한 이유는 속물 근성 때문일 수 있습니다. 

대학 2학년 때 1학년 여자후배와 출사를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봤는데 상당히 현실직시적인 사랑법을 말하더군요. 사랑도 좋지만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요. 지금이야 이 말이 보편타당한 이야기로 굳어지고 있고 성형이 부끄러운 것이 아닌 대놓고 자랑스럽게 하는 시대인 즉 위선을 걷어낸 시대인 만큼 그렇게 말해도 누구 하나 손가락질 할 수 없었지만  그 말을 들었던 90년대 초반은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여자후배의 말에 딱히 반박도 하지 않고 단순히 현실을 너무 직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시선만 던져주었죠.

서연은 승민과 같은 동네인 강북의 한 고풍스러운 동네인 정릉에 같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교회오빠 같은 방송반 선배인 재욱의 말에 끌려서 강남으로 이사를 갑니다. 압서방파라고 하는 압구정 서초 방배를 일컫는 지역으로 이사를 갑니다. 자취생인 서연의 이사는 승민에게는 참으로 당황스러웠습니다.

자신의 수줍은 사랑은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선배라는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계급의 장벽앞에서 좌절감을 맞보게 됩니다. 
승민이 택기기사가  정릉은 안된다고 손사래를 치자 택시를 치면서 정릉 가자고 한 장면은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역활을 하는데요. 그 장면은 승민이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세계의 벽에 대한 통곡이었습니다.  

뭐 비판적으로 보자면 찌질남의 애먼곳에 대한 화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 가난하지만 너에게 잘 해줄 수 있다고 누구나 쉽게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남자가 키가 크고 여자가 키가 작은게 보편적이듯 남자가 여자 보다 더 재력이 좋거나 학력이 좋아야 한다는 부계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남자보다 여자가 학력이나 재력이 더 좋은 경우가 많습니까?  아님 남자가 여자보다 재력과 학력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까? 이런 엄연한 현실계의 벽을 느낀 승민은  정말 그 선배가 그 차가 그 선배의 차인지 얼마나 잘사는지 빛을 내서 산 차인지 조차 알려고 하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자포자기 합니다. 

또한 서연은 그런 돈에 끌리는 속물 같은 여자로 단정지어버리죠.  이 모습은 서연이 선배와 함께 자취방으로 내려가는 모습에서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돌아서는 모습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최소한 변명이라도 들어봤어야 했는데 그 모습마져도 사라집니다. 

속물이라고 치부하고 꺼지라고 말하는 승민이지만 정말 꺼지라고 말한것은 서연에게 말한것 보다는 자신안에 있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첫사랑을 가장 빠르게 잊는 방법은 그 첫사랑을 잊을려고 노력하는게 아닌 첫사랑을 다른 이미지로 칠해버리는 것 입니다.

첫사랑은 그냥 두면 쌉싸름하고 매운 맛은 사라지고 달달한 맛만 남게 됩니다. 이래서 첫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름답게 느껴지게 되죠. 타임머신을 타고 당장 그 시간대로 돌아가면 맵고 지려할텐데요.  
첫사랑을 빠르게 잊는 방법은 그 사랑에 욕을 하는 것 입니다. 있지도 않는 이미지를 덫칠하면 아주 빨리 잊혀집니다

승민이 선택한 방법은  X 년법입니다. 서연이 속물이라고 단정지어버린다고 해도 그 속물근성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가치이죠. 따라서 그 속물근성을 가지고 욕까지 하기 힘들죠. 그러나 승민은  X 년이라는 욕을 오버라이트 하면서 첫사랑에 댛나 이미지를 구겨버립니다. 그렇게 15년간을 실제  X 년이 아닌데도  X 년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까지 말하면서 그 첫사랑을 봉인시킵니다



돌아온 서연이 더 x년 같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남자의 첫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여자의 첫사랑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여자의 첫사랑법이 아닌 서연의 첫사랑법이죠. 모든 여자가 그런것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여자들은 첫사랑을 깊게 오래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서연은 첫사랑을 잊지 못합니다.

아나운서도 되지 못하고 결혼도 실패한 서연, 그런 서연이 15년전 첫사랑을 문득 돌아온 이유 자체가 욕먹을 짓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승민과 다시 사랑을 시작하겠다고요? 서연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넥타이를 고르고 자고 있는 승민의 얼굴을 들여다 보는 장면등을 보면 서연도 승민을 못잊고 있었구나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결혼전에 다시 확인을 못했는지 왜 결혼해놓고 삶의 x같아 지니까 옛사랑을 찾았는지에 대한 행동은 욕먹을 행동입니다. 승민은 최선이 아닌 차선책인 플랜B였던가요? 


속물이라고 비난하던 승민, 스스로 속물이 되다

승민은 순수함 그 자체였습니다. 납뜩이가 연예코치 할 정도로 순수한 청년이지만 계급이라는 현실적 벽을 느끼고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 변화의 도화선을 서연이 붙여주었죠.  그렇게 승민은 출세지향형 인간이 되고  재력가의 딸과 결혼을 해서 신분상승의 꿈을 꿉니다. 

서연이 대학 1학년때 가진 꿈인 아나운서 되어서 부자와 결혼할려는 모습과 닮아 있죠. 
자기가 손가락질 하면서 그걸 앞에서 비판하지도 못하고 그 속물적인 모습을 따라하는 승민, 어쩌면 그의 속물성은 어머니에게 아파트로 이사가자는 말 부터 시작되었을 것 입니다. 계급의 벽을 느끼지 못한 우물안 개구리가  대학이라는 큰 물에 놀다보니 자가용 몰고다니는 개구리를 만난 후 한탄을 하면서 철문을 발로 빵 차버립니다.

미국으로 떠나기전 승민은 자신이 20살때 찬 구겨진 철문을 피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어떻게 보면 자기반성의 모습이죠. 그러나 그 눈물은 속물행 비행기를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가 쌍놈이 되어버리는 모습,  이 영화는 어떤 환타지도 담고 있지 않는 첫사랑에 대한 다큐 같은 영화입니다. 꽃가루 날리고 설탕 휘날리는 달달한 첫사랑 영화였다면 남자들이 소주를 마시지 않았겠죠. 첫사랑은 달콤할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죠. 

첫사랑의 쓰라림이 거름이 되고 반성으로 자라랄때 보다 완벽한 사랑에 근접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린 모두 첫사랑에 대한 빚을 지고 있다고 보여지네요. 

수지가 자기 트위터에 국민  X 년이라고 소개했다고 하죠.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안다고 하는데요. 저는 수지는  X 년이 아니고 
한가인이  X 년으로 보여집니다.  

친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사랑의 상대는 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첫사랑은 아프다였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닌 아프니까 첫사랑이다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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