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암환자의 치료기를 유쾌하고 진중하게 담은 50/50

by 썬도그 2011. 11. 24.
반응형
http://photohistory.tistory.com2011-11-24T06:15:220.3810
몇달 전 아버지가 근처 큰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하셨습니다. 수술결과도 좋고 큰 수술이 아니여서 1주일만에 퇴원을 하셨는데 그 1주일은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서 새벽까지 보조석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너무나 지루한 병원생활이어서 새벽에 잠시 화단앞 벤치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벤치에서 한 사람이 어머니 이름을 부르면서 하염없이 곡소리를 내더군요.  한참을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떠난다는 것, 죽음의 의미, 이런 것은 책에서 결코 배울 수 없는 것들이죠. 직접 존재의 부재를 느끼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과 공포도 가지게 되고요.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툭하면 암으로 주인공들이 죽습니다. 김선아 같은 경우는 드라마에서도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도 암으로 죽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암환자를 제대로 담는다기 보다는 하나의 유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70,80년대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여주인공들이 백혈병으로 죽듯 현재의 주인공들은  암이라는 가장 흔하면서도 혹독한 고통을 주는 병을 작가들이 패션처럼 차용하고 있다고 까지 생각이 들어 진정성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좀 혹독하게 말하자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암이란 암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주인공의 비극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입니다. 

이런 영화들은 우리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나마 교통사고로 급작스럽게 죽는다는 설정보다는 낫긴 하지만 죽는 병이 암뿐이겠습니까? 그러나 작가들의 빈약한 상상력은 주인공의 비극성을 위해서 툭하면 암을 꺼내듭니다. 실제 암환자가 그런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위로를 받을까요?


 암환자 그 자체를 주제로 삼은 영화 50/50

미국에서 사망율 5위라는 교통사고가 두려워서 지나가는 차도 없는 건널목에서 신호를 다 지키는 사나이,
그런 이유로 대중교통만 이용하고 운전면허도 없는 외골수의 사나이 아담(조셉 고든 레빗) 건강을 끔찍히 생각하는지 술,담배도 안하고 운동도 주기적으로 합니다. 그런 아담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암선고가 내려집니다.

보통 이런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꺼내게 되면 주인공은 울고불고 하늘에 주먹질을 하며 내가 왜?? 라고 하늘에 삿대질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좀 다릅니다. 주인공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주변에 암에 걸린것을 알립니다. 보통은 주인공들이 숨기다가 크게 쓰러진 후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이 아닌 의사에게 전해 듣거나 다른 사람입을 빌리죠

아담은 인터넷에 자신의 척추암을 검색한 뒤 생존확률 50%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아담의 일상을 그대로 담습니다.
이 영화는 암환자가 겪는 심리적 갈등과 실제 변화들을 꼼꼼하게 담고 있습니다.  병에 걸린 후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과 심리치료과정, 부모님의 변화와  주인공의 변화등을 다큐멘터리로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큰 이벤트가 있는것은 아닙니다. 아니 있긴 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통속적인 이야기일뿐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암환자가 봤다면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정도로  암이라는 것을  눈물 짜내게 하는 장치가 아닌 암에 걸려서 치료를 받는 그 과정을 담담한 화법으로 담고 있습니다

 

담담하면서 유쾌하게 담고 있는 영화. 역설적으로 그게 더 슬펐던 50/50

 
영화 50/50은 유쾌한 영화입니다. 세련된 편집술과 괴상할 만큼 유쾌한 기타선율의 곡들이 이 영화가 암환자를 담는 영화가
맞나 할 정도로 필요 이상으로 유쾌하게 담고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 아담의 친구인 카일은 아담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여자를 꼬시기 까지 합니다.
또한 주인공 아담도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서글퍼 하지 않고 그냥 그 사실 자체를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같은 항암치료를 받는 고령의 환자들과 농담따먹기를 합니다.

 
암에 걸린 후 미술가인 여자친구가 떠나면서 남긴 아담을 위해 그렸다는 그림을 태워버릴 정도로 필요 이상으로 유쾌하게 담습니다. 첫 항암치료 후에도 시종일관 아담은 웃습니다.

음악 또한 단조보다는 장조로 담고 있고요. 이런면은 8월의 크리스마스와 참 비슷합니다. 일부러 더 웃고 환한 미소를 짓기도 하는 정원(한석규 분)의 모습과도 닮아 있지만 그렇다고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초보 심리치료사에게 자신이 몰모트 같은 하나의 데이터 같은 존재로 취급당하자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요.

그냥 암에 걸린 자체를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그 고통스러운 치료과정에 대한 불평불만을 내색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불 같은 분노를 나타내기도 하죠.  이 영화가 코믹하고 유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암에 걸린 암환자가 자신의 처지에 비관해서 골방에 쳐 박혀 있기 보다는 그걸 세상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 과정을 담대하게 뛰어 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죽음의 공포를 느낀 아담이 딱 한번 폭발하게 되는데 그 폭발이 참 가슴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아픈것을 내색 안했기에 그래서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무너트린 고통의 울부짖음이 더 가슴이 아프네요

 

웃을때 같이 웃어주는 친구보단 슬플때 같이 울어줄 친구가 진짜 친구다


사람들마다 친구론이 하나씩 있죠.
20때는 친구란 좋은 친구 나쁜 친구가 있지만 모두 친구라고 생각해서 인맥을 넓히는게 중요해서 아무나 다 친구 먹고 그랬는데 나이들어가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몇번의 큰 아픔을 겪고 나니까 친구와 친구가 아닌 친구가 보이더군요

나 잘나갈때 같이 웃고 떠들어 줄 친구는 넘치고 넘칩니다.
그러나 나 어퍼지고 피 흘리고 실패해서 낙담해 있을때 또는 상처입고 여자친구와 헤어졌을때 위로보다는 외면하고 모른척하거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친구들을 보면서 하나 둘씩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정한 친구란? 이란 거창한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웃을때 같이 웃어주고 슬플때 같이 울어주는 친구가 가장 소중한 친구임을 알았습니다.  영화 50/50은  주인공이 암에 걸린 후 주인공이 주변에 느끼는 시선들을 촘촘하게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잔소리쟁이 어머니가 암에 걸린 후 치매걸린 남편과 암 걸린 아들을 챙기는 어머니를 보게 되고 주인공의 삶에 대한 태도와 함께 어머니에 대한 태도도 바뀌죠.

또한 자신이 구박하던 신출내기 초짜 치료사와의 관계변화도 이 영화가 진하고 눈물 뚝뚝 떨어지는 슬픔이나 감동은 없지만
잔잔한 감동의 파도를 만들어 냅니다.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과장법없이 담담하고 진솔하게 담고 있습니다.

 

 조 토끼, 조셉 고든 레빗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영화 50/50, 암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영화

이 영화의 재미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담담하면서 진솔한 암 치료기, 그러나 아담과 카일이 농담식으로 말하는 유쾌한 말들이 사람 마음을 참 심란하게 합니다. 그 심란함이란 분명 암환자라면 우울하고 울고 불고 해야 하는데 자신의 처지를 이용해서 여자를 꼬시거나 농담을 하는 모습에는 미소가 짓게 됩니다.  이전의 암환자를 다룬 드라마와 너무 달라서 마음이 갈팡질팡하게 되네요.

하지만 암환자들이 본다면 이 영화를 보고 더 큰 희망과 웃음을 많이 간직하게 될것 같습니다.
그냥 무조건 힘내세요.  우리 영화속 주인공 처럼 암을 이겨낼 수 있어요! 라는 교장선생님 훈화같은 이야기가 아닌 나도 아파요!  그런데 견디고 있어요. 라고 같은 고통을 겪는 주인공이 실제로 건내주는 따뜻한 손을 내미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는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조 토끼의 매력입니다.
이 남자  500일의 썸머에서 처음 봤는데 '히스 레저'와 비슷한 외모에 별 특징없어 보이던 모습이 인셉션을 통해서 많은 팬들을 생산해냈고  남자 배우 좋아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이 착한 눈매의 선하게 생긴 조 토끼에 푹 빠지게 되네요

조 토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조셉 고든 레빗, 그의 매력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 레빗이 연기하지 않았다면 그냥 그런 영화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연기 했기에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것 아닐까 하는 생각마져 들 정도로 조셉 고든 레빗의 매력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아주 신나고 흥미롭고 감동 좔좔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암환자에 대한 진솔함과 그 과정의 감동이 있는 영화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