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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판도라를 연 인간의 이기심

by 썬도그 2011.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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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지구의 지배자입니다. 먹이사슬에서 최상위층에 있죠. 필연적으로 인간은 다른 동물을 지배하고 그들을 먹이로 삼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죠. 그러나 이 먹이사슬이 바뀌면 어떻게 될까요?

어렸을 때 본 미국 드라마 V의 공포의 대부분은 외계인이 인간을 식량으로 삼는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거대한 쟁반형 우주선에 인간이 돼지고기처럼 주렁주렁 달린 모습에 경악을 했죠. 이런 경악은 이미 70년대에 경험을 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80년대네요

토요명화에서 본 혹성탈출을 어린나이에 보고 그 충격에 다음날 친구들과 하루종일 영화이야기만 했네요.
원숭이가 지구를 지배하고 인간은 현재 원숭이의 위치에서 사육당하거나 피지배층으로 전락된 모습에 경악을 했죠.
왜 원숭이가 갑이고 인간이 을일까? 원숭이가 사는 행성에 불시착한 '찰톤 해스턴' 일행의 모습, 특히 인간이 말 탄 원숭이들에게 쫓기고 올가미에 걸리는 모습은 아직도 경악스럽네요

혹성탈출

하지만 이 장면의 경악스러운 반전에서는 모두가 헉 소리를 냈습니다.
찰톤 헤스턴이 탈출을 한 후 한 바닷가에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땅을 치면서 '빌어먹을 지구인들'이라는 말이 아직도 귓전에 울립니다. 8명의 지구인이 화성인줄 알고 착륙한 그 행성은 바로 몇 년이 지난 지구였기 때문입니다.

반전 영화의 최고봉하면 '식스센스'를 꼽지만 이미 68년도에 제작한 '혹성탈출'이라는 영화가 있었고 반전영화의 레전드가 되었습니다. 전 지구인들끼리 핵전쟁해서 지구가 싹 리셋된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네요. 오늘 흑성탈출의 프리퀄(리부트)인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을 봤습니다

먼저 요즘 허리우드에서 프리퀄 영화가 쏟아지네요. 90년대 부터 허리우드가 스토리 고갈로 아시아 시장의 영화들의 시나리오 판권을 대거 빨아들이더니 그것도 안 돼서 유명한 영화 시리즈의 시작 이전을 담은 '프리퀄'로 한몫 단단히 챙기네요

이 프리퀄의 트랜드는 스타워즈부터 바람이 불었죠. 70년대 인기 시리즈였던 스타워즈 시리즈의 이전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를 만든 이후에 프리퀄 영화가 많이 나오네요

사실 따지고 보면 유명 씨리즈에서 주인공이 언제부터 히어로가 되고 그 성장과정이 참 궁금했는데 그런 호기심을 충족해 주는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본 영화 중 인상 깊었던 X맨 퍼스트 클래스도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매그니토와 프로페셔널 X가 친구사이였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죠.

혹성탈출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도 프리퀄입니다. 왜 원생이들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그 시작이 어떻게 되었는지 제 예상대로 소련과 미국과의 핵전쟁 때문에 리셋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프리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70년 혹은 80년대에 본 혹성탈출을 아들과 손잡고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아버지의 어렸을적 추억을 되새김질해줌과 동시에 자녀들에게는 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하는 그 시작점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어린 아이나 청소년들 보다는 저같이 80년대의 그 경악스러운 풍경 혹은 반전에 이끌려서 본 분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혹성탈출

줄거리는 크게 복잡하거나 머리를 굴리면서 혹은 복선 등을 찬찬히 챙겨봐야 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주인공인 로드맨(제약회사 직원)이 아버지의 치매를 치료한다면서 신경다발 증폭제를 개발하다가 우연히 치매만 치료하는 게 아닌 지능도 높게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침팬지가 놀라운 지능을 가지게 되었지만 침팬치가 난동을 부리면서 사살되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제약회사 사장과 임원이 다 보게 되었으니 당연히 그 치매 치료제 신약 개발 프로젝트는 중단됩니다. 그리고 죽은 침팬지의 아기인 '시저'를 집에서 키우게 됩니다. 시저는 어머니의 뛰어난 지능을 그대로 물려받게 됩니다.

주인공인 로드맨과 수의사인 캐롤라인은 이런 시저를 아주 극진하게 보살피죠. 그렇게 수년간을 같이 삽니다. 시저는 똑똑한 침팬지고 고분고분한 성격입니다. 그러다 로드맨의 아버지이자 치매환자인 아버지가 치매 치료제의 약빨이 떨어지자 다시 치매가 발생하는데 이전보다 더 심하게 됩니다. 그러다 남의 차를 몰고 시동을 걸다가 이웃집 남자에게 걸려서 큰 낭패를 보게 됩니다.

이때 '시저'가 분노하게 되고 이웃집 남자를 공격하게 됩니다. 이후 '시저'는 근처 침팬지 보호소에 감금되게 되고 이때부터 '시저'가 인간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침팬지 우리의 침팬지들을 치매치료제로 각성시킨 후 집단 탈출하게 됩니다.
이후 침팬지들의 대탈주가 시작됩니다.

복잡하지 않은 평이한 스토리

혹성탈출

스토리부터 살펴볼까요? 스토리는 크게 모나거나 무릎을 치면서 느낄만한 복선과 반전등은 없습니다. 그냥 평탄합니다.
또한 인간과의 큰 대립각은 없습니다. 다만 말포이로 유명한 톰 펠톤과 시저의 대결이 흥미롭죠. 그나저나 말포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톰 펠톤은 해리포터와 겨우 화해를 하더니 이젠 원생 이들과 싸우네요.

어쨌거나 또 악역으로 나오는데 외모가 동네 양아치 외모라서 그런지 자꾸 악역만 맡네요. 어쨌거나 말포이와의 대립각이 가장 큰 대립이고 나머지는 큰 대립은 없습니다. 탈출 과정에서의 인간과의 대립은 있고 제약사 사장과의 갈등도 있긴 하지만 약간의 억지도 있습니다

혹성탈출


제가 억지라고 한 이유는 이 남녀 주인공 아니 남자주인공 때문입니다.
시저가 똑똑해진 이유, 시저가 탈출해서 원숭이 왕국을 만들려고 한 이유 등 모든 게 이 월 로드맨이라는 주인공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치매 치료를 위해서 만든 신약과 후속작이 인류입장에서는 대재앙을 불러일으키는데 영화사상 최악의 민폐캐릭터가 아닐까 할 정도로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인류를 멸망으로 몹니다.

물론 남자주인공이기 때문에 성품이나 인품은 착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의 치매를 위한다면서 자연의 섭리를 깨버린 대역죄를 지게 되죠. 그 이기심이 인류를 파멸의 길로 인도하는데 영화에서는 큰 뉘우침은 없더군요 아무튼 이 남자주인공 정말 맘에 안 드네요. 반대급부로 시저가 실제 남자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시저의 눈빛이 이 영화 재미의 5할을 차지한다

혹성탈출

시저이야기를 해볼까요?
이 영화 안 보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저 시저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실제 원숭이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CG로 만든 가상의 원숭이들입니다. 롤랜드 고릴라는 CG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퀄리티가 대단하더군요. 그런데 어째 주인공인 시저는 침팬지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눈때문입니다. 저 눈 보세요. 저게 침팬치 눈인가요? 그냥 사람눈입니다

강아지가 사람눈을 한다면 얼마나 놀라겠어요.

혹성탈출


라디오에서 얼핏 들었는데 흰자위가 많이 보이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하죠. 개도 고양이도 침팬지도 흰자위가 잘 안 보입니다. 그런데 시저 보세요. 흰자위가 가득 보입니다. 이 시저의 부자연스러운 CG에 처음에는 좀 적응이 안 됩니다.
하지만 이게 감독의 노림수 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저가 원숭이 왕이 된 후의 눈빛연기는 정말 일품이네요.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올라도 되겠어요. 그나저나 가상캐릭터가 연기상 받을 수 있나요?

CG는 분명 진일보했고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CG라는 티가 많이 납니다. 하지만 그걸 까칠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좀 보다 보면 다 적응이 됩니다. 시저의 눈빛연기는 정말 지금 생각해도 일품이네요. 카리스마가 대단합니다.

액션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혹성탈출

액션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예고편에서 나온 금문교에서의 원숭이 집단 난동쇼가 가장 클라이맥스 액션이고 그 외의 액션도 많지 않습니다. 2시간 내내 시저의 성장과정과 변화과정을 담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액션영화라고 생각해서 본다면 좀 실망할 수 있습니다. 액션보다는 CG의 훌륭함을 감상하는 게 더 많을 것입니다.

거기에 이 치매치료약이 침팬지 지능을 판올림 해주기도 하지만 힘도 세지게 하는 정력제인가 봅니다. 침팬지와 고릴라가 3층에서 뛰어내려도 안 다치고 엄청난 힘을 선보입니다. 과장된 침팬지의 움직임이 화려하긴 한데 진짜와 너무 동떨어져서 저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더군요. 액션에는 큰 기대 하지 마세요

우리가 원숭이라면??

혹성탈출

영화 속에서 시저는 무서운 존재로 나옵니다. 그 무서움이란 분노를 제어할 줄 알고 절제할 줄 아는 이성적인 존재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분노할 때 분노하고 제어할 때 제어를 잘합니다. 그것 하나로 원숭이 무리를 다스리죠.

요즘 CF 중에 그런 것이 있죠. 낙지가 꿈틀거리는데 차승원이 순창고추장을 좋아한다면서 순창을 발라주길 바랍니다.
이것 말고도 돼지가 자신을 먹어달라며 춤을 추고 닭이 포크를 들고 춤을 추는 등 동물들이 자신을 먹어달라고 하는 광고들이 참 많습니다. 좀 오지랖이고 오버스럽지만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죠.

만약 우리 돼지나 닭이나 소가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을 먹이로 먹을 때 인간이 춤을 추면서 자신을 먹어달라고 하는 모습은 보기 좋을까요? 물론 소나 돼지나 닭등이 그런 지능이 없지만 지능이 없다고 막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숙명적으로 먹을 수밖에 없다곤 하지만 최소한 돼지나 닭 소들에 대한 조롱은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게 어디 한둘입니까? 과연 지난 구제역 때 우리는 과연 얼마나 동물들의 생명을 존중했나요?

영화 흑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이런 입장 바꿔 생각해 봐!라는 교훈을 던져줍니다. 어쩔 수 없다면 최대한 그 생명체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영화 내내 관객에게 질문합니다. 신약 테스터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침팬지가 인간에게 보내는 눈빛이 아직도 아른거리네요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가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다음 편이 지금 제작 중인데 다음편도 참 기대가 되네요.
시저가 어떻게 똑똑해졌는지 왜 인류가 멸망했는지에 대한 대답이 영화에 담겨 있습니다. 42년 전 혹성탈출의 충격을 느낀 분이라면 챙겨보셔도 좋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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