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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써니, 30,40대 줌마넬라들을 위한 추억의 앨범

by 썬도그 201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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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때다, 좋은 때" 모르는 어른들도 10대인 나에게 덕담으로 그런 소리를 해주었습니다.
좋기는 뭐가 좋다는 건지. 도시락 두 개씩 싸고 만원 버스에 매달려서 학교에 가자마자 보충이 전혀 안 되는 보충수업을 받고 밤 2시까지 공부를 하다가 지옥에 다녀온듯한 몰골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고등학생에게 좋은 때라고 하는 말은 전혀 이해가 안 갔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 어린 학생들에게 혹은 20대 대학생들에게 좋은 때다 좋은 때라는 넋두리인지 덕담인지 구분이 안 가는 말을 해주고 있네요.

추억은 항상 꿈결 같고 아름답습니다.
모두들 추억의 책갈피를 열어서 그 시절의 청춘을 들여다보면 소프트 필터를 낀 것처럼 낭만적인 풍경을 그리곤 합니다.
낙엽만 굴러가도 웃음이 나오던 그 여고시절, 우리는 그 시절을 떠올리면 항상 웃음과 미소가 조건반사처럼 얼굴에 열립니다.

좀 깨는 이야기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추억의 환상 다 깨질 것입니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싶겠죠. 추억은 고통마저도 포장해서 아름답게 하는 요술이 있습니다. 뭐 그게 요술이던 고통까지 미화시키는 추억이던 어쨌거나 우리는 추억으로 살아갈 때가 점점 많아질 것입니다.

 

전설의 7 공주들이 돌아왔다

써니


문헌상이나 귀동냥으로만 들었지 전 7 공주를 실제로 만나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목격감도 경험담도 많기에 학교마다 7 공주들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무지개파도 아닌데 7명이 모여야 하는 법이라도 있나요? 뭐 어쨌거나 영화는 우리를 80년대 정확하게는 87년 여고시절로 타임워프 시켜줍니다.

현재 나이로 따지면 40살에서 43살의 아줌마들 이야기죠. 이 40대 초반의 아줌마들을 먼저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40대 초반이면 아이가 중학교나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입니다. 좀 늦게 결혼했으면 유치원생이 있는 나이이고요.
이 40대 초반 아줌마들은 친구들이 많지 않습니다. 여자는 결혼이 무덤이라고 하죠. 결혼하면 그 친한 친구도 만나기 힘들고 삶 자체가 남편과 자식에게만 맞춰져 있습니다. 하루종일 남의 뒷바라지만 하는 삶.

인생의 조연으로 전락한 모습입니다. 주체적인 자신의 삶은 없고 온통 자식과 남편이라는 집안의 두 주인공을 훌륭하게 서포트하는 명품 조연역을 강요받습니다.

이 40대 아줌마들이 주인공이 된 영화가 이전에 있었나요?
있긴 있었겠죠. 하지만 대부분 아줌마들의 일탈을 그린 영화가 대부분이었지 과거 추억담을 담은 영화는 없었습니다.

영화 써니는 돈은 있으나 영화관 갈 시간이 없는 아줌마들을 위한 헌 사시 같은 영화입니다.
87년 여고교정을 떠올리고 싶은 우리네 30.40대 줌마넬라를 위한 영화이고 그 특정 계층의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는데 아 글씨 이 영화 대박이 납니다. 올 상반기 최고 인기영화로 누적 관객수 659만 명입니다. 곧 트랜스포머 3에 따라 잡힐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5월에 개봉한 영화가 지금 7월까지 꾸준히 상영되는 자체가 올해 최고의 화제작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흥행이유가 궁금해서 보게 된 영화 써니

써니

다운로드 시장으로 내려오면 합법 다운로드해서 볼 생각이었습니다. 보려고 할때는 너무 늦은감이 있어서 2차시장으로 내려오면 볼려고 했는데 이 영화 2달 내내 안 내려옵니다. 안 오면 제가 가야죠. 도대체 뭔데~~~ 이렇게 흥행을 오래 해??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만 이 영화는 흥행할만한 요소가 많은 잘 만들어진 기획영화입니다.
안 보신 30.40대 이상 여자분들이 있다면 꼭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편집술이며 87년 당시를 촌스럽게 아주 잘 담아낸 모습 하며 웰메이트 영화입니다.

프로스펙스와 스펙스의 차이점을 구분할 줄 아는 미세한 조율은 이 영화의 감수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써니는 7 공주파의 이름입니다. 7 공주라는 이름의 뉘앙스에서 알 수 있듯 불량서클이죠. 이 불량서클에 전남 벌교 출신의 나미가 전학을 오게 됩니다. 나미는 전교에서 1,2등 하고 얼굴도 예쁘장한 여고생입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7 공주파에 끼게 되죠

써니

쪽수 채우려고 데리고 간 나미, 타 학교 불량서클과 한판 붙게 되는데 나미의 기지로 한방에 격퇴시킵니다.
어린 나미역의 심은경의 신들린 빙의 연기는 극장 안을 포복절도하게 만듭니다.

예상하시겠지만 영화 '써니'는 80년대와 2011년 현재를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써니 파의 짱이였던 춘화가 암으로 죽게 되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나미가 그 시절 써니파를 하나둘씩 다시 끌어 모으는 것이 주된 줄거리입니다

 


80년대를 완벽 재현한 써니. 그러나 약간의 과장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다

써니


나미는 스펙스를 신고 있는 자신을 보며 쪼그라듭니다. 서울 여고생들은 죄다 프로스펙스나 나이키를 신고 다니는데 국민학생들이나 신는 스펙스를 신고 다니는 자신이 창피했죠. 그러던 나미가 써니 파에 들면서 점점 변해 갑니다. 그리고 당당히 나이키 가방을 메고 등장하죠

80년대 청소년들에게 있어 나이키는 군대용어로 따지면 A급이었습니다. 나이키, 아디다스가 최고로 쳐주었죠.
그 선망의 브랜드를 영화 곳곳에 녹여내는데 너무 녹였는지 이거 나이키사에서 간접광고 협찬을 받은 건지 너무 나오더군요.
이런 브랜드 하나로 그 시절을 녹여내는 모습을 보더라도 써니는 80년대를 완벽 재현했습니다.
또한 그 시절 학생문화를 잘 그려내고 있고요

써니

영화 써니를 보면서 비교되는 영화가 하나 있더군요. 메서드 연기를 해서 실제로 류승범의 고등학교 시절을 담은 것 같은 2002년 개봉작 품행제로라는 영화입니다. 이 품행제로도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명랑청춘물이죠.

민희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기타를 연습하던 중필(류승범)이의 모습에 박장대소를 했죠.

영화 써니와 품행제로는 참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릅니다. 써니는 여고생 써니라는 7 공주파 이야기라면 품행제로는 중필이가 주인공인 영화이고요. 써니는 추억을 상업화하고 포장한 추억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한 영화라면 품행제로는 그냥 80년대 불량한 남학생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써니



그러나 둘 다 80년대를 다큐가 아닌 예능으로 담은 영화이고 그러기 때문에 두 영화 모두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써니는 너무 영화를 희화시켜서 만들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80년대의 암울한 시대상을 너무 가볍게 만든 것은 저에게는 별로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전의 80년대를 다룬 영화들은 최루탄처럼 아주 살벌하고 매운 모습으로 80년대를 다루었지만 써니는 그걸 웃음으로 승화시킵니다. 두 여고의 7공 주파끼리 맞붙는데 뒤에 전경과 대학생들이 병품처럼 깔립니다.

7 공주파의 싸움과 전경과 대학생의 싸움이 같은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모습은 웃음이 많이 나오더군요. 특히 대학생과 전경이 싸우는 장면에서 80년대 인기 히트곡인 조이의 '터치 바이 터치'는 극장 안을 웃음바다고 만듭니다. 저도 한참 웃긴 했지만 어느 선을 넘어선듯해서 나중엔 웃음을 거두웠습니다. 예능이라도 해도 정도껏 해야지 너무 오버를 하면 천박해 보이죠.

써니

써니는 그런 천박의 선까지 다다릅니다. 물론 당시의 시대상을 가볍게 날려버린 재기는 좋긴 하지만 그래도 개연성마저 떨어지는 모습을 계속 끌고 가는 모습은 좀 그렇더군요.

영화감독 강형철은 80년대 히트영화 '라붐'을 오마쥬한 장면을 많이 보여주는데 나미의 첫사랑에 대한 장면을 오마쥬 하면서도 패러디를 아주 잘합니다. 80년대 히트곡들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80년대 히트곡과 영화의 한 장면이 오버랩이 되니 80년대에 흠뻑 빠져 들게 되네요. 이 영화의 미덕중 하나는 80년대를 재현한 추억이라는 솜사탕이죠



7명의 캐릭터를 모두 다 잘 살리지는 못했다.

이 영화는 80년대 복고 영화이기도 하지만 캐릭터 영화이기도 합니다. 7명의 캐릭터를 다 살려줘야 하는데 영화는 시간의 제약이 있습니다. 드라마라면 1회 1회 주인공을 번갈아 가면서 하면 될 수 있지만 영화는 시간도 짧고 7명 모두에게 스포트 라이트를 켜주면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하죠

그래서 써니 파의 최고인 춘화와 공부 잘하고 그림 잘 그리는 나미, 얼짱인 수지와 장미가 주인공 역할을 합니다. 복희, 금옥, 진희는 각각 캐릭터 부여를 하지만 잘 살아나지 못합니다. 영화 보는 중간에 쟤가 걔야?라는 의문부호들이 많이 들리더군요

써니

감독이 7공 주파라는 80년대 학생들의 코드를 너무 따르려고 했나요? 95년 개봉한 허리우드 영화 '나우 앤 덴'처럼 4명으로 축소했다면 더 깔끔했을 것입니다. 7명이라는 숫자에 너무 집착을 했더군요

민효린이 연기한 얼짱 수지는 가장 탁월한 캐릭터였습니다. 얼굴 예쁜 것들이 싸움도 잘하고 공부까지 잘하면 정말 질투 나죠. 그런 역할을 하는데 정말 공감 가는 캐릭터였고 지금도 민효린 같은 얼굴 하나 믿고 위세를 떠는 여고생들이나 남고생들이 많겠죠. 또한 의리파 춘화도 멋지고요. 거기에 나미라는 캐릭터도 공감이 많이 갑니다. 비록 7 공주파에 들긴 했지만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그런대로 예쁜 모습은 좋은데 후반에 첫사랑을 찾아간 모습은 에이~~~ 하는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굳이 첫사랑을 찾아가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다른 분들에게는 첫사랑을 다시 찾는 부분이 공감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전 영 아니더군요. 남자들이야 첫사랑을 못 잊지 여자들은 잘 잊던데요? 제가 너무 일반화시켰나요?

 


그런데 써니파는 불량서클 이야기 아닌가?

써니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의문과 불편함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미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하는 행동은 불량서클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품행제로도 보면서 웃기기는 했지만 학원폭력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신나게 웃을 수만은 없었죠.

이들은 7명이서 몰려다니면서 삥을 뜯거나 다른 학생을 때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불량서클이라고 말할 정도이고 술과 담배를 피우는 멤버도 있고 다른 학생들이 굽신거릴 정도면 같은 동급생들을 주먹으로 휘어잡은 아주 못된 집단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주인공들을 미화시키고 포장시킬까요? 80년대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튀는 학생들 즉 불량한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야만 하나요? 뭐 저같이 범생이들은 영화 만들거리가 없기에 기타등등으로 처리하면서 사건사고가 많은 학생들인 불량한 학생들은 시나리오 꺼리가 많기에 주인공을 해주는 걸까요? 이런 불량서클 학생들에게 학원폭력을 경험한 저로써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감독은 여러 가지 여과장치를 마련합니다. 먼저 나미라는 학생이 모범생이고 공부도 잘한다는 설정을 했는데 그런 학생이 왜 7 공주파에 들어갈까요? 또 하나는 본드를 흡입하는 학생이 하나 나오는데 본드 흡입한다고 써니 파에서 쫓아낸 모습은 너무 작의적입니다. 그럼 불량서클이 아니라 자경단이라는 소리입니까?

여러모로 따지고 보면 이 영화 상당히 포장술에 능한 영화입니다. 그런 것 느끼지 못하게 본드부는 학생은 바로 차서 내쫓는 모습에서 시나리오가 세심하지 못함을 느낍니다.


추억을 잘 포장한 영화 써니, 대박 난 이유가 있었네

써니

이 영화는 추억을 잘 포장한 영화입니다. 특히 극장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아줌마들을 극장 안으로 불러들였고 실제로 이 영화를 보는 관객 대다수가 아줌마들입니다. 그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죠. 또한 80년대를 잘 재현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유머와 편집술이 아주 좋더군요. 과속스캔들도 뻔하디 뻔한 지루한 이야기를 유머와 적재적소의 멘트와 대사로 잘 꾸며진 영화였고 이 영화 역시 그런 류의 대단히 포장이 잘된 상업영화입니다.

제가 위에 지적을 좀 했습니다만 저렇게 까지 생각하는 관객이 없기에 영화 보고 만족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시나리오도 그런대로 좋고 그 시절 이야기를 잘 다룬 것도 있습니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마지막 장례식장에서의 춤사위는 너무 작위적이더군요.

또한 여자들의 신데렐라 컴플랙스를 가지고 해피엔딩으로 칠한 모습은 너무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예능영화이기에 그렇게 까지 따질 것은 없겠죠.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이 너무 있네요.

그 시절 그 친구들 다시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 꼭 만나야 하나?라고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그 시절 친구들의 모습이 그리운 세대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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