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버린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면 항상 서글픕니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늙으셨을까? 혹시나 나 때문에 더 빨리 늙으신 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되면 항상 죄스럽기만 합니다.
우리는 젋고 아름다운 것들만 카메라에 담습니다. 아장아장 아기들의 사진을 닮지만 우리네 부모님들의 사진을 찍어주지는 않죠. 늙어가는 모습을 추악시 여기는 세태도 문제이지요. 50대 나이인 샤론스톤의 늙은 몸을 보여주면서 손가락질을 합니다. 아니 샤론스톤은 무슨 로봇입니까? 50대 나이에 50대 몸을 가진 게 왜 욕을 먹어야 하나요?
동안을 칭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자기 나이또래로 보이는게 왜 욕을 먹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뭐 물신주의에 몸이 종교가 된 나라의 서글픈 풍경이지요. 이런 풍경 속에서 우리는 늙음을 추악함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늙음=추악이라는 공식이 있지 않을까요?
사진작가 Isa Leshko는 알치하이머 병에 걸린 부모님을 보고서 작은 결심을 합니다.
그 결심이란 주변에 있는 늙은 동물들을 카메라로 담고자 하는 결심이었죠.
친구가 개를 참 오래 키웠습니다. 새끼 때 데리고 와서 늙어서 죽었는데 인간과 같이 오래 살 수 없기에 사랑하는 동물을 먼저 떠나보내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전 그 모습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래 사는 것도 큰 행운이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부모님이 먼저 우리곁을 떠나듯 사랑하는 존재는 영원히 우리 곁에 있을 수 없습니다. 영원하지 않기에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합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그 좋은 카메라로 부모님의 뒷모습과 자는 모습을 담아 보세요.
그리고 화창한 봄날 멋진 사진 한장 찍어서 크게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 드리면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얼굴로 당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것입니다.
이 사진들을 보니 영화 하이랜더가 생각나네요. 연인은 늙어서 죽지만 불멸의 하이랜더는 영원히 살면서 그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고통을 겪죠. 그러면서 삶을 배우나 봅니다. 워낭소리가 그래서 히트했나요? 우리가 눈여겨서 보지 않은 소와 할아버지의 우정과도 같은 깊은 속내음이 들려온 듯합니다.
출처 Isa Leshko: Elderly Anim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