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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옛구로수출공단이 한국 IT의 심장이 되고 있는 가산디지털벨리

by 썬도그 2011.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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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코메디언들은  그렇게 가리봉동을 외쳤을까요? 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가요?
80,90년대 아니 지금도 가리봉동을 코메디 소재로 많이 이용하는 것을 봤습니다.

가리봉동. 이런 코메디 소재로 자주쓰니 그 동네에 사는 자체가 창피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입고 타고 사는 지역으로 그 사람은 수초만에 분석평가해 버립니다.  뭐 그 사람이 사는 곳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말해주긴 하죠.  저 가난해요라고 하면서 대치동 산다고 하면 그 말을 누가 믿을까요?

가리봉동은 그렇게 코메디 소재로 쓸만한 동네는 아닙니다. 한때 한국호의 강한 성장엔진이었고  수많은 누나 형들이  그곳에서 가전제품과 가발, 신발, 옷등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했습니다.

여공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 보면 그들을 존경어린 눈으로 봐야 하지만 우린 어디 그런가요? 공돌이 공순이라고 놀려되곤 했죠.  

제가 어렸을때 살던 동네와  구로공단은 가까웠습니다. 중학교 때인가 우연히 구로공단에 들어갔다가 너무 다른 풍경에 황급하게 빠져 나온 기억이 나네요.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그 구로공단 거대한 공장만이 가득했던 구로공단이 사라졌습니다.

구로공단은 구로구 가리봉동과 금천구 가산동을 아우르는 지역에 있었습니다.
신경숙의 소설 '외딴방'은 공단에서 근무를 했던 작가 신경숙의 삶이 그대로 녹여져 있습니다.  

외지에서 돈벌겠다고 올라와서  12시간 넘게 일하면서 쥐꼬리 만한 월급을 받으면 반 이상을 고향으로 부쳤던 여공들.
자신은 겨우 누울정도의 공간인 쪽방촌에서 지내면서 고향의 오빠 혹은 부모님들을 위해서 돈을 모았던  그 여공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 가리봉동이죠.  감히 코메디 소재로 쓸만한 동네가 아닙니다.

가끔은 묻고 싶습니다. 가리봉동을 입에 달고 사는 이유가 가리봉이라는 단어자체때문인지 아니면 내려다 보는 시선(코메디 자체가 내려다보는 시선이 많죠)때문인지를 묻고 싶네요

지난 주말 가리봉과 가산동을 돌아다녔습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제가 사는 지역 가까이 있는 곳이지만 제대로 탐사를 해보지 못했습니다


가리봉동은 영등포구에 있었다가 80년대 영등포구에서 구로구가 분구 되고  다시 구로구에서 95년도에 금천구가 분구되면서 축소되게 됩니다.  금천구지역의 가리봉동은 가리봉동과 독산동의 이름을 따서 가산동으로 바뀌게 됩니다. 

현재 가산동은 구로수출공단의 공장들이 시외로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거대한 아파트형 공장숲으로 바뀌었습니다. 월드 메르디앙과 대륭포스트타워, LG전자 연구소와 사무실과 디지털센터와 롯데등 수많은 한국기업들의 빌딩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강남 테헤란로 못지 않는 거대한 사무실 숲이 되고 있죠.  강남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서 많은 벤처기업들이 가산 디지털단지와 구로 디지털단지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름만 되면 알 수있는 벤처기업들이 많이 있죠. 

여기에 의류아울렛 매장도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빌딩 숲이 되고 있고 퇴근시간에 가산디지털단지를 지나가는 것은 너무나 곤혹스러울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습니다. 



인터스포츠라는 거대한 스포츠용품센터도 있습니다. 
주말 2시에 찾아간 인터스포츠는 손님이 거의 없었습니다. 장사가 잘 되나 할 정도로 사람이 없는데요. 이 가산디지털단지는 주말에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습니다. 평일이야 저 빌딩에서 근무하는 회사원들이 많지만 주말에는  회사원들이 없기에 썰렁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이 근처에 아파트단지가 많은 것도 아니고 이곳을 일부러 찾는 데이트족도 없습니다. 



지하에는 이렇게 음식점들이 있지만 주말에는 손님 하나 없어서 저렇게 문만 열고 장사는 거의 안되고 있습니다. 



한 음식점은 벌써 영업을 정리했네요. 이 건물이 생긴게 1년 약간 넘는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장사를 접는 다는 것은 건물 공실률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죠.  


지하층에 파란 탁구테이블이 이곳 분위기를 말해주는 듯 하네요.




건물들은 최신식입니다.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면 이 건물은 어느정도 사무실이 있는 듯 하네요


리더스타워라는 건물은 꽉찼네요. 이 건물은 생긴지 좀 되서 그런지 공실률이 낮습니다. 기업이름을 보니 기계부품류와 IT기업등 다양한 회사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최근에 생긴 건물인 대륭포스트타워 6차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10층에서 19층까지 LG전자 사무실이 꽉 찼네요. 
금천구 국회의원 안형환 홈페이지에 가보니 한분이 이곳에 식당을 운영하는데  문제가 생겼다고 읍소를 하네요
그 이유는  상가 분양하는 곳에서 식당이 없어서 LG전자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많이 사먹을 거라면서 분양을 했는데 LG전자가 자체적인 구내식당을 만든다면서 하소연을 하는데 상당히 복잡한가 봅니다.

사실 이 가산디지털단지지역은  회사원들이 많아서 호프집이나 음식점등을 하면 장사가 잘 될 것 입니다. 그러나 유흥가가 주변에 없어서 대부분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가는지 아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하네요.  

커피숍이나 다른 상가는 많지만 노래방이나 주점등은 거의 없는 편이죠.
저도 나날이 늘어가는 건물들을 보면서 여기에 상가하나 분양받으면 대박나겠다고 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가 봅니다. 뭐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LG전자 같이 연봉을 많이 받는 대기업직원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중소기업이고 주변에 아파트가격은 참 싸지만 주변지역에 집을 얻을려고 하지 않을 것 입니다. 특히 중고등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다면 금천이나 구로 혹은 광명시에 사는게 부담스럽죠.  그 이유는 교육인프라가 아주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금천구 구로구 영등포구 모두 명문학교도 없고 학생들 성적들도 좋지 못한데  그런 이유로 주변 아파트에 집을 사서 살지 않습니다. 일하기는 좋은 지역인데  살기에는 좋은 지역이 아니죠.  

서울시에서 이런 교육낙후지역에 큰 투자를 했으면 하지만 그렇지도 않죠.



남부순환도로입니다. 이 길을 쭉 따라가면  경인고속도로와 연결됩니다. 고속화 도로라서 차들이 빠르게 달립니다. 
가산동에서 육교를 건너면 가리봉동이 나옵니다.

 
이곳은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재중동포가 많이 사는 곳이죠.  작년 최고 히트작이었던 영화 '아저씨'의 주무대이기도 했고 
최근에 끝난 영화 아이리스2인  아테나 : 전쟁의 여신에서도 김민종이 활동무대로 나오죠. 요즘 심심찮게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 곳이 배경이 되는데 그 이유는 이 곳은 재중동포가 많이 살기 때문입니다. 

가리봉동 주민 1만 5천6백명중에 45%인 7천100명이 재중동포입니다. 이곳으로 몰리는 이유는 거주비용이 적기 때문인데요
여공들이 살던 곳에서 이제는 재중동포분들이 많이 삽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국적을 가졌지만 중국에서도 소수민족으로 차별받고  그렇다고 동포인 한국인에게서 따스한 시선이 아닌 괄시와 멸시를 받는 분들이죠.

코리아드림을 위해서 모여살게 된곳이 가리봉동이고  이곳은 옌벤거리로 알려지게 됩니다. 화교들이 있는 인천 차이나타운과는 닮은듯 다릅니다. 차이나타운은  한국에 흡수된 모습이지만 이곳은 경계인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한민족이지만 국적은 중국인 경계인들.  하치 미국의 코리아타운을 연상시키네요. 


온통 중국관련 간판들입니다. 이곳도 2015년이면 재개발이 완료되고 첨단동으로 동이름마져 바뀔 예정입니다. 이곳이 개발되면서  현재는 대림동쪽으로 재중동포들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하죠. 양고기 먹어본적 없는데 양고기 먹고 싶으시면 이 가리봉동으로 오시면 됩니다. 또한 중국식품과 음식도 맛볼 수 있고요. 



피자 같기도 하고 호빵같기도 하고 먹음직스럽네요. 

 


길을 걷다보면 중국어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재중동포들은 음식점이나 공사장에서 많이 근무합니다.
우리 한국인들이 L.A에 가서 접시닦이를 한 것처럼 이 분들도 자신들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중구 연벤의 특삭품중 하나는 사과배라는 것이 있습니다. 늦은 가을에 익는 저장용 배인데요. 색깔이 붉어서 사과배라고 하죠
사과같지만 배인 사과배. 어쩌면 재중동포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하네요

한국인과 닮았지만 한국인은 아닌 경계인들


가리봉시장도 여느 시장과 비슷한 모습이네요. 


가산동의 고층빌딩과 가리봉동의 낮은 풍경이 묘하게 대비되어 보입니다



남부순환도로를 다시 넘어갔습니다.

 
가산동도 자세히 보면 두개로 나눠져 있습니다. 가산디지털역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나눠져 있는데 항상 이곳에 오면 양쪽 출구 분위기가 비슷해서 어디가 어딘지 헤깔릴때가 있습니다. 이쪽에 LG전자 건물이 있었나? 가리봉역 건너편인가? 항상 헤깔리죠.

 
가산디지털역 한쪽은 이렇게 낮은 건물이 있고 반대쪽은 고층빌딩이 있습니다.

 
가리봉동쪽이 아닌 안양천쪽 출구로 넘어갔습니다. 거대한 건물들이 가득하네요



 
아직도 이곳은 고층빌딩들이 우후죽순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한때 이런 모습이 흐뭇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부동산경기가 침체라서  공실률도 높습니다. 저 건물도  사무실 꽉 찰려면 2~3년은 기다려야 할 듯 하네요


건물 멋지죠? LG전자 디지털센터입니다. 이곳에서 LG전자 제품의 디자인이 만들어집니다. 가산동에는 이 건물말고 또 하나의 건물이 있는데  LG전자 건물이 상당히 많습니다. 여기서  제가 쓰는 옵티머스2X가 개발되었을까요?

아까도 소개했지만 LG전자 건물이 아닌 곳도 LG전자가 임대해서 쓸 정도로 LG전자의 개발인력들이 많이 있습니다. 



R&D 캠퍼스도 있네요.  LG전자 2010년에는 매출액은 상위클래스에 있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해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스마트폰시장에 대한 대응이 늦어서 였는데  올해는 옵티머스원과 옵티머스2X등이 크게 히트해서 체면치례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문제로 고객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삼성전자가 옴니아2 불만으로 큰 곤혹을 겪고 있습니다. LG전자가 예전 초콜렛폰 명성을 다시 찾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 IT업계 특히 스마트폰 시장은 정말 예측불허이고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네요. 


 

가산동과 가리봉동을 지나 안양천으로 향했습니다.  가끔 이 가산동과 가리봉동을 가면 강남 빌딩숲에 간듯한 느낌이 듭니다.
저녁 퇴근시간만 되면 엄청난 퇴근인파를 쏟아내는 곳,  몇년 후에는 구로디지털벨리와 함께 한국 IT의 심장이 될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공존하고 공생하고 공진화 했으면 합니다.  또한 재중동포들이 많이 사는 엔벤거리도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서 한국속에 작은 중국거리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데 이미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서 2015년이면 가리봉동은 사라지고 첨당동이 될것 입니다.

60.70.80년대의 한국호를 이끄는 강력한 엔진이었던 가리봉동. 이제는  IT로 무장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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