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낀 최고의 공간 청와대 상춘재 뒤 계곡과 침류각 일대
여행을 참 많이 가고 싶고 즐겨 가기도 했지만 요즘은 멀리 안 나갑니다. 여행의 본질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낯선 것, 새로운 것을 보고 듣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서울에 사는 나는 서울을 잘 알까?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도 집 주변 돌아보는 일은 적을 겁니다. 어차피 멀리 가서 느끼는 감흥도 있지만 집 근처에서 발견하는 재미도 좋죠.
서울은 한국 최고의 관광지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가지만 경주 사람들은 수학여행으로 서울을 옵니다.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도 서울입니다. 그중 가장 인기 높은 관광지는 한강과 4대 고궁 그리고 최근에는 청와대도 관광지로 유명해지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가볼 생각을 안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정권이 누가 될 지 모르겠지만 용와대는 아닐 것 같아서 죽기 전에 한 번은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무료 관람이지만 예약을 해야 하고 현장 발권도 있긴 한데 미리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날씨가 안 좋은 계절에는 청와대는 인기가 없습니다. 날 좋은 날은 사람으로 미어 터집니다. 한국은 활동하기 좋은 달이 몇 달 안 됩니다. 4~5월, 10월~11월 이 정도로 1년 중에 약 4개월만 밤낮으로 활동하기 좋고 여름 겨울은 지옥 같은 느낌입니다. 특히 올해 여름은 너무 길어서 여름에 대한 혐오감도 생겼네요.
청와대가 청와대인 이유는 저 기와가 푸른색이기 때문입니다. 기와 중에 푸른색이 있는 전각은 창덕궁에도 하나 있습니다. 염료가 워낙 비싸서 함부로 푸른 기와를 올릴 수 없습니다. 귀족의 색깔이 붉은색인 이유도 붉은색 염료가 비싸서이듯 기와도 푸른색은 비쌌습니다. 그래서 청와대 지을 때 푸른색으로 올렸습니다.
입구에서 가방 검사를 합니다. 백팩은 검사하고 옆으로 메는 가방은 검사 안 합니다. 폭발물 때문인가 보네요. 그런데 좀 이해가 안 가죠. 아니 여기가 국가 요직들이 오는 곳도 아니고 청와대가 아니잖아요. 용와대로 다 옮겼잖아요. 경복궁에 가방 검사 합니까? 정책이 갈팡질팡하네요. 왜 이럴까 생각해 보니 영빈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청와대 다 돌아보는데는 넉넉 잡고 4시간 빠르게 보면 3시간 청와대 본관, 관저만 보면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전 상춘재, 침류각 지나서 산 중턱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서 4시간 걸렸습니다.
볼 거 없고 볼품 없는 영빈관
가장 먼저 간 곳은 영빈관입니다. 청와대 시절에 사용하던 귀빈들을 위한 행사 장소입니다. 외국 대통령이 오면 여기서 큰 행사를 하죠. 그런데 용와대인 지금도 사용합니다. 용와대 근처에 이런 영빈관 건물이 없습니다. 그래서 신라호텔에서 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했다가 동남아 한 외국 정상이 극대노 했다고 하죠. 우리를 이렇게 대접할 수 있냐면서 허접한 접대에 화를 냈다고 하네요.
이후 다시 여기 영빈관을 다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수시로 해외로 나가는 대통령 부부 때문에 가동을 잘 안 하는 듯 하네요.
안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실제 사용 장소라서 다 막아 놓았습니다. 볼 것도 없습니다. 그냥 텅빈 공간입니다. 샹들리에만 엄청나게 고급지네요.
영빈관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냥 겉만 보고 나와야 하고 볼 것도 없습니다.
상춘재 주변 풍광에 감탄이 나오다
청와대 입구를 지나서 3시 방향으로 가면 청와대 상춘재가 나옵니다. 여기는 일제시대부터 있던 상춘실을 그대로 두고 사용했다가 여러 차례 보수를 하면서 현재의 상춘재가 되었습니다. 외빈 접견 장소나 비공식 회의 장소로 활용되는 곳입니다. 2칸 한옥으로 마루 부엌 화장실, 대기실까지 다 갖추어진 은밀한 장소입니다. 이 상춘재 앞에 잔디는 못 들어가게 막아 놓았습니다. 한국은 잔디와 어울리는 국가가 아닌가 봅니다. 잔디는 보는 것이지 밟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모습이네요. 실제로 연교차가 엄청난 나라 나서 잔디가 잘 자라지도 않고 금방 죽네요.
상춘재 앞마당에는 거대한 수목들이 있는데 국가 관리 수목일 정도로 나이도 많고 크기도 엄청나게 큽니다.
상춘재 주변에는 예술 작품도 있고 이렇게 오래되어 보이는 듯 하지만 최근에 만들어진 듯한 돌 조형물도 보이네요.
여기가 상춘재입니다. 곳곳에 보안 요원 분들이 있습니다. 관리가 쉽지 않겠더라고요. 워낙 숲도 많고 한눈 팔면 비인가 지역으로 훅 넘어갈 수 있겠더라고요. 여기까지만 보고 그냥 그런 곳이구나 했는데
상춘재 옆 계곡에 반했습니다. 도심 한 가운데서 계곡을 봤네요. 사실 한국이 풍류를 말하고 배산임수에 계곡이 어쩌고 하지만 정작 날 좋은 날에 가보면 계곡에 물이 거의 안 흐릅니다. 건천들이 많아요. 수성동 계곡도 그렇죠.
아무리 카메라가 좋아졌다고 해도 눈으로 본 것보다 못할 때가 많아요. 이 사진도 풀프 미러리스로 찍었지만 제가 본 느낌을 다 담지 못하네요. 물론 제가 사진 보정을 못해서이지만 그럼에도 이게 최대 근사치예요. 보면서 단풍 들 때 또 오자고 다짐했고 이미 청와대 예약을 11월 초에 예약을 했습니다. 작년 단풍을 보면서 11월 초에서 중순에 서울에 단풍 드는 걸 봤거든요. 그래서 올해도 그쯤에 들 것 같았는데 지금 보니 더 늦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이 작은 계곡에 물고기도 살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서 왜 청와대는 청와대여야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외국 귀빈이나 대통령이 오면 이 상춘재 근처에서 차담하고 한 바퀴 돌면서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툭 터놓고 이야기하기 딱 좋을 정도로 엄청난 풍광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용와대는 이게 없잖아요. 그렇다고 현재 대통령 관저인 외교부 장관 저택이 대신할 수 없고요. 그리고 단풍나무가 엄청 많아요. 단풍도 단풍나무가 일품이지 은행나무도 다른 상수리나무나 참나무들은 그 빛이 단풍나무보다는 못해요. 너무 놀라운 풍광에 한참을 머물면서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건너편에는 초가 지붕 정자도 있는데 이미 관람객들이 편하게 쉬고 있네요.
청와대에서 가장 이상하게 느꼈던 것이 하나 있는데 의자가 엄청 많아요. 한국은 이상하게 길거리에 의자가 없어요. 그래서 걷다가 쉴 곳이 마땅치 않아요. 쓰레기통도 없고 벤치도 없고 참 많이들 없어요. 그런데 여기는 너무 많아요.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쉴 수 있어서 좋네요.
청와대 침류각
상춘재 뒤에는 대한제국 시기에 만들어진 경복궁의 한 전각인 침류각이 있습니다. 경복궁이 지금보다 더 컸다는 방증이죠. 이걸 일제 시대에 조선총독부 관저가 들어서면서 날려 먹고 그 자리에 청와대가 생겼습니다. 일제도 대한민국 정부도 청와대가 방어에도 좋고 풍류도 좋아서 여기에 세운 것 같습니다.
물론 청와대 대통령을 돌아보면 욕 먹는 대통령이 안 먹는 대통령보다 더 많죠. 그럼에도 청와대가 뭔 잘못을 했겠습니까? 대통령이 문제죠. 아니 수요일마다 드라마 본다고 일정 안 잡는 대통령이 문제지 청와대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경복궁 북궐에 있던 부속 전각으로 정면 4칸 측면 2칸입니다. 창살이 엄청나게 정교하네요.
옆에는 초가 지붕초가지붕 전각도 있네요. 궁에 초가지붕? 서민들의 집에 사용하는 초가지붕을 여기서 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애민 정신을 위해서 만든 것 같기도 하고요. 창덕궁 깊은 곳에 가면 벼를 짓는 곳이 있어요. 백성들의 벼농사를 체험 및 갸름해 보는 곳이죠. 거기서 올해 작황을 예측하고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한국 한옥 전각들은 화재에 취약합니다. 영화 <전,란>을 보면 선조가 경복궁이 타오르자 왜군이 불 질렀느냐 했더니 백성이 질렀다는 말에 '아니 왜?'라는 말을 하죠. 정말 무능의 아이콘입니다. 그만큼 조선의 왕 중에서 백성을 버리고 빤스런 한 왕이 한 둘이 아닙니다. 백성들이 얼마나 화가 났으면 경복궁에 불을 질렀겠어요. 그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소방수를 이 드무에 담습니다. 물확이라고도 하고 드무라고도 합니다. 뚜껑 없는 가마솥 느낌이죠.
계곡에 산새 소리 들리고 물소리 들리고 낙엽지고 그냥 숲 속 별장 같네요.
저 멀리 청와대 관저가 보이네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청와대 관저, 청와대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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