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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2가 재미없는 이유 5가지

썬도그 2024. 10. 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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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은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 안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니메이션 감독 시절의 그 총명함은 다 어디 사라지고 이렇게 못 만들기도 어려운 지옥 시즌2를 제대로 말아먹었네요. 연상호 감독의 명작 애니인  <돼지의 왕>, <사이비>의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놀라운 스토리는 다 어디다고 엉성함만 남았네요. 

 

솔직히 연상호 감독처럼 요즘 영화 많이 제작, 연출을 하는 감독도 없습니다. 특히 넷플릭스가 아주 좋아하는 감독이라서 그런지 다양한 드라마를 제작하네요. 특히 김현주 배우와 함께 만드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참 많습니다. <선산>도 <지옥>도 영화 <정이>도 있죠. 그러나 <기생수 : 더 그레이>처럼 나름 잘 만든 드라마도 있지만 <선산>이나 <지옥 시즌2> 같은 망작도 잘 만듭니다. 

 

너무 소진되었어요. 에너지를 응축했다가 방사해야 하는데 1년에 무려 2개의 넷플릭스 드라마를 연출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진 건지 올해 본 넷플릭스 드라마 중 보다 꺼버린 <종말의 바보> 다음으로 가장 망작이 <지옥 시즌2>였습니다. 국내 평도 해외 평도 한결같이 졸작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네요. 저도 보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지만 대충 마무리하고 끝나는 느낌까지 드네요. 

 

지옥2가 재미없는 이유 5가지 

지옥2

지옥 시즌 1이 놀라운 소재와 스토리로 몰입감이 엄청났다면 시즌 2는 그 몰입감은 싹 사라졌습니다. 이야기는 엉성하고 핵심이 되는 서사를 이끌어야 하는 주인공인 변호사 민혜진(김현주 분)은 이야기를 끌어가지 못합니다. 보면서 이렇게 한심하게 만드는 이유가 뭘까? 넷플릭스를 지옥으로 끌고 가는 이유가 뭘까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1. 지옥 시즌1과 이어지지만 이어지지 않는 듯한 시나리오

지옥2

드라마 지옥이 2021년 11월에 공개되었고 전 세계 1위를 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2024년에는 기억이 희미해졌죠. 게다가 지옥 시즌2는 시즌1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시즌 1을 다시 보거나 최소 다이제스트 영상을 유튜브에서 봐야 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알기에 넷플릭스는 6분짜리 시즌 1 줄거리 영상을 업로드해 놓았습니다.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세상에 갑자기 3명의 타이어맨 같은 지옥사자가 등장해서 사람을 태워서 없애는 기이한 일이 일어납니다. 이걸 시연이라고 합니다. 시연을 당하는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언제 죽는지 저승사자 같은 것이 나와서는 죽음 예고를 합니다. 그리고 그날이 되면 죽음을 당합니다. 

 

이런 기이한 행동을 이용하는 자가 등장하는데 바로 새진리교라는 사이비 종교의 리더 정진수입니다. 이 정진수는 20년 전에 시연을 예고받은 것을 숨기고 혹세무민 하는 사이비 교주 역할을 하다가 2대 교주에게 넘겨주고 시연을 당하면서 끝이 납니다. 그리고 이 이상한 일을 조사하는 민혜진이라는 열혈 변호사가 있습니다. 민혜진 변호사는 박정자라는 시연 예고자의 변호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연일이 되자 이 장면이 생중계를 되고 지옥의 사자가 3명이 나와서 시연을 합니다. 이 장면이 이 지옥 시즌 1의 클라이맥스이자 압권입니다. 

 

여기에 거론 안 했지만 박정민이 후반부를 이끄는 핵심 인물이고 시즌 2에서는 엑스트라급으로 전락한 형사 진경훈도 꽤 많이 나옵니다. 시즌 1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 건 큰 걸림돌은 아닙니다. 문제는 지옥 시즌 2의 이야기가 너무 조잡하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지옥2

지옥2의 핵심 줄거리는 부활입니다. 시즌 1 마지막 장면에서 박정자가 시연을 당한 후에 다시 부활을 하면서 끝이 납니다. 시연의 저승사자들도 기이하지만 여기에 하나 더 얹어서 부활을 한 사람의 이야기가 시즌 2의 주요 내용입니다. 박정자만 부활하는 건 아닙니다. 정진수 의장도 8년이 지난 후에 부활을 합니다. 

 

그런데 시즌 1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형사와 형사의 딸은 처음과 끝에만 잠깐 나옵니다. 거의 다 도려냈다고 할 정도로 역할 비중이 확 주네요. 여기에 박정민과 원진아 배우는 시즌 1에서 죽어서 안 나오지만 이 부부가 시즌 1의 후반부를 하드캐리 했는데 시즌 2에서는 이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지옥2

있긴 합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라고 하는 이수경(문소리 분)이 등장해서 이 기이한 일이 발생하는 지옥 같은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서 정부가 사이비 교주 뒷배가 되고 소도라는 민혜진 변호사(김현주 분)가 만든 새진리회에 맞서는 이성적인 단체도 이용해서 화살촉이라는 반달리즘 가득한 폭력집단을 분쇄시키려고 합니다. 

 

이런 식의 시선은 좀 아쉽네요. 아니 시즌 1에서는 전혀 등장 안 하던 정부가 갑자기 나서서는 세상 조율을 한다? 이 정부가 개입되는 것이 지옥이라는 드라마와 영 어울리지 않네요. 여기에 더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캐릭터가 있는데 천세형과 오지영(문근영 분)입니다. 유치원 교사인데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는 화살촉의 리더가 됩니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파편화되어서 각자 달리고 구심점은 가진 캐릭터가 많지 않습니다. 또한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해서 밝히려고 하는 시도 자체도 시즌 1과 달리 없습니다. 

 

물론 이해는 합니다. 이 지옥이라는 드라마는 어떤 개연성이나 이상 현상을 밝히는 답이 있는 드라마가 아닌 지옥 같은 이 세상을 그대로 그린 풍속화입니다. 그래서 여러 의문만 던지고 답은 각자 찾으라고 하는 방식인 것을 알고 이 점은 지옥 2에서도 꽤 나옵니다. 

 

지옥2

지옥 2 중반에 천세형이 지옥불에 떨어진 아내 오지영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정진수를 잡았을 때 하는 말이 이 드라마의 핵심입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서 서로 죽이려는 사람들로 가득 찬 지옥 같은 세상을 만드는 것"

 

살다 보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7할은 우리가 아직도 이해 못 하는 현상들이고 그중 3할만 과학의 힘으로 해석하고 응용하고 재현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로서는 이해 못 할 일들이 가끔 터지죠. 그럼 사람들은 그걸 공포의 대상으로 여깁니다. 신도 그렇습니다. 신을 지금 당장 증명할 수 있나요? 이렇게 물으면 믿음이 부족하다는 선문답 또는 불리하면 믿음 탓을 하는 종교인들의 행동을 참 많이 경험합니다. 

 

지옥2는 별 의미도 없고 해석 불가능한 걸 그 상태로 두지 않고 종교로 이용해 먹는 사이비종교인 '새진리회'를 통해서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종교에 가장 접근할 때가 공포에 사로 잡힐 때라고 하죠. 그래서 여전히 어떤 종교는 자신들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소리를 합니다. 이게 다 공포 마케팅입니다. 

 

여기에 정무수석 이수경의 말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해되는 말들은 분석당하게 되고 분석당하기 시작하면 경외의 대상이 될 수 없으니 그냥 굉장히 훌륭한 뜻이 있는 것 같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무슨 뜻인가 알아먹기 힘든 애매모함을 만들어서 어디다가 갖다 붙여 놓아도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이비 종교 또는 유사 종교들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2개의 문장이 지옥2에서 가장 값진 문장이었습니다. 

 

여기에 지옥의 의미를 나름 날카롭게 해석한 것도 괜찮았는데 이걸 또 너무 배우들의 대사로만 처리하는 것은 아쉽더라고요. 

 

그러나 그 외에는 불필요한 이야기도 많고 이야기의 흐름의 힘이 없는 것 아쉽네요. 특히 민혜린 변호사가 주인공이지만 별 역할을 못합니다. 

 

2. 배우 유아인과 너무 비교되는 김성철 

지옥2

지금은 감옥에 있는 배우 유아인은 사생활은 감옥행이지만 그의 연기만큼은 국내 탑클래스 배우입니다. 특히 그의 눈빛은 선인인지 악인인지 구분이 안 가는 모호함이 있습니다. 그게 시즌 1에서 정진수 의장의 역할과 딱 들어맞았습니다. 그런데 유아인이 감옥에 가자 대타로 배우 김성철이 투입됩니다. 배우 김성철 잘 알죠. 여러 드라마에서 출연하고 있고 다양한 배역을 하지만 저에게는 악당 역할로 많이 각인되었습니다. '스위트 홈'에서도 그렇고 여러 이미지들은 악역 전문 배우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또한 외모도 날카로운 눈매가 무시무시하죠. 

 

이러면 안 됩니다. 정진수 의장은 선하면서도 악한 모습을 다 보여줘야 하고 오히려 선한 이미지가 많이 보여야 그를 믿고 따르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김성철 배우에게는 이걸 느낄 수가 없습니다. 이는 배우의 연기력을 탓하는 것이 아닌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이미지 자체가 다릅니다. 미스 캐스팅입니다. 이는 <독전 2>에서 주인공인 서영락 대리를 교체하는 충격과 비슷하네요. 

 

3. 액션 장면이나 충격적인 장면이 덜하다 

지옥2

지옥2 2화인가에서 보여준 원컨티뉴어스 카 체이싱 장면은 아주 유니크합니다. 아주 뛰어난 액션 연출입니다. 물론 CG로 만들어낸 액션 장면으로 우리는 이미 영화 <마녀>나 넷플 영화 <카터>에서 봐왔던 장면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액션 연출은 좋네요. 문제는 그게 전부입니다. 없어요. 액션 드라마가 아니라고 해도 꽤 질 좋은 액션 장면을 기대했건만 이 장면 말고는 안 보입니다. 

 

변호사이지만 여전사 같은 민혜린의 액션도 진부하네요. 더 중요한 건 충격적인 시연 장면이나 부활 장면을 시즌 1에서 다 소모해서 시즌 2에서는 눈길을 끄는 놀라운 장면이 없네요. 후반에 촉수 괴물 같은 모습이 나오지만 <스위트홈 시즌2>도 <경성크리처 시즌2>도 그렇고 한국의 VFX 기술이 촉수 괴물에 올인하는지 진부한 액션에 아무 생각도 안 드네요. 

 

4. 주인공 민혜린의 아무 역할이 없다. 

지옥2

시연자 박정자의 변호사인 민혜린 변호사는 이 혼란스러운 사태에 가장 이성적이자 액션을 겸비한 주인공입니다. 이 지옥으로 인해 김현주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되었고 연상호 감독과 함께 <정이>라는 SF 영화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시즌 2에서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어떤 역할이 없고 오히려 이용만 당하는 듯한 느낌까지 듭니다. 또한 소도라는 큰 조직을 만들었지만 조직을 훼손하는 개인적인 행동이 커질 때는 소도에서 탈퇴하려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하네요. 다만 시즌 1에서도 그렇고 시즌 2에서도 그렇고 마지막 장면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이 미덕은 지옥 시즌 1, 2 모두 제공하네요. 

 

5. 연상호 감독 

지옥2

시기가 있죠. 열정도 시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연상호 감독은 열정가입니다. 다만 이게 어떤 새로운 것을 창작하려면 그 창작하는 만큼 나를 태워야 합니다. 물론 다작하는 작가나 감독도 많긴 하지만 그럼에도 텀이 있고 그 텀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창작물에 투영합니다. 그런 면에서 연상호 감독은 너무 많이 소비된 느낌이 듭니다. 

 

연상호 감독의 2011년 애니 <돼지의 왕>을 보면서 너무나도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놀라운 이야기에 충격을 먹었습니다. 이런 감독이 한국에 있다고?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이 <돼지의 왕>을 통해서 연상호 감독을 알게 되었고 <돼지의 왕>보다 못하지만 <사이비>도 좋게 봤습니다.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서 <지옥>과 비슷한 시선과 소재를 가진 애니입니다. 

 

그러나 <부산행>으로 대박을 낸 후 이후에 내놓은 많은 영화나 드라마 중에 <돼지의 왕>를 뛰어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기복이 심하다고 할까요. 어떤 작품은 대박이 나고 어떤 작품은 싹 말아먹기를 반복합니다. 지옥도 그렇습니다. 시즌 1은 꽤 좋았지만 시즌 2는 너무 재미가 없네요. 시선은 나쁘지 않습니다. 사이비 종교가 파고들 수밖에 없는 우리 세상을 잘 조망했으니까요. 다만 그걸 표현하는데 갑자기 정부가 개입하고 화살촉과 새진리교, 소도라는 3개의 세력을 분리해서 배치한 것이 오히려 시선만 헛갈리게 하네요. 

 

시즌 1처럼 신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는데 최소 그걸 이용하는 사이비들의 모습을 잘 그렸다면 지옥2는 핵심 주제는 갑자기 툭 튀어나오고 전체적으로 산만하기만 합니다.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썩어도 준치겠지 했는데 기대 이하의 재미와 스토리에 크게 실망하게 되네요. 

 

40자 평 : 제작진에게 해고 고지가 날아갔을 듯한 노잼 

별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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