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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뭉클함이 있는 와일드 로봇

썬도그 2024. 10. 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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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입소문이 좋고 미국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를 한 애니가 드림윅스가 만든 <와일드 로봇>입니다. 이 영화는 아이들 용 영화라서 한국에서는 많이 보지 않았지만 본 사람마다 칭찬을 많이 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직접 보니 그 눈물은 슬퍼서 우는 눈물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걸 봤을 때 느끼는 감동의 눈물이네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흔하고 뻔한 스토리를 장착한 와일드 로봇

와일드 로봇

너무 뻔한 스토리에 결말까지 대충 그려집니다. 외지인이 전혀 다른 세계에 진입해서 겪는 배척과 괄시를 뛰어 넘어서 그 세계를 이끄는 리더가 된다는 이야기는 숱하게 봤습니다. <늑대와 춤을>, <아바타> 등등 이야기의 원형은 아주 흔합니다. 다만 그 줄거리에 소재만 갈아 끼었죠. <늑대와 춤을>이 미군 장교였고 <아바타>에서는 해병이었습니다. <와일드 로봇>에서는 유니버설 다이내믹스가 만든 로봇이 다를 뿐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미래의 지구에서 로봇이 잘못된 곳에 배송이 됩니다. 그렇게 잘못된 위치에서 깨어난 인간 도우미 로봇 '로줌 유닛 7134'는 야생에서 지냅니다. 그러나 말이 통할 리가 없습니다. 이에 수개월 정도 절전모드로 한 상태로 주변을 학습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동물과 소통을 시작합니다. 이 설정이 별거 아닌데 아주 신선하더라고요. 마치 요즘 유행하는 딥러닝을 차용했어요. 

 

이를 통해서 이 세계에 잘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물리 법칙을 외면하고 몸 안에 별 걸 다 넣고 꺼내고 하는 설정은 과하다가 느껴지지만 동화 같은 애니라서 크게 걸림돌이 되지는 않습니다. 

와일드 로봇

동물들은 이 로봇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침입자라고 생각하죠. 그렇게 도망치다가 낭떠러지에 있던 오리 둥지를 박살냅니다. 본의 아니게 둥지를 박살 냈지만 이 둥지에서 오리알을 발견합니다. 그 오리알을 놓고 핑크라는 여우와 다툼을 하다가 알에서 오리가 깨어납니다. 그리고 로봇은 이 오리 가족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오리를 스스로 독립하게 하는 미션을 스스로 부여합니다. 

와일드 로봇

그 과정에서 여우도 친구가 되고 로봇을 적대시하는 동물들까지 로봇을 인정해주고 로봇도 숫자가 아닌 로즈라는 이름을 가지면서 프로그래밍이 된 로봇이 아닌 인격체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뻔합니다. 그런데 이 뻔함 속에 거부할 수없는 뭉클함과 감동이 있습니다. 

기르고 떠나보내는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다

와일드 로봇

어린이용 애니처럼 보이고 그게 맞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손 잡고 본 부모들이 눈물샘을 자극할 장면이 있습니다. 그렇게 브라이트 빌이라는 오리를 기름까지 흘려가면서 키우고 세상에 떠나 보내는 장면은 아름답고 동시에 감동스럽습니다. 

와일드 로봇

이 장면은 연출도 좋지만 무엇보다 미국 애니메이션 실력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 이야기는 따로 해야겠네요. 너무나도 뛰어나고 아름다운 장면과 함께 부모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이를 키우고 떠나보낼 때의 그 뭉클함이 저절로 뚝뚝 흘러나오네요. 그래서 다들 이 <와일드 로봇>에 대한 칭송이 많은가 봅니다. 

 

그러나 그것 뿐이라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 장면 말고는 딱히 매력적이거나 눈에 확 들어오는 장면이 없습니다. 워낙 이야기가 단순하다 보니 영화를 많이 경험한 분일수록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나마 그 지루함을 달래주는 것이 애니메이션 작화입니다. 

 

컴퓨터 그래픽이지만 그림 느낌이 가득한 놀라운 작화

와일드 로봇

요즘 손으로 애니를 그리지 않습니다. 인건비와 제작비가 많이 들고 컴퓨터 그래픽 성능이나 작화력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림인지 컴퓨터 그래픽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수채화 또는 유화 느낌의 랜더링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화했네요. 위 이미지를 보시면 로봇은 CG 같은데 오리나 여우 특히 여우는 그림책을 뜯어낸 느낌입니다. 여우의 털을 한 올 한 올 재현하기보다는 물감을 칠한 듯한 느낌으로 재현한 것이 놀랍습니다. 그래서 장면을 멈춰 놓고 보면 아이들 동화책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 

와일드 로봇

이 아름다운 작화가 영화 전체의 재미를 잔잔하게 채워줍니다. 이걸 바탕으로 브라이트 빌이 날아오르는 장면이 뭉클하네요. 이게 다 입니다. 더 없습니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후반에 등장하는 다른 로봇들과 동물과의 전투를 넘어서 결말은 나름 꽤 의미도 있고 잘 마무리했습니다. 억지 설정도 있긴 합니다. 동물들은 적자생존인데 모두 함께 초식동물처럼 어울려서 산다는 자체가 성립 불가능하지만 영화적 허용이라서 눈감아 줄 수 있습니다. 

와일드 로봇

그런 면에서 자연 그대로를 담아서 아이들에게 다소 충격적인 결말을 담아서 영화관을 눈물바다로 만든 <마당을 나온 암탉>이 전 더 진일보한 스토리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와일드 로봇>은 전형적인 어린아이들을 위한 영화로 결말을 맺네요. 아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애니입니다만 성인들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애니입니다. 

 

별점 : ★ ★ ★
40자 평 :  뻔한 스토리 뻔하지만 묵직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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