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단편영화 밤낚시 새로운 시도와 형식에 박수를
영화는 만들어봐야 합니다. 그래야 실력이 늘고 현실을 알게 되죠. 그래서 영화감독 중에는 단편부터 만들고 난 후 중편이나 장편으로 넘어가는 감독들이 많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단편 영화 <지리멸렬>은 봉준호라는 거대한 감독의 떡잎 같은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단편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 쉽지 않습니다. 보통 5개 이상 묶어서 상영을 하죠.
그러나 보통은 영화관 상영을 못합니다. 상영 시간은 짧은데 1편 상영하려고 영화 상영관을 빌려주지 않죠. 그래서 여러 편 묶어서 상영을 하는데 그 마저도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나 대부분은 독립영화 전용관이나 VOD 서비스로 볼 수 있습니다.
단편영화의 장점이자 매력은 짧다는 데 있습니다. 숏폼 전성시대에 시가 유행하듯 단편 영화가 인기를 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두절미하고 핵심만 담기에 나머지 서사는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아주 아주 큽니다. 그래서 좋은 단편 영화는 수십 년 이 지나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제작 환경이 너무나도 안 좋아져서 만들어지는 단편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없네요.
문병곤 감독 연출 손석구 주연의 13분짜리 단편 밤낚시
감독은 문병곤 감독으로 2013년 제66회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단편 영화 <세이프>를 연출한 감독입니다. 이 정도 수상 성적이면 장편 연출도 맡겨볼만 한데 지난 10년 동안 제안이 없었나 봅니다. 요즘 롯데시네마와 CGV나 쇼박스나 기획 영화만 주로 만들다 보니 제작사의 의도를 잘 알고 개성 없고 자기주장 없는 감독을 기용해서 기획 영화를 참 많이 만듭니다. 이러다 보니 미술감독 출신, 카메라 감독 출신 감독들도 참 많아지고 있네요.
차라리 이 문병곤 감독같이 개성 넘치고 영민한 감독에게 장편 영화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기면 어떨까 할정도로 13분짜리 단편 영화 <밤낚시>는 상당히 영민한 영화였습니다.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으로 만들어진 단편영화 <밤낚시>
13분짜리 단편영화 <밤낚시>는 2가지가 쇼킹한 영화입니다. 하나는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상영했다는 겁니다. 입장료는 파격적으로 1천 원으로 책정하고 CGV의 배려로 상영을 했습니다. 1천 원이면 손해겠죠. 그래서 CGV의 배려로 상영을 할 수 있었고 4만 6천 명이 봤습니다. 관람객 수익이 4천6백만 원 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흥행 수익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이런 영화도 영화관에 걸 수 있구나라는 새로운 시도가 인상 깊네요.
또 하나의 파격적 형식은 영화가 아이오닉5에 달린 다양한 블랙박스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입니다. 마치 영화 <서치>에서 다양한 캠으로 촬영한 영상을 영화로 만든 것처럼 색다른 형식이었습니다. 이게 영화로 만들 수 있나 했는데 만들었더라고요. 그것도 아주 잘~~~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반전도 있습니다. 먼저 아이오닉5를 몰고 등장한 손석구는 밤낚시를 즐깁니다. 텐트 속에서 자는 사이에 밝은 빛을 내는 괴생명체가 저수지 위를 맴돕니다. 그리고 한 주유소를 지나가다 주유소에서 강력한 신호가 나옵니다. 그 주유소는 전기가 안 돌아온다면서 경찰까지 왔다간 상태입니다. 이후 손석구는 그 주유소에 차를 세웁니다. 그리고 낚시찌 같은 렌턴을 배치해서 밤낚시를 합니다. 그리고 미끼를 문 괴발광체가 걸려듭니다. 이에 손석구는 낚싯대를 휘두르면서 사투를 펼칩니다.
이 사투 과정이 13분이라는 단편 영화답지 않게 꽤 깁니다. 그럼에도 잡을까? 라는 긴장감이 팽배합니다만 그럼에도 길게 느껴지는 건 사건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이점은 좀 아쉽습니다만 이야기가 더 확장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너무 많이 보여주면 재미가 떨어지기에 최소한의 상황 설정에 밤낚시를 하는 모습을 길게 담습니다.
그리고 반전이 있습니다.
이런 기발한 한국 영화가 많아졌으면 한다
단편영화 <밤낚시>는 자동차 블랙박스로만 담은 영화입니다. 전기를 이용해서 괴생명체를 잡는다는 설정을 전기차를 이용해서 잘 보여줍니다. 소재와 진행 그리고 영상 모두 꽤 혁신적인 영화입니다. 이런 소재와 혁신이라면 한국 영화의 미래도 밝습니다. 그러나 요즘 장편 한국 영화들이 가장 큰 실수를 하는 것이 재미입니다. 재미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재미에 대한 깊은 고민이 안 보입니다.
요즘 관객 트랜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루에 1시간 이상 숏폼 영상을 봅니다. 숏폼의 특징은 조금만 지루해도 쓱 하고 다음 영상을 봅니다. 바로바로 사건 사고가 터져야 하고 도파민 뿜어내게 해야 합니다. 빌드업 시간도 짧아져야 하고 명징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안 보이는 느리고 느린 한국 영화들이 많네요. 소재 자체도 좀 더 다양했으면 하네요.
<밤낚시>는 소재, 연출, 형식 모두 색달라서 좋았습니다. 이런 감독을 좀 더 많이 키워내는 한국 영화가 되었으면 하네요. 필모그래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감독들을 기획영화 바지 사장으로 세우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