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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일럿은 조정석이기에 가능했던 영화 그외 모든 것이 엉망이다

썬도그 2024. 9. 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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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정석을 참 좋아합니다. 다만 납득이 조정석을 좋아하지 그 외의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별로입니다. <건축학개론>, <관상>, <엑시트>의 조정석은 인기가 높지만 진지한 캐릭터는 몰입이 안 됩니다.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코믹 특화 배우가 된 이유는 이 배우가 가진 뛰어난 애드립 실력과 코미디 소화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이죠. 물론 이는 배우 개인에게는 좋지 못하죠. 여러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할 겁니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습니다. 배우 박중훈이 코믹 배우로 성공한후 자신의 이미지를 바뀌기 위해서 살인마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관객들이 무서워해야 하는데 웃어버리는 반응에 큰 한숨을 쉬었다고 하죠. 마찬가지입니다. 조정석이라는 배우는 그냥 웃기는 캐릭터 연기 더 많이 오래 했으면 합니다. 

볼 마음이 없었지만 궁금해서 본 <파일럿>

영화 파일럿영화 파일럿

여장 남자 영화는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남장 여자가 여자 답게 보여야 하는데 누가 봐도 여자로 안 보이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왕의 남자>의 공길이를 연기한 이준기라면 몰라도 누가봐도 여장을 해도 남자 조정석 같은 이미지에 개봉 당시에는 안 봤습니다. 볼 마음 전혀 없고요. 그러나 400만 명이라는 엄청난 흥행 성공에 무슨 이유가 있나 궁금했습니다. 

 

예상은 했습니다. 2024년 8월 여름 흥행 시즌에 영화관에 걸려 있는 영화가 <파일럿> 밖에 없어서 영화관에 갔다가 강제로 관람당하는 것을 예상해도 그럼에도 400만 명이 넘는 흥행 성공에 강렬한 메시지가 있나 했습니다. 

영화 파일럿

감독은 김한결 감독입니다. 2019년 개봉한 <가장 보통의 연애>를 만든 감독입니다. 이름만 보고 남자 감독인 줄 알았는데 여성 감독입니다. 이 <가장 보통의 연애>는 달콤하기만 한 기존의 로맨스 영화와 다르게 시의성도 좋고 아주 현실적인 연예 스토리라서 참 좋았습니다. 이때 김한결 감독을 눈여겨봤습니다. 전형적이지 않은 로맨스 영화. 그러나 여장을 한 조정석은 견디기 어려워서 안 봤습니다만 궁금해서 봤습니다. 

 

<파일럿>이 날아오르기 전에 놓여진 3개의 장애물 

영화 파일럿

김한결 감독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감독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컸습니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영화 <파일럿>은 엉망진창 그 자체입니다. 개연성도 낮고 메시지도 있는 듯 없고 남는 건 조정석과 한선화 두 배우만 눈에 들어오지 모든 것이 기준 이하의 영화였습니다. 

영화 파일럿

2012년 제작된 스웨덴 영화 <콕핏>을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보통 리메이크를 한다면 해외에서 유명하거나 평가가 좋은 영화를 리메이크하지 원작 자체도 썩은 토마토를 맞은 영화를 먼지 털어서 밥상에 올려놓았네요. 최근에 개봉해서 호평을 받은 <핸섬가이즈>는 원작도 재미있지만 리메이크도 아주 맛깔스럽게 해서 호평을 받았는데 원작 자체가 큰 인기가 없는 걸 이용했네요. 

 

이게 영화로 만들어진 이유는 그냥 딱 하나 조정석 때문입니다. 코미디 최적화 배우에 '킹키부츠'라는 뮤지컬을 했다는 점을 이용해서 여장남자 이야기를 들고 온 듯 합니다. 이 영화는 크게 3가지의 거대한 장애물이 있는데 이걸 넘어서야 영화에 대한 혐오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하나는 여장을 한 조정석을 받아 들여야 합니다. 

영화 파일럿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전 없었습니다. 대부분 이 사진 한장으로 영화 관람을 포기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이 영화가 큰 재미를 주느냐. 아닙니다. 큰 재미는 없고 잔재미는 좀 있습니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클리셰입니다. 남자가 여장을 하면 겪는 고충이나 이야기 딱 봐도 떠오르는 게 많죠. 네 그게 영화 <파일럿>에 가득 나옵니다. 그것도 아주 재미없게 나옵니다. 아니 에피소드들도 너무나 어설프고 엉성해서 뭐 이런 걸 리메이크까지 할 필요가 있나? 내가 시나리오를 써도 이것보다 잘 쓰겠다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아주 중요한데 영화 초반에 한정우(조정석 분)은 회식 자리에서 여성 직원들을 꽃다발에 비유했습니다. 이에 여성 승무원들은 불쾌해했죠. 그런데 누가 이걸 녹음해서 세상에 공개합니다. 이에 한정우는 인기 파일럿이었다가 한 순간에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인간으로 매몰되어서 한 순간에 회사에서 짤리고 이혼까지 당합니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여성 외모에 대한 품평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심지어 예쁘다고 하는 말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말을 100% 이해할 수 있는 남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이걸 설득하거나 설명을 자세히 해주면 좋은데 이게 없네요.  다만 영화 중간의 대사에서 설명을 합니다. 

영화 파일럿

여장을 한 한정우는 한정미가 되어서 신입사원 회식을 합니다. 이 자리에서 고참 기장이 여자들에게 예쁘다고 하는 것이 왜 기분이 나쁘냐는 말에 한 여성 부기장이 이런 말을 합니다. 

여자들에게 예쁘다고 하는 말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 외모와 일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왜 품평을 들어야 하죠? 

라는 말이 너무 급발진 하는 것 같아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외모와 일을 연관시켜서 말한 적도 없고 그냥 인사말처럼 예쁘다고 할 수도 있고 그게 불편하면 이러저러해서 기분이 좋지 않고 앞으로 안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면 해결이 됩니다. 꼰대 같은 남자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은 상대가 불편해한다는 걸 표시하면 그게 내가 이해가 가던 안 가던 안 합니다. 그게 좋은 사람이죠. 

 

의도하지 않았던 했던 상관없이 상대가 불쾌할 수 있는 언행은 삼가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없고 그냥 갑자기 일과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차라리 외모에 대한 품평은 애초부터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라고 하던가요. 실제로 미국인들에게 외모 품평은 아주 아주 무례하고 그게 미국의 한 문화입니다. 한국도 그렇게 바뀌어야죠. 

 

한정우는 이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졸지에 나락을 갑니다. 그런데 세상 일이 그렇게 쉽게 나락이 가지 않고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사과하고 잘못된 생각이라면 고치면 될 것을 회사까지 짤립니다. 물론 여론 때문에 해고했다고 해도 한정우의 해고를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여장을 해서 한정미라는 이름으로 항공사에 입사한 후에 한정미는 자신의 언행을 세상에 까발린 사람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을 감쌉니다. 어떻게 보면 악감정이 있어야 하는 건 한정우인데 한정우가 자신을 나락 가게 한 사람을 감싸는 모습에 이건 사랑이야 뭐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럼 이 남녀 차별이나 양성 평등에 입각해서 영화가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느끼는 부당함을 깊숙히 담고 있고 제대로 담느냐? 그런 것도 없습니다. 뭔 이야기를 하다 만 것처럼 영화 후반에 아무런 메시지를 던지지 않네요. 오히려 여러 가지 설 익은 주제가 난무하다가 끝나네요.  

 

여자로 살아보니 느껴지는 불편함만 호소하는 듯한 한정우 

영화 파일럿

얼핏보면 페미니즘 양성 평등을 주장하는 듯합니다. 여성 사장이 여성 승무원만 뽑고 남자들의 흔한 여성에 대한 시선 등 나름 평등함을 강조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여성은 옳고 남성은 틀렸다는 주장은 없습니다. 그냥 이런 것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면 왜 한정우는 말실수 하나로 나락을 갔냐는 겁니다. 차라리 남자들이 모르는 여성들의 심리와 마음과 불편함을 담아서 남성 들을 각성하게 했다면 오히려 나았을 겁니다. 그런데 워낙 요즘  페미니즘에 대한 극혐이 많아서 페미니즘을 정면으로 다루지도 않습니다. 

 

한정우가 한정미가 되어서 느낀 점은 여자라서 매일 치장하고 불편한 하이힐 신고 여러 남성들의 시선들을 감내하는 것들을 말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남자들도 불편한게 많죠. 영화가 전체적으로 너무 1차원적입니다. 

 

그럼에도 간간히 웃게 만든 조정석과 그 가족들

영화 파일럿

수만 가지의 단점 중에 유일하게 장점 하나가 있는데 그건 바로 조정석입니다. 조정석이 아니면 이 연기를 누가 할 수 없습니다. 능청스러운 연기는 국내 탑입니다. 여기에 동생 한정미를 연기한 한선화도 연기 잘합니다. 한선화는 저예산 독립 영화에서도 꽤 출연하는 등 연기 필모를 잘 쌓고 있습니다. 연기도 잘합니다. 여기에 어머니를 연기한 오민해까지 이 가족 전체가 코믹 가족입니다. 따로 외전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러나 이것 말고는 다른 모든 건 재미가 없네요. 하다못해 문상훈 배우가 운영하는 빠더너스 보다더 못 웃깁니다. 빠더너스에서 '파일럿' 홍보 영상분이 있는데 그게 5배는 더 재미있습니다. 

영화 파일럿

어떻게 이런 영화가 400만 명이 들었나 궁금해서 봤는데 아무 것도 없네요. 생각보다 너무 못 만든 영화 메시지도 없고 얼렁뚱땅 만들어서는 마지막엔 인기 명성 다 필요 없고 어릴 적 내 꿈인 파일럿이 되겠다는 엉뚱 생뚱한 결말에 한숨만 나오네요. 정말 갈수록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만 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차라리 조정식이 출연한 빠더너스 유튜브 채널이 더 낫다. 

 
파일럿
하루 아침에 인생 추락한 스타 파일럿. 제 2의 인생 이륙 준비 중! 최고의 비행 실력을 갖춘 스타 파일럿이자 뜨거운 인기로 유명 TV쇼에도 출연할 만큼 고공행진 하던 한정우(조정석)는 순간의 잘못으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실직까지 하게 된다.  블랙 리스트에 오른 그를 다시 받아줄 항공사는 어느 곳도 없었고 궁지에 몰린 한정우는 여동생의 신분으로 완벽히 변신, 마침내 재취업에 성공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또다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데…인생 순항을 꿈꾸던 그의 삶은 무사히 이륙할 수 있을까?
평점
-
감독
김한결
출연
조정석, 이주명, 한선화, 신승호, 오민애, 김지현, 서재희, 박다온, 현봉식, 서현철, 유재석, 조세호, 강하늘, 문상훈, 이시언, 차희, 최필상, 서명찬, 은정완, 유인혜, 남현우, 임세인, 이수미, 조주경, 오태은, 유형준, 윤수혁, 김사랑, 조승구, 김문희, 김지오, 나현우, 한사명, 송훈, 천윤경, 민영, 김승비, 한주아, 진한서, 박제린, 김대근, 김영수, 이시안, 최혁, 김민수, 강경우, 김관혁, 성충모, 박미라, 백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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