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닳은 소재에 액션은 진부 재미는 반까이
류승완 감독을 좋아하는 분들 많을 겁니다. 저도 좋아하지만 워낙 들쑥날쑥해서 어떤 영화는 너무 재미있게 봤지만 어떤 영화는 별로인 영화들이 많네요. 그럼에도 한국에서 액션 장면을 가장 잘 만드는 감독 중 하나죠. 2023년에 개봉한 영화 <밀수>의 수중액션 장면은 정말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을 좋아하는 분들 많을 겁니다. 저도 좋아하지만 워낙 들쑥날쑥해서 어떤 영화는 너무 재미있게 봤지만 어떤 영화는 별로인 영화들이 많네요. 그럼에도 한국에서 액션 장면을 가장 잘 만드는 감독 중 하나죠. 2023년에 개봉한 영화 <밀수>의 수중액션 장면은 정말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스포 당하면 재미가 확 떨어지는 베테랑2 (스포없음)
한국 언론사들은 참 문제예요. 기사 제목에 스포를 해서 검색하다가 알아버렸네요. 그러나 영화 유튜버들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그리고 해외에서 선공개를 해서 스포를 막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객이 저를 포함해서 다 스포질 당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도 영화 3분 만에 범인 얼굴을 공개합니다. 다만 이 얼굴이 그 얼굴인지 구분을 못하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글에는 적지 않겠습니다.
2015년 개봉해서 1,341만 관객 동원을 한 <베테랑>의 후속작인 <베테랑 2>가 2024년 추석 시즌에 개봉했습니다. 볼 영화가 이것밖에 없을 정도로 전국의 영화관은 <베테랑2>만 틀어주고 있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베테랑2>가 별로였습니다. 전작과 비교하면 창의적인 액션은 보이지만 화려한 액션은 적고 팀원들은 병풍처럼 느껴지고 웃음은 확 줄었습니다.
전작이 시원한 재벌 2세에 철퇴를 내리는 시원함이 있었다면 2편은 '사적 복수'라는 흔하디 흔한 소재와 사이버렉카라는 닳고 닳은 소재가 주는 익숙하고 아는 맛만 계속 주입하다가 끝나네요. 그나마 예상하지 못한 범인을 통해서 뒤집기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전 범인이 누군지 알고 봤기에 언제 뒤집나 했는데 무려 1시간 30분이 지날 때 뒤집더라고요.
그럼 스포질 안 당했으면 볼만했냐? 뭐 스포 당하고 보는 것보다 낫지만 스포 안 당해도 전작 재미의 50% 밖에 보여주지 못하네요. 전 스포까지 당해서 전작 재미의 4분의 1로 확 떨어지네요. 그래서 보라고 추천은 못하겠네요. 물론 기본 재미는 합니다만 기대치에 한참 모자라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또 사적복수와 사이버렉카를 소재한 영화냐?
한국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은 참 좋은 나라에서 태어났습니다. 뉴스가 이렇게 버라이어티 하고 도파민 뿜어내는 사건 사고가 많은 나라가 어디 있을까 합니다. 그냥 사건 사고 뉴스 자체가 영화의 소재가 되어버리는 나라입니다. 창의성 필요 없고 그냥 현실에서 몇 개의 사건을 참조하고 윤색해서 만들면 되니까요.
비아냥은 아니고 그만큼 우리 사회를 반영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그게 또 실제 사건을 흔들어서 여론 형성을 통해서 재수사나 판검사와 경찰들을 영화가 민중의 채찍질을 하는 모습을 참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이건 잘 다루어야지 잘못 다루면 역효과일 수 있습니다.
영화 <한공주>가 밀양 사건을 조명했다가 올해 '사이버렉카'들이 다시 거론하면서 밀양이라는 도시는 초상집이 되었습니다. 올해 벌어진 밀양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당시 경찰과 판검사의 솜방망이 처벌과 가해자를 다른 도시로 이사하게 하는 현실에 많은 여론이 들끓어 올랐습니다. 이런 여론을 만든 건 분명 '사이버렉카'들이죠.
우리는 그런 '사이버렉카'를 응원했습니다. 정의구현을 공권력이 못하니 민간인들이 온라인 자경단이 되어서 온라인 여론 재판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나 그 결말은 좋지 못했죠. '사이버 렉카' 중에는 오히려 수사를 받게 된 경우도 있고 유명 먹방 유튜버 폭로전으로 많은 '사이버렉카'들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사적 복수라는 소재는 최근 일어난 밀양 사건의 재조명을 떠나서 수십 년 동안 우려먹던 소재입니다. 다만 요즘 사이버렉카라는 새로운 형태가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통쾌해하는 걸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이 달라졌습니다. 이 소재가 신선하지 못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래서 어쩌라고 물어보면 이 영화는 대답을 못합니다. 사적 복수의 그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해줘야 하는데 그게 전혀 없네요. 빌런에 대한 묘사도 서사는 엉성하고 UFC 격투술만 가득하네요. 어떻게 빌런 캐릭터를 이렇게 허술하게 만들다니 안타깝네요
디즈니플러스의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도 그렇고 꽤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이 사적 복수와 사이버렉카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습니다. 좀 지칩니다. 정의봉을 휘둘러서 빌런인 사람들을 참교육하는 것이 과연 정의인가? 그건 또 다른 폭력이 아닌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에 관한 영화는 많았습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이건 제가 비슷한 영화를 많이 봤기 때문이고 철저히 이건 제 개인 느낌입니다. 따라서 이 사적 복수 소재에 대한 지적은 지엽적인 지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들이 눈에 확 안 들어오네요.
류승완식 화려한 액션은 어디 가고 밤과 실내 액션만 가득 하나?
<베테랑>에서 재벌 2세 조태오가 외제차를 몰고 명동까지 질주하는 장면은 쇼킹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저런 장면을 만들 수 있구나 할 정도로 대단했죠. 그런데 2편에서는 이게 없습니다. 뭔가 강력한 한방이 없네요. 먼저 액션이 주로 실내와 야간에 이루어집니다. 액션을 잘 보려면 낮에 촬영해야죠. 밤과 실내 액션은 화려하지도 않고 뭔 그림인지 잘 뵈지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내와 야간 액션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영화 액션 대부분이 실내와 밤에 이루어집니다.
이 옥상의 빗속 액션은 그나마 볼만하고 화려하고 남산의 파크루 액션도 역시 류승완이다라고 하지만 그게 액션을 달구는 빌드업인 줄 알았더니 그게 최절정 액션이네요. 후반 터널 액션은 재미도 화려함도 없네요. 전체적으로 액션이 전작만 못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형사는 팀이라고 외치는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를 보면 팀플레이가 많지 않습니다. 그냥 지시하는 역할만 많죠. 이 영화 <베테랑>이 팀플레이 영화가 1편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나름 팀원들의 활약상이 그려지는데 2편은 이런 것도 없네요. 초반에는 좀 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서도철 형사와 빌런만 보입니다. 물론 팀원이 있는 서도철이 승리하지만 그 과정에서 형사 팀원들을 너무 소홀하게 대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신 형사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크게 늘어납니다. 형사들의 고단함과 아버지로서의 고민 등등을 담았는데 이건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형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시선이라서 이해는 하지만 이게 재미로 이어지지는 못하네요. 재미만 생각하면 장윤주와 여러 형사의 특기나 캐릭터를 더 키우면 좋은데 이게 1편보다 더 없네요.
그리고 빌런이라도 서사를 넣어서 한국의 정의 구현이 안 되는 나라임을 확 터트리게 해야 빌런에 대한 공감도 하면서 통쾌하면서도 씁쓸한 맛도 나게 해야 하는데 빌런이 왜 사적 복수를 하는지 나오지도 않습니다. 물을 많이 탄 라면을 먹는 느낌이 드네요.
시의성은 좋으나 식상함에 실망한 <베테랑2>
추석에 걸려 있는 영화가 많지 않습니다. 추석 연휴에 영화관에 가게 된다면 이 영화 <베테랑2>를 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선택은 영화 상영관이 하는 것이지 관객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관객은 보냐 마냐만 선택할 수 있죠. <베테랑2>는 신기하게도 금요일 개봉을 했습니다. 수요일이 보통 개봉일인데 금요일? 이유를 모르겠지만 예매하면서 알았습니다. 금요일부터 개봉하면 스포나 리뷰가 덜 올라오게 되고 주말에 아무것도 모르고 볼 수 있는 관객이 많은 것도 있고 주말 요금제라서 1만 5천 원이라는 평일보다 1천 원 더 비싼 관람료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이미 예매율 77.6%이고 예매만으로 가볍게 100만을 넘길 듯합니다. 추석 연휴까지 있으니 최소 300만 명 돌파는 쉽게 하겠네요. 제가 기대보다 못해서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담았고 추천도 안 하지만 재미있게 볼 분들도 많을 겁니다. 뭐 이 정도면 잘 나왔다 하는 분들도 많고요. 다만 확실한 건 1편보다는 못하기에 큰 기대는 안 하셨으면 하네요.
시의성은 딱 좋고 보고 있으면 바로 몇몇 실제 이름이 떠오릅니다. 사이버렉카, 밀양사건, 사적복수, 그러나 이 흔한 소재를 잘 요리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강렬함이 많이 떨어지네요. 초반의 그 기세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합니다. 뭐 아무튼 안 봐도 그만 봐도 그만인 영화 <베테랑 2>였네요
별점 : ★ ★
40자 평 : 가오는 있는데 재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