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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먹여 살리는 영화 리볼버 스토리는 왜 이렇지?

썬도그 2024. 9. 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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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각본을 쓰고 영화 <무뢰한>을 연출한 오승욱 감독의 최신 개봉작 <리볼버>는 24만 관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영화관에서 내려졌습니다. 손익분기점이 140만 명이니 꽤 안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상영관도 많지 않은 걸 보면 영화 관계자들이 미리 흥행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실제로 흥행 성적이 운이 없어서가 아닌 관객이 안 들 수밖에 없던 영화였네요. 

 

영화 리볼버의 최대 문제점은 스토리 

영화 리볼버

영화의 뼈대는 스토리입니다. 그 스토리라는 설계도 위에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과 편집과 사운드와 미술 등이 들어가서 완성이 되죠. 종합 예술이라고 해도 스토리가 탄탄하지 못하면 재미나 느낌을 확실히 뽑아내기 어렵습니다. 물론 너무 단순한 스토리에도 연출과 연기로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영화들이 간혹 있지만 우리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영화 대부분은 스토리가 좋습니다. 

 

물론 너무 복잡한 스토리는 독이 될 수 있고 관객이 뭘 좋아하는 지 아는 기획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 관객 취향적이지만 동시에 예측 가능한 스토리라서 많은 비난을 받죠. 그럼에도 달달해서 흥행에 성공할 때도 많습니다. 

 

이 영화 <리볼버>는 스토리가 문제입니다. 
먼저 주인공 캐릭터가 배우의 힘으로 끌고가기엔 수시로 현타가 오게 합니다. 전도연이 하수영은 비리 경찰입니다. 하! 미치겠네요 요즘 주인공 중에 악당을 주인공으로 한 또는 비리를 저지른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 가끔 나오는데 이런 캐릭터를 만들려면 매력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비록 뒷돈 먹는 경찰이지만 의협심은 있거나 뭔가 매력적인 기능을 억지로라도 넣어야 합니다. 없습니다. 없어요. 그냥 주인공 하수영이 빵에 들어가는 대가로 지급하기로 한 7억 원을 받기 위해서 싸돌아 다니는 영화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하수영과 임석용(이정재 분)은 연인 관계입니다. 두 사람은 같이 살 아파트도 구해서 꽃길만 걸을 것 같았지만 이 둘은 이스턴 프로미스라는 마약 판매 및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든든한 재벌을 돕는 대가로 돈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관계가 녹취된 스마트폰이 검사에게 털립니다. 그리고 이 모든 비리를 하수영이 감옥에 2년 사는 걸로 무마하려고 하죠. 하수영에게는 나오면 7억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보통 이렇게 제안을 하려면 보험이나 안전장치라도 걸어야죠.

 

없는 건 아닙니다. 2G폰에 녹음을 합니다. 그런데 녹취가 효력을 얻으려면 법의 테두리에서 받는 거지 범법자들에게 녹취가 위협이 됩니까? 비리 경찰이면서 비리 집단을 믿습니다. 멍청한 주인공임을 영화 초반에 드러냅니다. 이게 매력이라면 뭐 매력일 수 있습니다. 순수함과 멍청함은 비슷하게 보일 수 있으니까요. 

영화 리볼버

실제로 하수영은 꽤 순수한 느낌으로 영화 전체를 휘어잡습니다. 곡선은 없고 직진만 가득한 듯합니다. 그렇게 예상을 했지만 아닙니다. 이 영화 정체를 모를 정도로 이상하게 휘어져 있습니다. 2년 후 감옥에서 나왔더니 얼핏 봤던 정마담(임지연 분)이 고급 외제차를 끌고 마중을 나옵니다. 선물이라면서 준 위스키를 보고 출소 전에 죽은 연인이었던 임석용이 보낸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기 명의로 되어있던 아파트는 모르는 여자 앞으로 명의 이전 되어 있고 주기로 한 이스트 프라미스의 앤디(지창욱 분)는 출옥 후에도 연락도 없습니다. 그런데 정마담은 이 하수영에 한눈에 반합니다. 에효. 진짜 개연성 일도 없습니다.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너무 약합니다. 그냥 불쌍한 여자가 불쌍한 여자 보고 측은지심에 도와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양다리를 걸치는 등 갈팡질팡합니다. 

영화 리볼버

그렇게 앤디가 있는 곳을 정마담이 알게 해 주었고 앤디에게 돈 7억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앤디는 못주겠다고 했다가 하수영의 삼단봉에 다리가 박살이 납니다. 이후 하수영은 돈 받으러 여러 사람을 만나러 다니고 이게 영화의 대부분입니다. 

 

임지연만 빛나는 영화 리볼버

영화 리볼버

뭘해도 됩니다. 이제 임지연은 연기 잘하는 배우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는 전도연의 명성을 이어받을 듯합니다. 전도연도 연기는 잘하지만 솔직히 이제는 예전의 그 전도연의 느낌도 약하고 최근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 모두 재미가 없네요. <길복순>이 그나마 볼만했지만 <비상선언>이나 이 영화에서도 그냥 그렇네요. 그럼에도 이 시궁창 같은 영화에서 영화를 건져 올린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전도연의 습기 없는 연기가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일정하게 하고 톤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하네요. 그나마 임지연 전도연 이 두 배우가 영화 전체를 하드캐리하네요. 그럼에도 이런 영화에 출연하는 자체가 필모에 좋지 못합니다. 뭐 <무뢰한>을 연출한 감독과의 인연 때문에 출연했다는데 아닌 영화는 안 하는 게 낫죠. 이런 시나리오를 누가 하고 싶어 하겠어요. 정말 시나리오가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영화 리볼버

개연성이 일도 없습니다. 영화 후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하수영에게 총을 겨누는 형사에게 앤디가 '사랑하니?'라는 대사는 평생 기억에 남을 저질 대사입니다. 뜬금포도 어느 선이 있지 축구장에서 홈런 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떡밥 예를 들어서 감옥에 있는 사이에 임석용의 또 다른 불륜녀로 보이는 황정미는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지만 영화 끝까지 나오지 않습니다. 안 나와도 상관은 없는데 답답합니다. 

영화 리볼버

무시무시할 것 같은 대령이라는 사람도 앤디의 누나이자 이스트 프라미스의 우두머리인 그레이스도(전혜진 분)도 어마무시할 것처럼 보이고 이 영화가 도장 깨기로 가겠구나 기대를 했지만 그런 기대와 다르게 흘러갑니다. 모든 것이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고 이게 신선하다고 좋게 평가하는 평론가도 있고 그건 공감가지만 기대와 다르게 흘러갈 뿐 재미는 하수구에 처박히게 됩니다. 

영화 리볼버영화 리볼버

정말 이름만 들어도 화가 날 지경인 앤디라는 괴랄한 캐릭터를 만들어서 영화가 그나마 지키던 톤을 코미디로 만들어 버리네요. 지창욱 배우도 이런 시나리오에 출연한 것이 안타깝네요.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합니다. 정말 시나리오가 너무 안 좋네요. 

 

영화 리볼버

그럼에도 칭찬할 구석은 좀 있는데 영화의 시각적인 톤이 좋습니다. 이런 느낌의 제대로 된 느와르 영화가 나왔으면 하네요. 그리고 큰 칭찬을 하고 싶은 것이 음악입니다. 조영욱 음악감독의 음악과 영상이 만나니 그나마 지루한 스토리를 달랩니다. 

영화 리볼버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이 음악 누가 만들었나 했는데 <올드보이>, <헤어질 결심>의 조영욱 음악 감독이네요. 역시 난중지추입니다. 
125억 원이나 들인 영화가 스토리가 가장 문제점 그것도 <8월의 크리스마스>, <킬리만자로>라는 뛰어난 각본가이기도 한 감독이라서 더 충격적이네요. 

 

별점 : ★ ★
40자 평 : 반찬은 풍성하고 맛 좋은데 설익은 밥을 내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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