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과 달리 신생 패션 브랜드가 늘어난 명동 상권
여름과 가을 사이의 경계가 없는 것 같지만 또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8월 27일은 가을의 시작이었습니다. 온도는 연일 30도를 웃돌지만 하루 만에 습도가 80%에서 60%로 확 떨어졌죠. 한국 여름이 매서운 건 온도 때문이 아닙니다. 온도는 중동이나 아프리카나 인도가 더 높아요. 문제는 습도죠. 습도가 너무 높으면 땀도 안 마르고 고통스럽습니다. 제가 습식 사우나를 아주 싫어하는데 한국의 여름은 습식 사우나 강제 입장 수준입니다.
전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한국의 무더위입니다. 세상도 그렇고 나이도 그렇습니다. 서서히 꺾어지고 것 같지만 나이도 확 꺾입니다. 몸이 느낍니다. 이전의 몸과 차원이 다른 몸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어떨까요? 큰 고통을 겪고 나면 각자의 삶에 큰 영향을 줌을 넘어서 사회 전체가 변화됩니다.
IMF가 그랬고 코로나가 그랬습니다.
다시 살아난 명동 상권
이 사진은 코로나가 시작되던 첫 해 겨울에 촬영한 그러니니까 2020년 겨울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코로나 직격탄으로 출퇴근 대신 재택 근무가 가능한 곳은 재택 근무를 하고 모임도 줄이고 음식점에서도 출입 기록을 남겨야 했던 살벌했던 시기였습니다. 해외관광은 당연히 금지였죠.
해외관광객 특히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많았던 명동 상권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메인 거리와 이면 도로까지 불꺼진 상점이 가득했습니다. 그나마 대기업 매장만 근근히 버티었지만 대부분의 상가는 상가를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명동 상권은 2023년부터 서서히 살아나더니 2024년 현재 90% 이상 살아났습니다. 빈 점포가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도 매장 리모델링 또는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와서 점점 화려한 명동이 되고 있습니다. 기존 점포가 다시 가동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점포가 많이 보이네요. 여기 와펜하우스는 처음 보는 곳이네요.
뭐하는 곳인가 보니 DIY 키링 만드는 곳이라고 해요. 열쇠고리를 직접 여러 요소를 넣어서 만드는 곳입니다. 키링뿐 아니라 스트랩, 에코펙, 앞치마, 강아지 옷을 직접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드는 곳이라고 해요.
메인 도로입니다. 코로나 전에는 온통 신발, 화장품, 옷 등 패션 관련 브랜드만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옷 브랜드로 새로운 브랜드, 신생 브랜드 옷가게가 많이 늘었습니다.
신생 패션 브랜드 상점이 크게 늘어난 명동
그런데 좀 변화가 있네요. 기존에는 유명 브랜드가 많았다면 다소 낯선 브랜드 옷가게도 보입니다. Marithe Francois Girbaud(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도 들어왔네요. 이 브랜드는 명동에서 본 기억이 없고 주로 강남 패션 거리에서 봤던 브랜드가 관광객 상대의 캐주얼 또는 패스트패션인 유니클로이 사라지고 이런 좀 더 고급진 브랜드가 들어서네요.
이미스라는 브랜드도 보이네요. 디스플레이도 기존보다 깔끔하고 좀 더 개방적이네요.
기존처럼 운동화 가게도 많습니다. 다양한 운동화 브랜드들이 다시 입점하고 있네요.
ABC마트는 코로나 시국에도 잘 운영하더라고요. 물론 손님 거의 없었지만 체인점이라서 버티고 버텼습니다.
명동에 1개의 매장 가지고 있기도 어려운데 이 HBAF(바프) 믹스너크나 아몬드 상가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허니버터 아몬드인데 대박이 난 상품입니다. 물론 전 유행이라고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먹어 본 적은 없네요. 그런데 CEO 차량이 파킹되어 있네요.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네요.
기존 화장품 가게들도 꽤 있습니다. 한국 화장품 쓸어 담아가던 중국 일본 관광객을 위한 공간인데 요즘 중국인들 한국 잘 오지 않아요. 코로나 끝나도 안 오는 이유가 중국의 많은 제품들의 품질 수준이 빠르게 오르면서 물건 사로 오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현재도 한국 화장품 품질이 더 좋지만 앞으로 물건 사러 오는 중국 관광객은 크게 줄 듯 합니다.
그래서 내수 시장을 노려야죠. 강남이나 여의도 홍대 같은 곳 말고 명동에도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들이 많았으면 했는데 코로나 직격탄 맞고 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 아닌 내국인 외국인 모두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네요.
솔직히 명동은 너무 외국인 상대 장사만 했어요. 이러다 보니 사드 사태다 뭐다 뭐다 해서 관광객이 안 오면 휘청였는데 이젠 변해야죠. 관광객 안 와도 자생할 수 있는 내국인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좋네요.
명동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코로나 이전에는 9만 5천명 대였는데 2023년 4분기에 8만 3천명 대로 올랐고 올해는 더 올랐을 겁니다. 라인 프렌즈 같은 내외국인 모두 좋아하는 공간도 생겼네요.
임대료도 오르고 있습니다. 명동예술극장 이 메인 광장 주변 상가 임대료가 월 1억이 넘는다고 하죠.
공실률도 명동 상권 공실률이 2024년 1분기 현재 1.8%로 크게 줄었습니다. 가장 어두었던 2022년 1분기에는 42.1%까지 올랐는데 1.8%면 엄청 줄었네요. 오히려 명동은 꽉꽉 차는데 서울 전역은 장사가 안 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빈점포가 늘고 있는데 오히려 명동은 꽉꽉 차고 있네요.
명동은 역사적인 공간들이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명동은 전통적인 상업 공간으로 경기가 어렵다 보니 확실한 상권에 많은 브랜드들이 몰리고 있네요. 한 공간에 다양한 브랜드 패션 상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곳에 가게 하는 큰 역할을 하죠. 특히 명동은 경복궁, 삼청동, 서촌 등 서울 안의 서울인 관광지 근처라서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내국 관광객들도 자연스럽게 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홍대, 신촌 상권마저 예전 같지 않은데 명동은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더 활기가 넘치는 듯 합니다.
실제로 이런 명동은 꽤 괜찮은데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이게 다 권리금 사라진 명동이기에 가능하지 다시 권리금 형성되기 시작하면 이전처럼 체험 및 구매 매장이 아닌 저렴한 가격으로 쇼핑을 유도하는 밍밍한 명동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과거를 금방 까먹거든요.
명동성당을 지나서
충무로로 갔더니 힙지로라고 하는 공간도 크게 날아갔네요. 오래된 건물이 많고 인쇄소들이 떠난 자리에 거대한 오피스 건물이 올라가고 있네요. 싼 임대료가 만든 힙한 공간을 날려 버리네요.
충무로에는 다양한 카메라 매장이 있는데 여기에 서울영화센터(서울 시네마 테크)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연말에 완광되고 내년에 개관하면 죽돌이처럼 자주 들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