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묵직한 재미가 가속되고 있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웹툰 원작하면 재미를 보증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영화와 넷플릭스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웹툰 중에 큰 인기를 끈 작품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서 대박 난 영화나 드라마가 많죠. 그러나 이제는 웹툰 꿀단지를 다 퍼 먹었는지 좀처럼 웹툰 원작 드라마와 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네요.
요즘 네이버 웹툰, 카카오 웹툰들이 자기 복제라는 병에 걸려서 망가지고 있다고 하죠. 80년대 홍콩 영화 몰락의 원인인 자기 복제 바이러스가 창궐하나 봅니다. 이럴 때는 해외 소설에 눈을 돌리기 딱 좋습니다. 실제로 한국 영화가 2010년 전후로 일본 만화와 소설 원작의 영화가 엄청나게 많이 나왔고 한국 제작자들이 서로 먼저 판권을 넣으려고 경쟁을 하기도 했다고 하죠.
그런데 소설이 일본, 한국 소설만 있는 건 아닙니다. 독일 소설도 재미있는 소설이 많습니다.
독일 소설 원작의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2011년 베스트셀러에 오른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의 작품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스릴 또는 추리 소설은 읽으면 시간을 홀랑 집어 먹어서 잘 안 읽으려고 합니다. 몰입도가 엄청 높아서요. 이 작품을 쓴 작가는 1967년 생의 독일 여성 작가로 추리 소설 쪽에서 정평이 나 있는 작가라고 하죠. 실제로 썼다 하면 많은 책들이 인기 소설에 오르기도 하고요.
이 작가는 냉철한 보텐슈타인 형사와 직관과 감성주의 형사 피아 콤비가 사건을 해결하는 타우누스 시리즈의 4번째 작품입니다. 셜록 홈스 시리즈와 비슷한 수사 시리즈입니다. 이걸 MBC에서 드라마로 만들었네요.
변영주 감독 연출이라서 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90년대 초 일본 군 위안부 할머니를 담은 당시에 엄청난 이슈를 끌어냈던 <낮은 목소리>를 만든 변영주 감독은 팬이 참 많습니다. <방구석 1열>이라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뛰어나고 영민한 언변을 통해서 많은 팬을 생성했고 그중 한 명이 저입니다. 말 참 잘하시죠. 영화는 <화차>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 변 감독의 단점은 영화 연출을 너무 뜨문 뜨문 한다는 점입니다. 뭐 강풀 원작의 <조명가게>를 영화로 만드려고 했다가 엎어졌는지 개봉까지는 못했네요. 그런데 드라마 연출을 통해서 세상과 다시 만났습니다. 이 변영주 감독의 연출 드라마라서 봤습니다. 배우 중에는 변요한이 가장 인지도가 높지만 다른 배우들은 딱히 끌리는 배우는 없었습니다.
술 먹고 블랙아웃이 되었는데 동창 살해범으로 감옥에 간 고정우
1,2화는 느린 전개와 다소 황당한 이야기에 몰입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액션과 쇼킹한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망했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고정우(변요한 분)는 경기도에서 1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으로 의대 입학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고정우가 여자 친구 박다은과 싸우고 가장 친한 친구인 심보영이 자신의 차에서 울고 있는 걸 화가 난다고 차에서 내리라고 하죠. 그 후에 고정우는 집에서 술을 먹고 꽐라가 되어서 쓰러졌다가 다음날 경찰이 심보영과 박다은이 모두 살해당했다면서 범인으로 고정우를 지정합니다. 다만 두 사체가 없어서 '사체 없는 살인 사건'으로 처리됩니다.
고정우는 자신이 안 죽였다고 항변을 하지만 두 학생의 피가 묻은 신발이 집에서 발견되면서 졸지에 범인으로 몰립니다. 폭압적인 수사 끝에 고정우는 순진하게 모든 것을 인정하고 감옥에 갑니다. 그렇게 10년 간 감옥에서 보낸 후에 자신 때문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배웅하고 식당에서 일을 하는 어머니를 찾지만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이 다 싫어하니 떠나라고 합니다.
작은 소도시라서 마을 사람들이 살인마 고정우를 반겨할리가 없습니다. 온갖 눈총에도 고정우는 자신이 가장 친한 두 친구를 살해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면서 사건의 실체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가 육교에서 떨어져서 혼수상태가 됩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뭔 이상한 이야기인가 합니다.
억울하게 10년을 감옥에서 보냈다면 그걸로 끝인데 또 범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이상한 게 아닙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보세요. 무식하고 무능하고 양심도 없는 경찰과 검찰이 애먼 사람을 감옥에 잡아넣었다는 걸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이걸 보더라도 경찰과 검찰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생사람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존재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마을 카르텔과 중견 배우들의 대활약에 3화부터 4화까지 한방에 볼 정도로의 몰입감이 높다
변영주 감독의 지인 찬스로 출연한 극중 최나겸 배우의 소속사 대표로 나온 진희경을 보면서 천상 배우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냥 나왔다 하면 그 씬을 씹어 먹어 버리네요. 오랜만에 보는데도 대단한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그냥 설득당해 버립니다. 여기에 3선 지역국회의원으로 나오는 예영실 의원을 연기한 배종옥도 신선하네요.
이 드라마는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 라인의 젊음 배우들과 함께 이들의 부모님 뻘인 배우들의 연기 향연이 대단합니다. 심보영의 아버지인 심동민 역의 조재윤, 부인인 박미현 배우의 열연은 물론 의뭉스러운 현구탁 경찰서장 역할의 권해효와 신추호, 김정숙 배우가 어른 라인을 꽉 잡고 있고 그 밑에 연기 잘하는 변요한의 고정우와 서울에서 내려온 광수대 출신의 고지식하지만 상당히 능력 있고 바른 노상철 형사를 연기하는 고준, 탐정 같은 의대 휴학생의 하설(김보라 분)과 인기 배우인 최나겸을 연기한 고보결 배우까지 참 대단한 배우들이 많이 보입니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좀 느리고 어느 정도 앞날이 예측가능해서 쪼는 맛은 덜 하지만 이 배우들이 주는 묵직한 맛이 참 좋네요.
현재까지는 경찰서장 아들인 현수오가 가장 의심스럽고 4화에서 심보영을 자신이 죽였다는 인물이 등장할 때는 소오름~~이 돋았지만 전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집니다. 물론 이 그림과 다른 진행이 있기에 인기 소설로 등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보면 이 살인 사건을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쉬쉬하는 것이 마을 카르텔을 다룬 영화 <이끼>와 참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이걸 타파하려는 노상철 형사와 하설이라는 기존 어른들이 만든 카르텔을 부셔가는 과정이 주는 재미가 아주 좋네요.
가장 이상하고 이해 안 가는 캐릭터가 고보결로 고정우가 감옥에 있는 10년 동안 꾸준히 면회를 갑니다. 인기 스타가 된 배우가 왜 이런 살인범을 꾸준히 면회하고 출소할 때도 차를 태워줄까 했는데 고정우를 고등학교 시절부터 짝사랑을 했더라고요.
이 캐릭터도 굉장히 의심스럽습니다. 극중에서 백설공주라는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걸 보면 뭔가 큰 역할을 하는 캐릭터 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 하나씩 밝혀지는 마을의 비밀을 보다 보면 90년대 초 컬트라는 단어를 이끌어낸 <트윈픽스>의 느낌도 듭니다.
진실을 찾아가는 3명의 진실 추격단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대형 폭발, 현란한 카메라 워크, 제작비를 많이 들인 흔적이 거의 없습니다. 눈요기 꺼리는 일도 없는데 3~4화는 훅 빨려 들었네요. 이유는 마을 사람들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는 서울에서 내려온 노상철 형사와 여행 중에 무천시에 머물면서 식당에서 알바를 하는 의대 휴학생 하설 그리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감옥에 갔다 온 명예회복을 노리는 고정우 이 3명이 마을 전체가 얽혀 있고 국회의원과 경찰서장까지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악의 카르텔을 어떻게 깨는지 참 궁금하네요.
이거 보다가 새벽 2시에 잠들면서 또 언제 하나하고 찾아보고 있네요. 쿠팡플레이에 올라와 있어서 쿠팡플레이에서 봤습니다.
MBC에서는 금, 토 오후 9시 50분에 방영을 합니다. 이번 주부터는 본방을 봐야겠어요. 심보영의 사체가 10년 만에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점점 점입가경이 되네요. 오랜만에 같이 추리를 하면서 즐겨볼 수 있는 드라마가 나왔네요. 다행히 드라마는 14부작으로 꽤 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