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퇴색되고 사라져가는 안양예술공원 조각품들
잠시 바람 쐬러 가는 곳이 있는데 안양예술공원입니다. 여기는 집에서 거리가 좀 있지만 갈 때마다 휴식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한 때는 수시로 갔습니다. 이 안양예술공원은 안양유원지라는 다소 무질서함이 가득했던 곳을 2000년대 초부터 대개조를 통해서 2005년 경 안양예술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이름에 들어간 예술은 그냥 넣은 건 아니고 내가 본 국내 최고의 야외 예술 공간이었습니다. 곳곳에서 체험하고 쉴 수 있는 놀라운 조형물이 가득했습니다. 한 때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뮤직 비디오 촬영을 하러 오기도 했죠. 지금이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예술공원이었던 안양예술공원
2005년 안양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를 개최합니다. 3년마다 열리는 이 APAP는 감히 말하지만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웅장하고 잘 관리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2010년 전후로 전국 지자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예술재단을 만들었습니다. 먹고살만해지니 예술에 눈을 돌려서 시민들의 세금으로 공공예술을 많이 뿌렸죠. 이 공공예술은 예술가들에게는 수익을 시민들에게는 예술의 효험을 담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런 공공예술을 통해서 예술의 세계에 빠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안양의 공공예술은 계곡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도 계곡을 보고 있으면 여기가 서울 인근이 맞나 할 정도로 잘 꾸며져 있습니다. 조용하고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가득한 공간 주변에 수 많은 예술 작품이 펼쳐졌죠.
대표적인 공간이 안양 전망대입니다. 이 안양 전망대 꼭대기에 올라가면 안양예술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 예술 작품입니다. 전 세계의 예술가들을 모시고 산 속에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야외 조형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조각 공원과 다른 점은 이 조형물을 이용할 수 있고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헬기로 이송해서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진 공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안양 사원 같은 공간은 수시로 들렸던 공간입니다. 가서 보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정화가 됩니다. 야간에도 개장을 해서 야간에도 잠시 들려볼 수 있었죠. 숲인데 전기를 다 매설해서 운영했습니다.
맥주 박스로 만든 이 공간은 또 어떻고요.
정말 놀라운 공간들이 많아서 사진 출사지로 많이 추천해줬고 실제로 주말마다 사진 출사 동호회들이 2그룹 이상 보였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가 2010년 전후였습니다.
점점 무너져가는 안양예술공원 안양시는 뭐하는 거지?
약 20년이 지났습니다. 한국처럼 연교차가 무려 50도나 나는 나라에서 뭐든 다 부서지죠. 실제로 사람도 늙지만 건물이나 조형물은 더 빨리 부식됩니다. 그럼에도 이런 조각품은 아직도 잘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 때국물 보세요.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다 생각해서 만들었겠죠. 실제로 내구성이나 오래 볼 수 있는 작품을 선별했겠습니다만 집도 관리 안 하면 무너지는데 제가 지켜보니 관리가 거의 안 되더라고요. 그나마 이런 손을 덜 타도 되는 조형물은 남아 있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몇몇 집 형태의 조형물은 한 5년 지나니까 허물어지고 있는데도 관리 하나 안 하더라고요. 결국 안전을 이유로 폐쇄하더라고요. 전 그래서 고쳐서 다시 선보이겠지 했는데 철거!
APAP는 현재 7기까지 왔습니다. 안양 곳곳에 공공예술을 심다가 다시 안양예술공원으로 왔을 때 저 조형물이 새로 생겼습니다. 그런데 기존 APAP 1기 때 작품이 무너지고 있는데 이런 예산을 또 투입하는 게 합당한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안양 예술공원의 메인 건물이자 APAP를 즐길 수 있는 안양 파빌리온도 그렇습니다. 여기 공간을 잘 활용하는 듯한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APAP 박물관으로 변환된 느낌입니다.
예전 그 활력 다 사라졌습니다.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궁금했지만 안 봐도 뻔할 듯 합니다. 의지 부족, 돈 부족, 나 몰라라 내 소관 아니리즘이 안양시에 판치고 있겠죠.
맥주병 박스로 지은 조형물은 사라졌습니다. 사진 왼쪽 위에 맥주병 박스가 살짝 남아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 야외 조각공원은 나무 데크로 헤집어 놓았습니다. 나무 데크에 진심을 보이더라고요.
덕분에(?) 야외 조각공원은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안양사원은 사라지고 금속 쇳덩어리가 놓였는데 쇠 냄새가 가득나서 다시는 들어가 보고 싶지 않네요.
관리도 안 되고
못은 다 튀어 나와 있고 이러고서 무슨 예술공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뉴스를 검색해 보니 여러 부서가 나뉘어서 관리하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하네요.
참 멋진 조형 공간이 가득해서 사진 찍기 좋고 휴식하기 좋았는데 저렇게 먼지 가득한데 방치되고 있네요.
안양예술공원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한 운영위원회가 있던가 해야지 시에 맡겼더니 공무원의 내소관아니리즘으로 망해가고 있네요.
안양 1 경이라는 안양예술공원 안양시의 수치가 되어가고 있다
안양 9경 중 1 경인 안양예술공원. 내가 참 사랑했던 공간. 그러나 5년 전부터 관리가 안 되는 걸 보면서 1년에 한두 번 정도만 가네요. 그 마저도 가고 싶지 않네요. 너무 관리가 안 되다 보니 흉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이 예쁜 공연장도 오는 사람이 없으니 공연도 사라졌네요.
그런데 또 누가 고성방가를 하는지 저녁 8시 이후에는 공연 불가네요. 이 근처에 집이 없고 음식점만 꽤 있는데 얼마나 시끄럽다고 공연을 오후 8시 이후에는 못하게 하네요.
돈 엄청나게 들어갔을 안양예술공원의 예술 작품들 그러나 점점 1기 작품들 중 3분의 1은 사라지고 있네요. 아쉽고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