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역주행 참사 기사에서 안 보이는 낮은 연석과 가로수 문제
자주 지나가는 곳에서 대형 사고가 나면 그 충격은 더 클 겁니다. 시청 앞 역주행 참사 기사를 봤을 때 1달에 1번 정도 지나가는 길이라서 좀 놀랬습니다. 여기는 소니 남대문센터가 있고 카메라 매장들이 있어서 자주 지나갑니다.
사고 현장을 지나가 봤는데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나온 차량이 일방통행 도로를 무시하고 이 건널목을 지나서 시청역 앞에서 멈췄습니다.
이 건널목 지나면 사고 현장입니다.
한쪽에는 역주행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는 현수막이 있네요. 꽤 많은 인명 피해가 나서 전국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보통 교통사고가 나도 대형 인명 사고는 많지 않은데 엄청난 인명 피해에 사람들이 왜?라는 말을 먼저 꺼냈습니다.
여깁니다. 보시면 4차선 일방통행입니다. 위로 올라만 갈 수 있지 내려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웨스턴 조선호텔 주차장을 나와서 우회전으로 나가야 하는데 직진을 해서 이 길로 고속 주행을 합니다. 사고 현장은 경찰관 2명이 지키고 있었고 안전 팬스가 놓여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놓아둔 소주병, 막걸리병, 피로회복제와 조화와 태극기도 보이네요. 참 마음씨가 고운 분들이죠. 돌아가신 분들이 대부분 직장인들이라서 술이 많이 보이네요. 여기에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북창동 이곳은 음식점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에 술 한잔 하기 딱 좋은 곳이죠. 전형적인 상업 공간으로 이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잠시 나와서 담소를 나누거나 지나가는 분들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경찰분들이 지키는 이유는 악플러 같이 인간이 아닌 듯한 인간들이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글을 놓고 가서 그런 듯합니다.
승진 축하한다는 말로 시작하는 편지도 보이네요. 같은 직장 동료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갑자기 세상을 떠난 분들에게 드리는 편지도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사고 나자마자 다른 도로와 다른 점이 있어서 전 그 점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습니다.
시청 역주행 사고에서 언론들이 눈여겨보지 않은 2가지
시청 역주행 사고 이후 언론들은 급발진이다 아니다, 노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이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원인은 가해자인 노령 운전자이죠. 급발진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밝혀져야 할 겁니다. 그런데 사고라는 것이 고의적이 아닌 사고면 그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여러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 사고 현장에서 사고를 막는 2개의 장치가 없거나 약한 것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1. 단차가 거의 없는 낮은 연석
급발진인지 과속인지는 나중에 가려지겠지만 과속을 했더라도 이곳의 연석이 좀 더 높았으면 대형 참사가 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시면 도로와 차도를 구분하는 곳에 연석이 있습니다. 경계석이라고도 할 수 있죠. 보시면 너무 낮습니다. 10cm도 안 되어 보입니다.
이렇게 연석이 낮다 보니 자동차나 오토바이도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보통 연석이 높으면 자동차 바퀴가 연석에 충돌해서 덜컹거리게 되고 방향을 다른 쪽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빠른 속도라면 연석이 높아도 넘어가겠지만 여긴 유난히 낮았습니다. 제가 여길 왜 기억하냐면 매번 지날 때마다 연석이 너무 낮아서 도로인가 차도인가 구분이 안 갈 정도였으니까요.
그나마 여기가 연석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습니다. 이것도 낮습니다. 보통의 도로보다는 한참 낮아요.
반대편 도로의 연석은 최소 2배 이상으로 높네요.
저 정도의 연석이면 차량이 고속으로 와도 연석을 뛰어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2. 가로수가 없다
유럽엔 가로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그래서 왜 없지? 당연히 있어야 할 가로수가 없는데 차량 이동 속도를 보니 없어도 되겠더라고요. 말이 다니기 좋게 만든 모자이크 같은 벽돌로 박아 놓은 유럽 도로는 차량이 빠른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또한 골목도 좁고요. 반면 유럽도 큰 도로에는 가로수가 있습니다.
한국은 가로수가 참 많죠. 가로수가 보기 좋으라고 심어 놓은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역할은 차량이 이러저러한 사고가 나서 제어가 안 되면 가장 박기 좋은 도구가 가로수입니다. 또한 가로수는 차량이 인도로 넘어오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죠
위 사진에서 거대한 가로수 보세요. 저 가로수에 박으면 차량을 바로 멈출 수 있을 정도로 크고 우람합니다. 그런데 사고가 난 시청 앞 도로는 가로수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말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낮은 연석과 가로수가 이 대형 참사의 작은 원인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서울시는 이 문제에 대해서 한 마디도 안 하고 문제 인식 자체를 못하기에 앞으로도 저렇게 방치될 듯합니다. 지금이라도 문제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을 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