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서울광장이 아닌 수면광장이 되어버리다
1년에 많이 읽을 때는 한 달 3권 이상 1년 50권 이상을 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책을 거의 안 읽습니다. 이유는 책의 대체 서비스들이 꽤 많이 생겼고 그걸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유튜브죠. 책에서 얻는 지식이나 지혜나 유튜브에서 얻는 지식이나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유튜브는 시각 정보가 풍부하고 구어체라서 지식을 익히기 아주 아주 편리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책의 효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책을 무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 이 글 쓰기의 기초를 다듬어주고 탈고 없이 쭉쭉 쓰게 한 글 쓰기 근육을 키워준 것은 책이니까요. 또한 유튜브가 모든 정보와 지식과 시선을 담지 않습니다. 반면 책은 정말 다양한 소재와 지식과 놀라운 시선을 제공해서 좋습니다. 또한 시각 정보가 없어서 내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힘이 크죠.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보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감상을 공유하면 각기 다른 경험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 읽는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인데 책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사고의 코어 근육 키우는 데는 책 만한 것이 없습니다.
시위를 막기 위해서 운영하는 듯한 서울시의 책 읽는 서울광장 운영
매년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 책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뚝 떨어졌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유튜브 같은 대체재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서두에 말했지만 책에서 얻는 지식을 빠르게 익히고 싶으면 책을 읽은 유튜버가 설명해 주는 게 더 빠릅니다. 물론 책을 압축하다 보니 중요한 걸 뺄 수도 있어서 가능하면 책을 직접 읽는 것이 더 좋긴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들이 아니죠.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고 싶어도 못 읽는 사람들이 많고 솔직히 책보다 유튜브가 더 재미있어서 유튜브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중 저도 한 사람입니다. 이러다 보니 성인 독서율을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책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도 분명 있습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안 팔리는 책을 예전에는 60% 이상 할인해서라도 재고 떨이를 했는데 이제는 그냥 폐지업자들에게 돈을 주고 폐지로 처리한다고 하잖아요.
그럼에도 정부나 지자체들은 책읽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 읽기를 강권하죠. 특히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책 읽으라면서 자기는 드라마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걸 보고 읽을까요? 부모님이 솔선수범해야지 따라 읽죠.
서울시는 수시로 서울광장에서 책 읽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즘 서울광장에서 행사 참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런 행사가 많은 이유는 시위를 막기 위함도 있습니다. 서울광장은 유명한 시위장소였고 제가 본 것만 해도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정치적 시위죠. 이런 시위를 막기 위해서 오세훈 시장 1,2기 때는 명박산성처럼 경찰 버스로 들어서 못 들어가게 하기도 했죠.
요즘 입틀막이 유행어지만 시위라는 민주주의만 가능한 시민의 권리 중 하나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상징 행동을 막는 행동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아주 심했습니다. 참고로 이 시청 앞 광장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농민 시위(당시는 매년 농민 시위가 대규모로 있었죠) 때 과격한 폭력 시위로 인해 농민과 경찰이 많이 다쳤던 것이 기억나고 농민 분이 사망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 일도 기억나네요.
폭력 시위는 반대하지만 시위 자체를 막는 것은 공산당이나 하는 짓이죠. 시위를 막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현 오세훈 시장은 자신도 정권 퇴진 시위 단상에 올라서 외쳐놓고 지금은 이렇게 행사로 막고 있네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식의 행동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책 읽는 서울광장' 운영을 작년 9월 14일부터 11월 12일까지 매주 목,금,토,일 운영을 했습니다. 딱 시위하기 좋은 요일에만 운영을 하네요. 보통 시위가 주말에 많이 하거든요. 그것도 잠깐 하는 것이 아닌 날씨 좋을 때만 운영합니다. 그리고 2024년도 마찬가지로 날 좋은 날인 4월 18일부터 11월까지 진행한다고 하네요.
지켜보니 책 읽는 사람은 없고 숙면 모드의 시민만 가득
서울은 세계적인 대표 행사나 축제가 없습니다. 인구 1천만이 사는 도시이고 '흥의 민족'이라고 하지만 정말 놀 방법을 모르는 민족이 아닐까 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가 없죠. 그나마 전통 축제가 지자체가 개발하거나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색이 퇴색되고 전통을 지키려면 후대가 있어야 하는데 외국인 노동자만 늘어나서 전통 이어받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럼 그 젊은이들이 다 어디있냐? 서울, 경기도에 몰려 있습니다. 여기에 일거리가 많으니까요.
서울시는 수 십년 간 서울의 대표 축제를 관주도로 만드려고 시도했지만 오세훈 시장 당시 '하이 서울페스티벌'을 시도했다가 싹 말아먹었습니다. 지속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발성 행사로 진행다가 시장이 바뀐 후 사라졌고 지금은 '서울거리예술축제'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유일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5월 '봄빛 찬란 서울페스타'를 5월 1일 오늘부터 6일까지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진행한다고 하네요.
책읽는 서울광장 행사를 우연히 지나가다가 봤습니다. 아이들과 손잡고 오기 딱 좋을 정도로 다양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네요.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아이들과 놀기 딱 좋습니다.
빈백을 배치하고 책을 읽으라고 빈백 앞에 책꾸러미를 놓고 저 뒤에서는 음악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책 종류를 보니 인기 서적은 없고 초등학생, 유치원생용 책들이 많네요. 읽을 만한 책이 없습니다.
읽은 만한 책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고 자고 있네요. 스마트폰 보는 분도 좀 있지만 대부분은 숙면 모드입니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이유
사람은 온도와 습도가 적당해야 활동하기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봄가을이 가장 활동하기 좋고 특히 야외 활동하기 좋습니다. 이렇게 봄가을에 나들이하기 좋으니 책을 덜 읽죠. 가을 특히 4~6월, 9~11월이 독서율이 가장 낮고 책 판매량도 가장 낮습니다. 한 겨울, 한 여름에는 독서량도 책 판매량도 높습니다. 나가면 덥고 춥다 보니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고 실내에 있다 보니 책을 읽는 경우의 수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죠.
따라서 날씨가 안 좋아야 사람들이 책을 읽습니다. 그래서 책 좀 읽으라고 나온 말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거짓말입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닌 놀러 다니기 좋은 계절입니다. 독서의 계절은 한 여름, 한 겨울이죠.
마찬가지입니다. 야외에서 책 읽으라고요? 이 좋은 날씨에 책 읽으라면 책이 읽혀지나요? 그냥 관광하는 게 더 현명한데요. 저 같아도 안 읽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의 '책 읽는 서울광장' 이벤트를 보면 마치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홍보 문구처럼 느껴지네요.
물론 보기는 좋습니다. 야외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많으면 보기 근사하죠. 책도 실내등 밑에서 읽는 것보다 나무 그늘 밑에서 읽는 것이 가장 좋고요. 자연광 밑에서 책 읽어야 눈 건강에도 좋고요. 그러나 이런 햇빛이 직사로 내리치는 공간에서 책 읽는 건 좋지 못합니다. 책의 하얀색 종이에 반사된 빛이 눈이 상당히 부십니다. 햇빛 밑에서 읽어보시면 바로 알 수 있죠.
따라서 이 '책읽는 서울광장' 행사는 그냥 쇼잉으로 보입니다. 실용성이 떨어지고요. 차라리 그냥 책 치우고 아이들 놀기 편하게 놀이 시설이나 더 늘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