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불편한 편의점에서 판매한 것은 온기
올해 참 열심히 책을 안 읽었던 한해였습니다. 매년 30권 이상 책을 읽고 연말에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을 선정해서 블로그에 소개하기도 했는데 작년 그리고 올해도 추천할 책이 없을 정도로 책을 많이 안 읽었네요. 대신 넷플릭스는 참 열심히 본 한 해였습니다.
연말에 예스24에서 이벤트를 해서 북클럽 2개월을 무료로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북클럽은 월정액 도서 대여 서비스로 앱과 pc에서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격도 월 5,500원으로 무척 저렴한 편입니다. 이 가격이면 2개월 후에도 계속 볼 것 같네요. 술 한 번 안 먹으면 1달 내내 이동하면서 틈틈이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겠네요.
서울역 노숙자의 자신을 찾는 여정을 담은 소설 <불편한 편의점>
무슨 책을 읽을까 하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을 골랐습니다. 최근 MBC 뉴스를 보니 1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라고 소개하더군요. 작가는 김호연 소설가입니다. 소설책 안 읽은지도 참 오래 되었네요.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아서 더 안 읽게 되는 것도 있어요.
재미없으면 좀 읽다 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네요. 정확하게는 재미보다는 우리가 자주 많이 들리는 편의점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친근했습니다. 그리고 이 편의점을 매개체로 마음 따뜻한 할머니 점주의 성품에 끌려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네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서울역 뒤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영숙이라는 70대 할머니 점주는 남편의 퇴직금을 탈탈 털어서 올웨이즈라는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은 할인 행사에다 각종 이벤트를 하는데 반해 외진 곳이서 손님이 많지 않습니다. 큰돈을 벌 목적이 아니라서 돈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습니다. 다만 못난 아들 때문에 속이 상합니다.
그날도 지방을 가려고 KTX를 탔는데 지갑을 분실한 것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전화가 옵니다. 그런데 이 남자 염치가 없는 건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어도 되냐고 묻습니다. 딱 각 나오죠. 서울역 노숙자였습니다. 노숙자는 염 여사를 만나서 지갑을 돌려줍니다. 그것도 다른 노숙자가 지갑을 강탈하려는 걸 막으면서 돌려줍니다.
그 모습에 염 여사는 마음을 풀고 이름을 물어봅니다. 그리고 배고프면 자신의 운영하는 편의점에 와서 도시락 달라고 하면 주겠다는 선의를 배풉니다. 그렇게 노숙자는 오후 8시만 되면 편의점에 들러서 아르바이트생에게 도시락을 받고 야외 테이블에서 도시락을 먹습니다. 이 노숙자는 그렇게 염 여사와 안면을 트고 자신을 독고라고 말을 합니다. 물론 본명은 아니겠죠.
독고는 과거 기억을 다 상실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뭐하던 사람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매일 소주를 마셔서 알콜성 치매 증상이 있나 봅니다. 이 올웨이즈 편의점에는 독고 말고도 사연 많은 알바생들이 많습니다. 고시 공부를 하는 시현이라는 20대 청년도 있고 아들과 남편이 속을 섞여서 생계를 위해서 알바를 하는 오선숙이라는 아주머니도 있습니다.
염 여사는 독고에게 일자리를 제안합니다. 야간 편의점 알바를 제안하죠. 독고는 수염을 깍고 목욕을 하고 서울역 근처에 쪽방촌에 월세를 내면서 편의점 알바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다른 알바생들이 싫어했지만 독고라는 사람의 우직함과 따뜻한 성품에 서서히 독고씨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염 여사가 운영하는 사회 소외 계층이 알바를 하는 등대 같은 곳입니다. 염 여사의 따뜻한 성품이모든 알바생들에게 온기를 전달해 주는 아랫목 같은 곳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독고입니다. 독고는 그렇게 힘들다는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술도 끊고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방법을 다시 기억해 냅니다. 그리고 서서히 자신의 과거도 하나 둘 떠올리게 되고 기억을 찾아갑니다. 여기에 소설가도 등장합니다.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소설가는 누가 봐도 작가 본인처럼 느껴지네요.
막 책장을 덮으면서 느낀 점은 먼저 소설이 엄청나 서사가 있는 것도 아주 짜임새가 좋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반대로 좋았던 점은 술술 읽힌다는 점입니다. 현학적이고 계몽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따라서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점이 강점이자 이 책의 장점입니다.
그냥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술술술 잘 읽히네요. 다만 독고씨가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기억을 찾았을 때의 이야기는 그냥 그랬습니다. 별로였어요. 오히려 과거를 모른 채 독고씨가 야간 알바를 하면서 만난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참 좋네요.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젊은 가장이 습관적으로 참참참이라고 하는 참이슬, 참깨라면, 참치김밥을 야외테이블에서 먹는 모습을 독고씨가 술을 끊으라고 권하는 에피소드에서 두 딸이 아빠를 생각하는 이야기에 동공이 흔들렸습니다.
이런 에피소드가 좀 더 많고 이런 에피소드 모음집이 잘 팔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2편은 읽지 말라는 분이 있네요. 2편도 1편과 비슷하다고요. 주인공은 독고씨가 아닌 오선숙이라는 또 다른 생계형 중년 알바분 이야기가 나오는 듯합니다.
전체적으로 성긴 구석이 있지만 꽉찬 것도 참 많네요. 편의점 점주인 염 여사의 온기가 새끼를 쳐서 독고씨가 노숙을 그만두고 돌아가는 내용이 주는 온기가 참 따뜻하네요. 악인이 없는 점도 좋고요.
살벌한 내용들이 인기 많은 요즘 세상이지만 이런 헐거워도 온기 가득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한 <불편한 편의점>입니다. 2021년 올해의 책이었다는 걸 2022년 연말에 알게 되었네요. 오랜만에 좋은 소설책 한 권 읽었네요. 2권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야간 촬영 후에 새벽길을 걸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수 많은 편의점 불빛이 등대 역할을 하는 걸 보면서 편의점이 도시의 등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편한 편의점>은 서울역 근처에 설치된 도시 등대였네요.
40자 평 : 차가운 도시에 켜진 온기 넘치는 등대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