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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드라마 파친코의 원작 드라마 파친코 1부 속 가득한 강인한 삶들

썬도그 2022. 8. 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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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기억에 남는 영화는 많지 않은데 기억에 남는 드라마들이 참 많네요. 이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게 본 드라마는 애플 TV+가 만든 '파친코'입니다. 파친코라고 하면 잘 모르는 10,20대 분들이 많을 거예요. 일명 빠찡코라고 하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슬롯머신입니다. 재일교포들이 일본에서 갖은 억압과 멸시와 차별 속에서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다닐 수 없자 일본인들이 천시하는 직업 중 하나인 빠징코 사업을 많이 했습니다. 그 빠징코 자체가 재일교포들의 고단하고 굴곡이 가득한 삶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파친코 1부

이 드라마가 놀란 이유는 외국 회사인 애플이 외국 제작 한국 소재 드라마 느낌이 전혀 나지 않고 오히려 한국 방송사나 드라마 제작사보다 더 뛰어난 고증과 엄청난 CG와 규모에 깜짝 놀랐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부산 영도와 오사카 그리고 해방 이후 1986년의 도쿄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표현력이 엄청난 드라마입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극찬을 할 수밖에 없는 연기들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이런 드라마를 외국 제작사가 만들 수 있었을까? 놀랍고 놀랍습니다. 그리고 연출입니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니 드라마의 두 연출자와 텍스트 언어를 영상 언어로 너무 세련되고 감동스럽게 재현을 했습니다. 

이민진 장편소설 파친코 1편을 읽다 

파친코 1부

외국 제작사인 애플 TV+가 한국 소재 그것도 가장 혹독한 시절인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재일교포들의 굴곡진 삶을 조명한 이유는 인기 원작 소설 때문입니다. 2017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와 각종 언론과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작가들이 극찬을 한 소설이 이민진 작가의 원작 소설 '파친코'입니다. 

6부작 드라마 '파친코'를 다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이 참 궁금했습니다. 드라마는 원작 소설의 반만 담고 있고 '파친코'가 전 세계에서 극찬을 받자 시즌 2 제작을 확정했습니다. 소설은 드라마와 뭐가 같고 뭐가 다를까 궁금했습니다. 파친코 1,2권은 드라마 제작 이전에 한국에 소개되었습니다. 그런데 판권이 종료되었고 이걸 '미움받을 용기'로 초대박을 낸 인플루엔셜이 개정판을 선보였습니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강렬한 첫 문장이 가슴을 한 대 치고 시작합니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문장으로 시작하죠. 
많은 역사서들과 드라마 영화들이 역사 속 유명인들을 소재로 합니다. 그래서 보통 왕이나 장군이나 시대를 이끈 정치인들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그런데 그런 역사를 이끌고 만드는 사람들보다 역사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더 많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닌 역사에 휘둘리는 필부필부들입니다. 

이 역사에 휘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들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더 없는 것 같네요. 80년대만 해도 '여명의 눈동자' 같은 명작 드라마와 소설이 다이내믹 코리아에서도 가장 큰 격동기였던 일제 강점기와 광복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대하드라마가 많았지만 요즘은 잘 안 보이네요. 돌아보면 한국이 참 다양한 사건 사고가 일어난 나라지만 최근 가장 큰 시련을 겪었던 시절은 나라 잃은 서러움이 가득했던 일제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이 일어난 1940~50년대가 가장 혹독한 시련이 가득했던 시기가 아녔을까 합니다. 

이 시기를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파친코 1편'이고 2편에서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 1부' 줄거리

파친코 1부

소설 파친코 1부는 1부 고향과 2부 모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에서는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어부의 아들인 훈이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훈은 착하고 성실하나 몸에 장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훈이에게  장가를 오려고 하지 않죠. 그러나 이웃마을에서 딸만 있는 집에서 입을 덜려고 막내딸 양진을 훈이에게 시집보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여러 명의 아이를 낳지만 모두 어린 나이에 죽습니다. 마지막으로 낳은 아이가 선자입니다. 선자는 장애를 가진 아버지가 극진이 아끼던 딸로 하숙하는 부모님을 도와서 어려서부터 성실 근면하고 바르게 잘 자랍니다. 부모를 잃은 식모 덕희와 복희 언니와 함께 하숙을 하면서 근근히 먹고 삽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난 후 고한수라는 어시장 중개상을 알게 됩니다. 

고한수는 제주도 출신의 조선인으로 일본어를 능숙하게 쓸 뿐 아니라 일본인들을 다스릴 줄도 아는 뛰어난 장사수완이 있는 사람입니다. 오사카에 집이 있어서 부산과 오사카를 왔다 갔다 하는데 돈이 많은 듯 옷이 잘 입고 다닙니다. 이 한수가 16살인 선자를 유심히 쳐다봅니다. 그렇게 쳐다만 보다가 일본 학생들의 성추행을 막아주면서 30대 중반의 한수와 선자는 친해지게 됩니다. 오빠 동생으로 지내다 선자가 한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당연히 결혼을 할 줄 알았지만 고한수는 그제야 오사카에 처와 딸이 3명이 있다고 말합니다. 

첩으로 살면 집도 마련해주고 먹고 살 걱정 없이 살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선자는 아버지의 딸로 당당하게 살고 싶지 첩과 같은 숨어 사는 듯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아 합니다. 결혼식도 아기를 낳아도 아버지를 밝힐 수 없으니 성도 지을 수 없습니다. 이런 딱한 사정을 알고 있던 하숙집에 살던 이삭은  네 여자의 극진한 간호와 정성 덕분에 폐병으로 죽다 살아났다면서 자신을 살려준 은혜를 갚겠다면서 선자와 결혼하고 오사카에서 살자고 합니다. 

1부는 선자의 고향인 부산 영도의 이야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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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부

2부는 오사카라는 낯선 도시에서 조선인으로 사는 선자 가족의 혹독한 삶과 선자와 형수인 경희와 함께 모질고 거친 재일교포의 삶이 그려집니다. 드라마 파친코를 본 분들은 다 아는 내용이지만 소설과 드라마는 다른 부문이 많네요. 이 이야기는 밑에서 다시 하고 파친코에 대한 감상을 먼저 적어보겠습니다. 

잡초 같은 삶을 살아온 재일교포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지는 소설 파친코

파친코 1부

원인과 결과입니다. 잘못하면 벌을 받아야죠. 그게 세상 이치입니다. 잘못했는데 벌 안 받으면 그 사회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요즘 한국 사회가 혼탁하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 죗값을 제대로 안 받는 권력자들이 참 많다는 겁니다. 그러나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세상이 가하는 강력한 폭력으로 구타를 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자 가족이 이삭 가족이 그렇습니다. 1부가 가난한 삶에 대한 서러움이 가득하다면 2부에서는 이방인인 조선인에 대한 괄시와 멸시를 가득 담습니다. 선자 가족이나 이삭 가족은 남들을 괴롭히거나 사기 치거나 억압하지 않고 선하고 선하게 삽니다만 나라 잃은 국민이라는 점, 선교사 가족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어서 모진 삶을 살게 됩니다. 

이 '파친코'에서 가장 독특한 인물은 고한수입니다. 드라마에서 이민호가 연기한 제주 출신의 뛰어난 장사꾼인 고한수는 선자를 임신시키고 책임을 지지 않는 인물로 나옵니다. 난봉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략결혼인지 이삭과 오사카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선자 주변을 맴돌고 도와줍니다. 세상 이치를 꿰뚫고 있는지 아는 것도 많고 예측도 잘합니다. 선자에게 고통을 주는 인물이자 도움도 주는 묘한 캐릭터입니다. 이 묘함 때문에 소설 '파친코'가 다소 평이한 스토리로 진행되지 않고 보다 다이내믹하게 흘러가게 합니다. 

주인공 선자와 선자 어머니인 양진 그리고 부목사가 된 남편 이삭, 이삭의 형과 형수인 경희까지 주인공들의 삶은 처참하다고 할 정도로 고통이 뚝뚝 떨어지는 삶들을 소설 '파친코'가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런 혹독한 삶에서도 희망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도 많이 펼쳐집니다.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삶에서도 손을 내밀어주는 이삭 같은 인물도 있고 선자가 이삭을 돕고 경희가 선자를 돕고 선자가 경희를 돕는 등 서로의 온기로 가혹한 추위를 견디는 모습들이 가득 펼쳐집니다. 

총 4대에 걸친 걸친 재일교포들의 삶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가끔씩 메어집니다. 10년 전에 본 재일교포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 영화 '박치기'를 보면서 재일교포들의 삶이 생각보다 어렵고 고통스럽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80년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재일교포들이 일본에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는 다큐멘터리가 한국 지상파 방송에서 많이 했고 재일 교포 3세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는 뉴스도 많았지만 요즘은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지금도 재일교포의 삶이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완화되지 않았나 하는 희망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나라가 워낙 폐쇄적인 나라라서 어딘가에는 재일교포라는 사실만으로도 정신적인 구타와 집단 린치를 가할 것으로 느껴지네요. 그러나 이 소설의 핵심은 선자입니다. 

낯선 오사카에서 씨가 다른 두 형제인 노아와 모자수를 키우는 억척스러움에 감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남편 이삭이 교도소에 들어간 동안 김치를 다 팔 때까지 집에 가지 않겠다는 그 강인한 정신력을 보고 있으면 내 어머니, 내 할머니, 내 아버지의 삶을 저절로 떠오르게 합니다. 세상의 풍파 속에서 조각조각난 난파선 위에서 나무 조각을 의지해서 해안가로 향하는 선자의 모습 자체가 거대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파친코 1부

보통 이런 소설은 일제의 악랄함을 묘사하기 위해서 강력한 일본인 악인을 등장시키지만 이 소설 '파친코'는 그런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인물도 묘사도 없습니다. 일본 경찰도 군인도 관리도 안 나오고 나오는 일본인은 법원 직원인데 꽤 친절합니다. 이 소설이 그리고자 한 것은 일본 제국이 만든 살풍경이지 일본인 하나가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악한 일본인은 나오지 않습니다. 일본인 자체도 많이 나오지 않지만 자신에게 이득이 되면 품고 이득이 없으면 뱉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로 묘사합니다. 물론 어린 노아를 조선인이라고 거리를 두고 괴롭히는 일본 아이들의 모습 등은 있지만 일본인이나 일제에 대한 비판이나 시선은 없습니다. 

드라마 파친코와 소설 파친코의 차이점

파친코 1부

변호사였던 이민진은 병 때문에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소설가가 됩니다. 남편 따라서 일본에 갔다가 재일교포 소년이 자살을 한 사건을 조사하다가 일본에서 사는 한국인들인 재일교포들이 엄청난 사회적 억압 속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신도 재미교포라서 동질감을 느낀 이민진 작가는 소년이 죽은 이유가 일본인 학생들의 집단 괴롭힘 때문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재일교포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을 기록하고 소설 파친코를 씁니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선자의 손주인 재일교포 3세인 솔로몬이었다가 일본에서 멸시를 당하면서도 꺾이지 않고 살아온 재일교포 할머니들의 삶이야 말로 주인공이다라는 생각에 솔로몬에서 선자를 주인공으로 변경합니다. 

이 선자의 삶을 소설과 드라마는 서사는 거의 동일하지만 서술 방식이 상당히 다릅니다. 
소설은 선자의 부산에서의 삶, 오사카에서의 삶을 시간 순으로 보여줍니다만 드라마 '파친코'는 선자의 삶과 손주인 솔로몬의 삶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줍니다. 이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이 상당히 세련된 연출입니다. 삶은 주인공 이름만 바뀔 뿐 비슷합니다. 그래서 선자의 일제 강점기 삶과 80년대 일본 거품 경제 시절의 솔로몬이나 건물만 달라졌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선자가 재일교포라고 괄시받고 살았는데 손주 솔로몬도 재일교포의 장벽을 느끼게 되죠. 

파친코 1부

또 다른 점은 일제에 대한 시선입니다. 소설은 일제 순사도 일본인도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세상 풍파에 흔들리면서 견디는 선자와 경희의 삶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순사가 나옵니다. 그렇다고 일제를 악독하게 그리지도 않습니다. 좀 더 묘사가 많고 일제 강점기의 서민들의 삶을 좀 더 많이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서 선자네 하숙집에 살던 어부가 일본 비판했다가 끌려가는 모습은 소설에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거의 비슷하지만 각색과 연출을 너무 잘했네요. 원작도 좋지만 그 원작을 더 빛나게 하는 각색과 연출과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어메이징 한 드라마 '파친코'를 만들었네요. 

자이니치라는 잊힌 사람들을 세상에 알린 소설 '파친코'

파친코 1부

소설 속 선자와 이삭은 일제의 의해 강제 노동을 하러 일본에 간 인물이 아닙니다. 이삭은 선교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선자는 같은 한국인 때문에 일본으로 향하죠. 이것만 봐도 일제 강점기에 고통을 받은 한국인의 고통만 담는 단순한 구도가 아닙니다. 어려운 시절 같은 한국인이 더 고통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고통만 주는 것은 아니고 한수는 끝까지 선자 곁을 맴돌면서 선자 가족을 돕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수도 일제 강점기에 살고 있는 고통받았던 자이니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부에서는 한수와 선자 가족이 어떻게 얽히고 노아가 자신의 친 아버지가 한수라는 것을 알게 될까요?

또한 모자수와 그의 아들 솔로몬의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이 모든 인물 중에 가장 마음을 흔든 인물은 선자네 하숙집에서 식모 살이를 했던 덕희와 복희입니다. 자매인 두 사람은 선자의 친구이자 언니였습니다. 선자가 오사카로 떠나고 중국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따라간 것으로 나오는데 안 좋은 일을 당했을 것이라는 문장에서 멈칫했습니다. 한수는 선자에게 일본 사람들이 일본이나 중국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남자 여자를 데리고 가는데 절대로 따라가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슬펐던 장면입니다. 소설이나 드라마나 직접적인 묘사 대신 넌지시 넋두리처럼 말하는 게 오히려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오네요. 

왜 한국인 이야기를 쓰냐는 질문에 이민진 작가는 '우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여러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죠. 활력 넘치고 다이내믹한 한국인에 대한 칭송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 어디에서 경험하지 못한 근 현대사를 겪었고 그 세상 풍파 속에서도 견디고 견디면서 살아온 한민족이 가진 고통과 환희의 서사가 함께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파친코'는 그 다양한 근현대사의 한국인들의 서사 중 잊혀 가는 재일교포의 고통을 다시 길어 올린 아주 아주 좋은 소설입니다. 우리네 할머니, 증조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잘 보여주는 좋은 소설입니다. 

<소설을 무상 제공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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