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구경하기 좋은 한옥마을 원서동과 계동길
서울 종로구는 한국의 전통 가옥인 한옥이 참 많은 지역입니다. 4대 고궁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조선시대 수도인 한양이 있던 곳입니다. 지금도 많은 한옥들이 있습니다. 한옥마을 하면 삼청동, 가회동의 북촌 한옥마을을 떠올리죠. 거기가 가장 한옥 마을이 많고 예쁘긴 합니다. 다만 북촌 한옥마을 주변 동네도 한옥 마을과 돌담길이 참 많습니다. 이 중에서 덜 유명하지만 한옥 마을 풍경이 가득한 두 곳을 소개하겠습니다.
창덕궁 돌담길 옆 고즈넉한 한옥 마을 원서동
종로구 원서동은 창덕궁 왼쪽 돌담길 옆 마을입니다.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서 창덕궁 쪽으로 걸으면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이 나옵니다. 최근에 지어진 한옥 건물로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국악, 놀이 소리, 추억의 소리 등등의 우리 사는 삶에 대한 소리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맞은 편에는 창덕궁이 있습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창덕궁 관람을 하셔도 좋습니다. 최근에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길을 복원했다고 하더라고요. 위 사진 바로 오른쪽 200m에 복원된 길이 있습니다. 창경궁 가는 길인데 원서동 동네 구경하려면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 왼쪽 돌담 길을 쭉 따라가세요.
이 창덕궁 돌담길은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정해인이 김고은이 탄 차를 따라가던 곳이기도 합니다. 돌담길 정말 고귀한 돌담길인데 이렇게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네요. 정부나 문화재청이나 종로구나 이런 좋은 관광상품을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참 못났죠. 다른 게 관광상품입니까. 돌담길 따라 걷게만 해도 그게 관광상품이죠.
뭐 아파트 단지가 아니고 저층 건물이 많아서 주차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걸 알지만 거대한 지하주차장이나 주차공간을 마련해서 저 주차공간을 없앴으면 해요. 이 예쁜 돌담길을 이렇게 사용하고 있네요.
원서동 입구에는 불교박물관을 허물고 노무현 시민센터가 거의 다 완공되었습니다. 완공되면 놀러 가 봐야겠네요.
창덕궁 돌담길을 쭉 따라가면 원서동 마을이 나옵니다.
원서동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경이었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유명한 곳이 아니라서 한적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녔는데 복덕방 아저씨가 인사를 건넬 정도로 정감 넘치는 동네였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풍경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패션잡화점도 많이 생겼어요.
자 본격적으로 한옥 마을이 나옵니다. 참고로 위 사진 2개의 골목 쭉 들어가면 온톤 한옥입니다. 정면에 보이는 저 한옥도 몇 년 전 통유리를 설치하고 상점으로 개조했더라고요.
바로 앞에는 종로구립 고희동미술관이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의 아뜰리에와 도시형 한옥 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한옥을 개량 한옥으로 불렀는데 요즘은 도시형 한옥이라고 하네요.
여긴 개인 집 같은데 한옥이 어마어마하게 좋네요.
도로명으로는 창덕궁 3길입니다. 저 한옥 뒤 숲이 창덕궁 숲입니다.
큰길로 다녀도 좋지만 골목길로 들어가면 놀라운 골목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계동 4길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말 좁은 골목길입니다.
계단을 오르면 벽화가 그려진 하얀 벽이 나옵니다.
막힌 것 같지만 쭉 가면 계단이 나옵니다.
이 골목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저만의 골목길로 애용하고 있어요.
로드뷰에도 나오지 않는 골목길. 이런 맛에 골목 여행하는 것이죠.
원서동 골목을 지나면 중앙고등학교 앞 계동길이 나옵니다.
활력이 가득 넘치는 중앙고 앞 계동길
한국의 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자 골목길이 있는 곳이 계동길이 아닐까 합니다. 가로수길이 더 유명하지만 거긴 너무 상업화된 골목인데 반해서 계동길은 상업 공간도 많지만 한옥 골목이 더 많습니다. 또한 상업 공간도 프랜차이즈 상점이나 팝업스토어가 없고 개성 넘치는 공간들이 많습니다. 이 건물은 대중목욕탕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네요.
드라마와 영화 촬영 장소로도 많이 활용되었어요.
서이 갤러리라는 한옥 사진갤러리도 있고 이런 예쁜 골목길과 공방이나 상점들과 음식점들도 많습니다. 계동추억박물관 골목으로 쑥 들어가면
이런 한명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골목길도 볼 수 있어요.
다시 계동길로 나왔습니다.
계동길에는 몇 년 전에 계동 배렴가옥이 일반인들에게 공개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등록문화재 제85호 한국화가 제당 배렴 선생님이 살던 한옥으로 서울시가 매입한 후 공공 한옥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시공간으로도 활용하고 강의도 펼쳐집니다. 그냥 한옥 구경하기 딱 좋은 곳입니다. 저도 이런 마당이 있는 한옥에서 살고 싶어요.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어요.
한옥이 살기 불편하지만 운치가 아파트나 빌라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죠. 이런 한옥 건물이 주로 종로구에 몰려 있다는 게 아쉽죠.
계동 4길 호랑이 카레 바로 옆에는 북촌 한옥역사관이 있습니다. 물어보니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네요.
무슨 공간인가 해서 들어가 보니
조선 건축왕 정세권을 기리는 공간이네요. 건축을 독학으로 배운 정세권은 충무로 일대에 자리 잡은 남촌에 사는 일본인들이 북촌 쪽으로 넘어오려고 하자 부동산 개발을 막기 위해서 아주 작은 도시형 한옥을 엄청나게 짓습니다.
건양사라는 부동산 개발회사를 만들어서 북촌인 삼청동, 가회동은 물론 충정로, 체부동, 통의동, 사직동, 안국동, 재동, 사간동, 수송동, 견지동 관훈동 등등 지금 남아 있는 한옥 건물 대부분을 건양사가 만들었습니다. 작은 도시형 한옥을 만들고 한국인들이 살게 했고 그 결과 일본인들의 부동산 개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집주인이 많으면 부동산 개발하기 쉽지 않죠.
정세권은 조선어학회의 국어운동과 사전편찬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숨은 위인이자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인물이기도 합니다. 1920년 북촌의 땅과 건물을 사들여서 초가집을 허물고 개량 한옥을 엄청나게 지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제가 조선어학회 인사 33명을 체포하고 정세권도 체포 고문하고 35,000평 토지를 강제로 강탈합니다. 이게 1943년 광복 바로 전이네요. 일제는 일본식 건물을 지으라고 압박하지만 정세권은 이를 거절합니다.
정세권이라는 거대한 건축왕이 있었기에 21세기 사는 우리들에게 훌륭한 관광자원과 함께 한국적인 공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네요. 이 거대한 한옥 밀집 지역을 한 건축회사가 만들었다는 것도 참 놀랍기만 하네요.
한옥 골목길 여행은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길은 창덕궁 돌담길을 걸어서 원서동을 지나 계동길을 추천합니다. 더 여유가 되시면 바로 옆 북촌한옥마을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