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심고 오세훈이 뽑는 1천억짜리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저질행정
연합군은 폭격기에 소이탄을 싣고 일본 상공에서 소이탄을 투하했습니다. 목제 건물이 대부분인 일본의 가옥들은 소이탄에 쉽게 불이 났고 불은 대화재가 되었습니다. 일제 치하의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청계천 주변에는 판잣집이 가득했습니다. 미군 폭격기가 이곳에 소이탄을 떨구면 화재는 쉽게 대화재가 될 것이 뻔했습니다. 이에 산불을 막기 위하나 방화선처럼 지금의 세운상가 일대에 방화선을 구축합니다. 거대한 공터가 된 곳을 1966년 취임한 불도저 김현옥 서울시장이 국내 최초 주상복합건물인 세운상가를 세웁니다.
종로 3가에서 충무로까지 이어지는 세운상가 라인
세운상가라고 하면 종로 3가 세운상가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세운상가 같은 건물이 충무로까지 남북으로 이어집니다.
세운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인현상가, 진양상가까지 이어지는 동일한 형태의 주상복합건물이 남북으로 이어집니다. 진양상가에서 쭉 남으로 내려가면 동국대를 지나서 남산 둘레길까지 이어집니다.
2005년부터 세운상가 허물기에 진심을 보였던 오세훈 1,2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오세훈 시장 1,2시 시절 오세훈 시장은 2005년 세운상가를 싹 다 불도저로 밀고 종묘와 남산을 연결하는 녹지축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걸 해달라는 시민은 없었습니다.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지역 숙원 사업도 아니고요. 숙원 사업일 수가 없죠. 청계천 복개 공사하면서 청계천 주변 상인들이 강제로 이주했다가 풍비박살이 난 것을 잘 아는데 주변 상인들과 건물주들이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아! 건물주들은 좋아할 수 있겠네요. 상가 1개라도 분양받으면 되니까요. 이게 2005년 발표한 예상도입니다. 아래 종묘에서 선형 공원을 지나서 남산까지 이어집니다. 주변에는 고층 빌딩이 가득하고요. 이거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
강남 뺨을 야무지게 치는 발전한 종로의 풍광이 그려지나요? 그런데 말이죠. 전 이게 보이더라고요. 종묘 앞에 저렇게 높은 고층 빌딩을 세울 수 있나? 왕릉뷰라고 조롱을 받고 있는 김포 검단 신도시 왕릉 사건 기억하시나요? 유네스코가 한국의 조선 왕릉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조건 중에 하나가 뷰입니다. 왕릉 주변에 아파트 같은 현대식 건물이 보이면 경관을 훼손하게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경복궁 주변에 고층 빌딩이 가득 보이면 감흥이 나겠어요.
물론 이미 올라간 건물은 어쩔 수 없지만 더 올리면 안 됩니다. 그래서 2010년대 초반에 완공된 소공동의 현대미술관 서울분관은 지상으로 올리지 않고 지하로 파서 거대한 미술전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세요. 종묘 바로 앞에 저렇게 높은 건물 지으면 유네스코가 가만 있을까요? 세계문화유산 지킬 의지가 없다면서 박탈을 하겠죠. 뭐 한국 행정가들의 행동을 보면 박탈당하는 게 오히려 낫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종묘 남산 녹지축을 만들겠다면서 세운상가 건물 하나 하나 허물 계획을 세웁니다. 계획은 누구나 할 수 있죠. 문제는 상인들과 건물주들을 설득하고 보상을 하는 문제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상인이자 건물주인 분들은 재개발 거의 다 반대합니다. 그래서 전통 시장 끼고 있는 곳은 재개발이 어렵다고 하잖아요. 장사 잘하고 있는데 재개발을 하면 상권 붕괴에 다시 상가 지역 만든다고 해도 그게 전통시장의 돌려놓지 못합니다.
허름하고 낡았다고요? 그래서 새 건물에 새 상가들 넣는다고요? 허름하고 낡아서 저렴한 임대료를 바탕으로 시장 신선식품들이 싼 건데요? 그래서 상인들은 내가 편하면 된 거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냄새나고 낡았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동생이 20년 넘은 제가 사는 아파트 인테리어 좀 하라는 소리를 명절 때마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한마디 합니다.
"남 보여주려고 인테리어를 하냐? 내 살기 편하면 된 거지 쓸데없는데 왜 돈을 써"
오세훈 시장은 그런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은 세운상가 맨 앞에 있는 현대아파트를 1천억에 매입하고 초록띠 공원을 만듭니다. 이 공간이 1천억 짜리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충무로까지 가려면 최소 1조에서 2조 이상이 들어갈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밀고 더 높은 주상복합 건물을 세우는 게 아닌 공원으로 만들기에 그냥 투입만 해야 합니다.
이런 무리한 계획은 중고 무상급식 반대를 외치면서 시장직을 걸고 서울시민 투표에 붙였다가 투표율 미비로 2011년 스스로 서울시장에서 물러납니다. 코미디죠. 그 자리에 박원순 시장이 새로운 서울시장으로 들어옵니다.
세운상가를 리모델링한 박원순 시장. 공중 보행로를 놓다
세운상가는 앞부분만 사라진채 방치되다가 박원순 시장이 세운상가를 리모델링합니다. 리모델링은 크게 2가지로 세운상가 옥상 개방과 세운상가에서 진양상가까지 이어지는 공중 보행로입니다.
세운상가 옥상 가보셨어요? 단언컨대 서울에서 가장 야경 보기 좋은 곳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을지로, 종로 일대의 저층 및 고층 빌딩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야경이 멋진 이유는 저층, 고층이 아주 조화롭게 이어졌다는 겁니다. 명동 일대의 고층 빌딩과 청계천 주변의 5층 이하 낡은 건물이 있기에 중경, 원경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죠. 그런데 이 풍경에 이런 건물이 생기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바로 저런 고층 빌딩이요. 을지로에 세워진 건물인데 너무 거대하고 우람해서 마치 성벽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게 이전의 풍경입니다. 보시면 사진 하단에 낡고 허름한 건물들이 가득 보입니다.
이 낡고 저층의 건물들은 주로 철공소나 전자, 조명 부품 판매상가 및 다양한 공구 상가들이 있습니다.
이걸 무척 부끄러워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21세기에 어떻게 도심 한가운데 슬레이트 지붕에 곧 쓰러질 것 같은 곳들이 있냐고 한탄을 합니다. 그런데 이 공간을 잘 아는 분들은 그걸 오히려 좋아합니다.
핫플레이스인 익선동 한옥들입니다. 여기 보세요. 다 낡았어요. 걷기도 불편한 정도고요. 그런데 보세요. 사람들 미어 터집니다. 왜 이런 낡고 허름한 곳에 사람들이 몰려 들겠어요. 낡았다가 다 지우고 닦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은 권력을 가지잖아요? 그럼 볼품없고 건물주만 좋아하는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임대딱지 나부끼게 되죠.
청계천 일대는 인쇄소, 철공소, 금형 제작소, 공구상가 등등 물건을 만드는 기초 재료들을 만들어주는 곳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물건을 만들거나 제작을 할 때나 중소기업인들이 한 곳에서 물건 제작을 의뢰하고 인쇄물까지 다 의뢰하고 찾아보고 조언을 듣습니다. 한 곳에서 다양한 상가들이 있어서 제조 메카라고 불리었죠. 그래서 청계천에서 인공위성도 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는 소리가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좀 세련된 말로 말하면 이 청계천 일대를 클러스트라고 합니다.
네 맞아요. 낡았죠. 너무 낡았어요. 위험스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곳만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또한 골목도 많아서 골목 여행하기도 좋고 구경하기도 좋습니다. 물론 보수는 해야 하고 부분 정비는 필요합니다. 다만 새로운 건물은 5층 이하, 가능하면 3층 이하 건물로 지어서 서서히 보수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이 클러스트가 파괴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박원순 시장은 을지로 일대를 복원하겠다면서 100년 가게니 뭐니 하면서 보존, 보존을 외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최근에 재개발이 시작된 예장동 세운 4구역은 이미 이렇게 분쇄되고 있습니다.
세운상가 뒤에 올라가는 저 건물 보세요. 저거 박원순 시장 시절 허가가 나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개발 과정은 잘 모르겠지만 서울시가 개발해라 마라로 땅주인, 건물주인들의 재산권을 막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다만 개발은 저도 반대하지 않지만 청계, 세운 클러스트의 파괴는 막아줬으면 합니다.
박원순 시장은 세운상가 리모델링을 하면서 옥상을 개방했고 공중 보행로도 만들었습니다. 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까지 3층 높이의 육교 같은 것을 만들었습니다. 이미 세운상가, 대림상가는 테라스 같은 공간이 있었기에 그 상가 사이만 연결해주면 됐습니다. 격세지감이죠. 이 테라스 같은 공간은 80년대 성인 비디오 팔던 곳인데요. 지금은 20,30대들의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진양상가나 호텔 PJ, 신성상가는 테라스 공간이 없습니다. 이곳은 아예 새로 공중 보행로를 놓았네요. 이 공중 보행로는 5년 동안 진행된 공사로 드디어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2022년 5월 하순 현재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네요.
이 공중 보행로 얼마나 들어갔을까요?
신기하게도 오세훈이 공중에 날린 초록띠공원 건립비용인 1천억과 동일합니다. 오세훈 시장은 1천억으로 1천억짜리 논을 만들었다고 비판받는 초록띠공원, 박원순 시장은 1천억으로 공중보행로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공중보행로 만들어달라고 주변 상인들이나 시민들이 요청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자기가 좋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이죠.
그 도시재생이라는 목표로 한 1천억을 들여서 공중보행로를 만들었습니다. 그럼 주변 상인들은 좋아할까요?
딱히 환영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세운, 청계 클러스트는 일반인들이 왔다 갔다 하기보다는 도매상이라서 주로 업자들을 상대로 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20,30대 분들이 지나다면서 고무패킹을 사고 건축, 전기 재료 사러 오겠어요. 공중 보행로에 생긴 핫한 상점이나 카페, 음식점만 들리죠. 이에 상인들은 소음과 쓰레기만 늘었다고 불평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어쨌거나 개통을 앞두고 있으니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정착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공중보행로 공중분해될 예정입니다.
세운 공중보행로 공중분해시킬 예정인 오세훈 시장
미리 말하지만 전 오세훈 현 시장도 아주 싫어하지만 박원순 시장도 참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두 서울 시장을 더 싫어하게 할 일이 터졌네요. 오세훈 현 시장은 세운공중보행로를 돌아보면서 시종일관 쓴소리를 내뱉더군요. 유튜브 채널 오세훈 TV에 보면 공중보행로 보면서 비판을 엄청 하더라고요.
뭐 맘에 들지 않겠죠. 초록띠공원의 꿈이 있는 분인데요. 종묘에서 남산까지, 종묘에서 남산까지! 녹지축 만들어야 하는데요. 하지만 2010년과 지금은 다릅니다. 물가도 올라고 개발하려면 최소 2조 아니 수조 원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물론 용적률 올려서 개발비 회수하면 되고 돈은 안 들어갈 수 있지만 을지로가 강남화 되면 그게 좋은 개발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개발이 어렵다고 판단했는데 오늘 뉴스를 보니 한다네요. 다시 한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종묘~퇴계로 일대 세운지구 44만 제곱미터를 재정비하겠다면서 아래 이미지를 공개했습니다.
2005년 개발도와 거의 동일합니다. 다른 점은 위 이미지는 퇴계로에서 종묘를 보는 이미지네요. 가운데 긴 선형 공원이 생겼네요. 유현준 교수가 좋아하는 선형 공원이요. 가르마 같은 선형 공원을 보면서 그럼 세운상가는?이라는 생각에 기사를 보니 싹 밀어 버린답니다.
그럼 이건 날아가는 거네요? 세운 공중보행로는 삭제됩니다. 아니 지금 공사 마무리하는데 바로 날려 버린다고요? 1천억이 누구집 강아지 이름입니까? 뭔 행정이 이따위입니까? 시장 바뀌면 확확 바뀌는 게 행정이에요? 무슨 개발이 전등 스위치예요? 올리고 끄고 하게. 전임 시장 행정이 마음에 안 들어서 연속성으로 가지고 단계적으로 해야죠.
와~ 내가 낸 세금이 저렇게 허투루 쓴다는 것에 분노가 치미네요. 아니 그렇게 돈이 남아돌면 서울 변두리 지역에 공원 좀 만들어주지 왜 세운상가 일대만 세금 투입합니까? 지금 가산 3단지는 교통의 섬이라고 아우성입니다. 도로 확충도 안 하고 난개발을 하고 있어서 많은 직장인들이 매일 고통받고 있고 그래서 교통 대책 마련해 달라고 해도 돈이 없다고 방치하고 있잖아요.
이런 행정을 하는 사람들이 서울시장을 하니 서울시가 계속 못생겨지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저 건물들이 한 건물주가 다 가지고 있다면 쉽겠죠. 그러나 건물주가 수백, 수천 명이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당장 허물지는 않고 5년 안에 결정이 안 나면 그냥 조감도에서 끝나겠죠. 그럼에도 시장 바뀔 때마다 행정이 달라지고 수천억 공사가 공중분해되는 것이 옳은 일인가요?
그래서 전 지방선거는 교육감 선거처럼 정당과 상관없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에 살지만 좌나 우나 감정적으로 행정을 하고 문제가 있으면 수정을 하면서 고쳐가야지 자기 고집만 피우는 행정가들이 계속 서울 시장하는 게 참 지긋지긋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