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유사 과학인 혈액형 성격 테스트의 신버전이 된 듯한 MBTI

썬도그 2022. 3. 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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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지나가다가 나의 MBTI를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의 MBTI는 뭔데요라고 되묻습니다. 그럼 자기 MBTI를 말하거나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도 대답하죠. 내 MBTI 몰라요라는 말을 하면 대충 눈치를 깠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MBTI 테스트가 유행입니다. 마이어-브릭스 유형 지표(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어로 한 때 제가 참 좋아했던 심리학을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사람 마음 속을 알고 싶어 하는 강력한 욕망이 만든 심리학

인간이 인간의 심리에 대한 궁금증은 태고적부터 있었습니다. 우리 마음속의 진짜 모습을 찾고자 하는 욕망은 우주 탐구 욕망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 심리학이 발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프로이트'와 '칼 융'이 활동한 19세기 후반 경입니다. 이 시기는 인류가 과학이 발달하면서 혁신적인 기술과 과학과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 결과는 현대까지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는 영혼이 심장이 아닌 머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영혼의 과학인 정신을 분석하고 심리학을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의 정신을 분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많은 정신과학이 발달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속 마음을 알고 싶어하는 나이대인 20대 초반에 심리에 대한 책을 많이 접하게 되고 그때 많이 읽는 책이 '프로이트'나 '칼 융'의 책을 참 많이 읽고 저도 많이 읽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정신에 대한 이야기가 현재의 내 삶에 큰 도움이나 영향을 줬냐? 거의 없습니다. 그냥 당시에는 다른 사람의 마음속을 알고 싶어서 읽었는데 지금은 궁금하면 직접 물어봅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는게 더 좋고 빠르다는 걸 알게 되다

사람 마음 속을 알고 싶어 하는 시기에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나 칼 융의 책을 읽으면 세상 모든 사람의 심리와 행동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럴리는 절대로 없습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고 이름이 다르고 일란성쌍둥이도 같은 집에서 나고 자라고 이름도 얼굴도 비슷한데 성격이 다른데 어떻게 책 몇 권 읽었다고 세상 사람들 마음을 알겠어요. 

내 마음도 내가 모르는데 하물며 남의 마음 속을 어떻게 압니까? 문제는 알 수 있다는 그 태도가 문제죠. 
그래서 그 책들을 읽을 시간에 사람 마음 속을마음속을 열 수 있는 대화법 책을 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을 들키지 않게 하려는 방어기제가 있습니다. 터 놓고 말하는 친구 사이라면 방어기제가 필요 없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이나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 속내를 드러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방의 방어기제가 무너지게 하는 뛰어난 언변으로 사람 상처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들어가는 방법을 배우는 게 정신분석이니 심리학 책을 읽고 파악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정확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 대유행이던 과학 빙자 미신인 혈액형별 성격테스트

 아직도 기억나네요. 한 신입 직원이 입사해서 회식을 했는데 술이 도착하기 전에 제 혈액형을 물어보더라고요. 대충 예상은 했습니다. 혈액형별 성격 테스트를 꺼내려는 모습으로 느껴져서 바로 미남형이라고 했더니 웃고 넘어갔습니다. 다른 직원들에게 다 혈액형 물어보는 모습에 왜 사람들은 혈액형으로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질까 궁금했습니다.

물론 심심풀이로 했겠죠. 그런데 그걸 미신을 넘어 과학적 결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세상에 사람들을 꼴랑 4개의 성격으로 분류할 수 있겠어요. 이 혈액형으로 사람 성격을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냥 웃고 넘어가기 어려운 것이 나치의 우생학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DNA 중에는 우성이 있고 열성이 있다는 헛소리인데 이 우생학을 나치가 이용해서 인종말살정책을 확고하게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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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A형은 전투에 적합한 성격이라서 전투병으로 착출 하기도 했고요. DNA에 우성이 있고 열성이 있는데 열성 DNA를 가진 민족이나 사람은 아예 태어나지 못하게 하자는 놀라운 생각을 지닌 것이 우생학입니다. 당연히 A형이 전투를 잘하지는 않죠. 그렇게 우생학은 나치의 멸망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이게 음악의 어머니니 음악의 아버지니 하는 조어 강국 일본에 들어가서는 갑자기 혈액형별 성격 테스트가 태어납니다. 마치 과학적인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근거 절대 없는 성격테스트가 바로 혈액형별 성격 테스트입니다. 문제는 이게 심심풀이로 하면 큰 상관이 없는데 이걸 마치 사람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때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한때 특정 혈액형은 피해야 한다 성격 더럽다 식으로 낙인을 찍었죠. 이게 뭐예요? 21세기에 사는 사람들이 혈액형으로 사람 판단하고요. 얼마나 심했는지 2004년에 이동건 주연의 'B형 남자친구'라는 영화까지 나옵니다. 이 혈액형별 성격 테스트를 믿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는 비판이 들끓자 겨우 겨우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요즘 또다시 말썽이 되고 있는 것이 MBTI입니다. 

특정 MBTI는 입사 금지시킨다? 혈액형별 테스트가 부활하다

여러분들이 SNS 특히 페이스북에서 한 MBTI 테스트는 정식 MBTI 테스트가 아닙니다. 유사 MBTI 테스트입니다. MBTI 테스트가 정확한지 아닌지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이게 비과학이라고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 파악하는데 약간의 도움이 된다면 그대로도 가치가 있으니까요. 

문제는 참고 자료를 가지고 확신을 가지고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최근에 한 업체가 특정 MBTI는 입사 거부를 했다는 뉴스에 갈 때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물론 직업과 성격이 궁합이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성격이 있죠. 영업사원인데 내성적이다? 그럼 영업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이라는 것이 그걸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성적이라서 떠벌리지 못하고 활기차게 말하지 못하지만 차분하고 침착하게 차근차근 말해서 설득하는 능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치 영업은 외향적 성격만 할 수 있고 내성적인 사람은 내근직이나 해야 한다는 편견을 그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겁니다. 그전에 내 성격을 내가 잘 알기에 자기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고 직종을 선택하죠. 

더 큰 문제는 내성적인 성격을 잘못된 성격, 고쳐야 할 성격으로 강요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외향적 성격은 옳고 따라야 하고 내성적인 틀렸고 고쳐야 하는 성격이라는 생각 자체가 틀린 생각입니다 서로 장점 단점이 있고 우리 인간은 문제가 있으면 수정하는 능력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성적인 사람이 외부 활동할 때는 활달하고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해서 사람들이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집에서는 외부 활동의 피곤함에 충전 시간을 오래 갖는 내향적인 성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MBTI 테스트를 할 때 사람들이 제대로 테스트를 당할까요? 자기 성격과 자기가 원하는 성격 구분도 제대로 못하고 까칠한 성격, 삐딱한 성격이라고 폄하하는 달리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테스트 용지를 보고 날 파악하려는구나 하고 엉뚱한 곳에 체크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같은 테스트도 그 사람의 상황이나 몸 상태나 기분에 따라서 체크 항목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정확도가 떨어지는 테스트를 가지고 한 사람을 평가한다? 이게 21세기 우생학이지 뭐예요. 물론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이걸 맹신하는 태도는 미신을 보고 과학이라고 우기는 꼴입니다. 

MBTI 강국 코리아. 미신적 사고는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 인사말처럼 MBTI를 묻는 사람들이 늘면서 한국은 유사 과학 또는 신빙성이 높지 않은 테스트, 참고 자료로만 활용할 수 있는 테스트를 너무 맹신하는 태도는 문제가 많습니다. 혈액형별 성격 테스트와 MBTI는 좀 다르고 MBTI는 많은 검증과 수정을 통해서 변하기 때문에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자체는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권장하고 싶습니다. 다만 참고만 해야 할 것을 입사 금지를 시키는 건 나치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그리고 MBTI 테스트 안 해도 나이 30살 넘어가면 자기 주관, 취향, 성격, 성향 자기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잘 몰라도 주변 친구들이 말해주잖아요. 자신의 행동을 자기가 돌아보면 자기 성격, 성향 잘 알잖아요. 심리학이 별거인가요? 자신의 행동을 통해서 마음 상태를 되짚어 보는 학문인데요. 

그리고 성격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성격은 그냥 부딪히고 대화를 하다 보면 알 수 있죠. 사무적 관계는 성격 대신 결과나 이익 관계로만 이어지기에 알 필요도 없지만 친구나 식구나 지인들은 그냥 말하다 보면 느낄 수 있고 자기가 자신을 잘 설명하잖아요. 뭔 그리 남의 성격을 알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런 경우는 있죠.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을 알면 그 사람이 말하는 화법이나 행동 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죠. 그럴 때는 MBTI가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만 편견을 만드는 MBTI는 전 절대 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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