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책서평

X 세대의 소비만 조명한 영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 마케팅 책

썬도그 2021. 5. 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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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를 어떻게 정의할까요? 먼저 나이로 정의할 수 있겠죠. 소설가 김연수의 책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담겨 있습니다. 

마광수 교수가 1991년 발표한 '즐거운 사라'로 구속된 것도,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라고 노래한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한 것도 바로 1992년의 일이었다. 1991년 5월 이전까지만 해도 대뇌의 언어로 말하던 사람들이 1992년부터 모두 성기의 언어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중에서 일부 발췌>

한국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한국은 1992년 기점으로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1991년까지만 해도 전국 대학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최루탄 냄새가 가득하고 연일 시위가 전국 대학교에서 가득했습니다. 

그러다 1992년 시위가 잦아들었습니다. 여전히 대학생들의 시위가 많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표되는 서양 흑인 음악과 미국 문화에 물든 신세대가 등장합니다. 1992년 이후 한국은 이념의 시대에서 쾌락을 죄악시하지 않는 

"난 나야, 난 소중하니까"라는 새로운 이념을 가진 20대가 등장합니다. 그들이 바로 X세대입니다. 
이 X세대는 미국의 1950년대 비트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고 60년대 히피족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먹고 사는 것이 어느 정도 해결되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좀 더 자유롭게 하는 풍요 속에 태어난 진보주의자들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입고 다니면 좋거든요"라는 자존감 넘치는 말을 하죠. 

사람이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면 개성을 찾습니다. 붕어빵 찍어내듯 찍어낸 공산품을 버리고 나만 가지고 있는 개성 넘치는 소비재를 좋아하고 생각도 남과 다른 생각이 조금씩 허용되었죠. 그러나 IMF라는 채찍을 맞고 X 세대는 개성을 접고 숨기고 세상에 순응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X 세대 습속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세대가 X 세대인 40대입니다. 
X 세대는 넓게는 1968년부터 1979년까지 보는 분들이 많지만 대략적으로 2021년 현재 40대와 50대 초반에 걸친 사람들을 X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허리이자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세대이자 MZ 세대 중에 Z 세대를 자녀로 둔 세대입니다. 이 X 세대를 분석한 책이 나와서 냉큼 읽어 봤습니다. 

X세대를 소재로 한 영 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

요즘 온통 MZ 세대 이야기만 합니다. 밀레니엄 세대에 Z 세대를 섞어서 MZ라고 하죠. 현재의 20,30대들을 MZ 세대라고 부릅니다. 이들이 꼰대라고 부르는 세대가 X 세대와 그 윗세대인 세대를 구분하는 이름도 없는 현재의 50대 이상입니다. 

MZ 세대를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마케터들입니다. 그들의 트랜드를 알아야 미리 길목에 기다렸다가 MZ 세대의 지갑을 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장 소비력이 좋고 재력이 좋은 세대는 X 세대입니다. 이 X 세대에 대한 통찰이 가득한 것 같아서 집어 들었는데 

저자가 1983년생입니다. 저자 이선미 스스로 X세대라고 하기엔 다소 어리고 밀레니얼이기엔 좀 나이가 있는 나이입니다. X세대는 좁게는 70~75~6년 이 사이를 말합니다. IMF가 터진 1998년 이전의 1991~1997년 사이의 경제 호황기 시절에 20대를 보낸 사람들을 말하는데 저자는 좀 나이가 어립니다. 

이왕이면 X세대의 정중앙이자 현재 가장 활동량이 많은 1972~1976년 생의 진솔하고 핵심적이고 통찰 넘치는 글이 담기면 좋을 텐데 이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저자라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책이라는 것이 자신의 경험만 적는 수필일 필요 없습니다. 모르면 물어보고 좋은 인터뷰를 통해서 그 시절의 공기를 잘 담으면 됩니다. 또한 X 세대의 20대 시절과 40 대인 지금의 생각 차이를 통해서 과거의 40대와 X세대의 40대의 차이를 담으면 딱 좋죠. 

그러나 이건 내 바람일 뿐 이 책은 제가 예상한 X세대들의 생각 방정식과 세상을 보는 관점을 다루기는 하는데 초반에 대충 다루고 후반은 온통 마케팅 이야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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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상한 책은 아니였습니다. X세대가 바라보는 시선이나 세상을 담은 것이 아닌 40대들에 관련된 기사나 통계 자료를 가지고 X세대가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걸 많이 사고 이런 트렌드가 있다는 식으로 40대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정리해 놓은 수준의 책입니다. 이런 글이라면 그냥 현재의 40대들의 소비 트랜드를 검색하면 다 나오는 내용들입니다. 

따라서 책 자체가 좋다고 느껴지지 않고 후반에는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가 많아서 대충 읽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다시 봤습니다. 제목이 X세대가 돌아온다는 부제이고 실제 제목은 영포티 즉 젊게 사는 40대들의 이야기네요. 

그렇다고 이 책이 무쓸모냐? 그건 아닙니다. 40대를 제외한 특히 꼰대라고 손가락질 하는 20,30대들이 왜 40대들은 저럴까 궁금할 때 읽으면 좋습니다. 

책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이자 가장 좋았던 점은 현재의 40대들은 역사상 최초로 아랫사람의 눈치를 보는 세대라는 겁니다. 저 또한 꼰대가 되기 싫어해서 항상 내 행동을 체크하고 가끔 20,30대들 에게 물어보면서 꼰대가 아닌지 체크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50대 중후반 세대들은 아랫사람 눈치 보던 세대가 아닙니다. 

제 초년생 때는 사회생활은 군대 생활의 연장이었습니다. 윗사람들이요? 아랫사람이 꼰대라고 부르건 뭐라고 하건 신경 조차 안 썼습니다. 군말이 있어도 군말을 하지 않고 까라면 까던 병영 사회였어요. 그러나 지금 40대들은 최소 눈치는 보잖아요. 물론 이런 말 하는 자체도 꼰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에도 아랫사람들을 배려하는 최초의 세대가 X세대라는 말은 솔깃하네요. 

X세대가 아닌 현재 40대의 소비 마케팅을 위한 책 영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

책 초기에 현재 성공한 X세대들의 이야기가 주야장천 나옵니다. 40대 중에 성공한 CEO와 연예인들 많죠. 그런데 10년 전에도 성공한 40대들 많았습니다. 그냥 성공한 40대 이야기를 주야장천 하기에 호구 조사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 전체가 이런 기조입니다. 

그리고 다시 저자의 경력을 봤죠. 마케터 출신이네요. 그렇다면 차라리 이 책은 현재 40대 소비자들을 위한 마케팅 책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제가 오해한 것이 컸지만 책 제목의 예상과 달리 온통 돈 많은 40대들의 소비 트렌드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소비력 좋고 진보적인 40대들의 마음속을 이해하는 책이 아닌 그들이 뭘 좋아하고 뭘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보입니다. 

뒤에는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대충 넘기고 덮었습니다. 제가 원하던 책은 아니네요. 다만 40대들의 소비 성향과 그들의 삶을 귀동냥 하고 싶을 용도로는 괜찮습니다. 다만 여러 정보를 짜깁기 한 느낌입니다. 물론 책들이 정리만 잘해도 잘 팔리고 그것도 좋은 책이긴 합니다만 평소에 40대에 관심 많거나 40대 분들은 크게 추천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책은 마케팅 책이기에 마케팅에 관심 많은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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