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려다 빡친 이야기 feat 환경부!
가스 점검하는 분이 아파트 보일러실 문을 열어 보더니 배관에 내열 실리콘이 안 발라져 있다고 지적을 합니다. 이 내열 실리콘을 배관에 발라줘야 일산화탄소가 나와서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고3 학생들이 시험 끝난 후에 강원도 펜션으로 놀러 갔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원인이 콘덴싱 보일러 배관을 제대로 결합하지도 않고 배관 사이를 내열 실리콘으로 마무리하지 않아서 터진 사건이죠.
이후 지금은 내열 실리콘과 배관을 아주 잘 처리해야 합니다. 이런 지적을 받고 인터넷으로 내열 실리콘을 주문해서 바르려고 했는데 보일러실이 물바다가 되어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보일러 뚜껑을 열어보니 보충수를 담고 있는 물탱크에 물이 꽉 차서 밑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더라고요.
보일러를 뜯어보긴 처음이고 보일러가 2002년에 설치된 것도 뜯으면서 알았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보일러 수명이 10~15년이라고 하니 오래 사용했긴 했네요. 교체까지 생각을 하려다가 혹시 간단한 문제라면 굳이 돈을 쓸 필요가 있나 하고 일단 기사님을 불렀습니다. 참고로 기사분은 롯데 보일러 전문 기사님이 아니고 그냥 여러 보일러 다 보시더라고요.
보일러를 열어보니 생각보다 단순한 구조입니다. 왼쪽에 가스가 나오는 버너가 있고 그 버너로 데워진 물이 모터를 통해 돌아갑니다. 기사 분은 보더니 열교환기와 주변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면서 교체비 13만 원을 불렀습니다. 좀 비싼 가격이긴 한데 13만 원을 들여서 고칠까 새로 살까 고민을 하면서 출장비 1만 8천 원을 달라고 하네요. 요즘은 출장비가 정해져 있는데 다른 곳도 출장비 1만 8천 원 정도 하더라고요.
당연히 드려야 하는 돈입니다. 요즘은 인식이 바뀌어서 뭐가 좀 안 되면 A/S 기사님을 마구 불렀는데 그거 다 인건비거든요. 무상 A/S는 당연히 무료지만 유상 기간에는 고치지 못해도 출장비는 기본으로 줘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IPTV 인터넷 설치할 때도 설치비를 따로 받고 있습니다. A/S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겠죠.
콘덴싱 가스보일러의 결정적인 단점!
페이스북에 어떤 보일러가 좋은지 물어보니 대부분은 경동 나비엔을 추천하네요. 그렇게 브랜드를 정하고 나서 보일러 종류를 찾아봤습니다. 가정용 보일러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콘덴싱 보일러와 일반 보일러가 있습니다.
요즘 많이 광고하는 콘덴싱 가스보일러는 차가운 물을 잠열 열교환기로 온수로 만들고 버너로 가열된 뜨거운 온도로 2번 가열합니다. 따라서 온수를 잠열 열교환기로 1차 가열하고 버너로 2차 가열해서 뜨거운 온수로 올리기에 열효율이 좋습니다.
반면 일반 보일려는 찬물이 들어오면 열교환기에서 뜨거운 물로 데워주고 바로 내보냅니다. 잠열 열교환기가 없어서 열효율이 높지 못합니다.
콘덴싱 보일러는 배기가스가 45도 내외의 저온의 배기가스가 배출되는데 이 저온 배기가스와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20ppm 이하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무척 적습니다. 열효율도 높고 미세먼지도 덜 배출해서 정부와 지자체 특히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광고에서 우리 아빠가 지구를 지킨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죠.
저도 당연히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콘덴싱 보일러 장점, 단점을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콘덴싱 보일러의 결정적이자 거대한 단점이 있네요.
보시면 콘덴싱 보일러는 응축수가 나옵니다. 바닥으로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이건 이 콘덴싱 보일러의 문제입니다. 그럼 이 뚝뚝 떨어지는 물을 어떻게 하냐 양동이에 받아서 하루에 1번 버리면 되냐? 아닙니다. 배수구로 버려야 합니다.
기사님에게 콘덴싱 보일러 설치하고 싶어서 가격을 물어봤는데 기사님은 이 집은 콘덴싱 보일러 설치할 수 없다면서 일반 보일러 설치하라고 하네요. 이에 콘덴싱 보일러가 의무 설치 아니냐고 했는데 초기에는 그랬다가 현실을 모르고 한 행정이고 배수구가 없는 집들은 어떻게 하냐고 항의를 많이 하니 현재는 일반 보일러 중에 저녹스 보일러를 설치하면 된다고 하네요.
저녹스는 또 뭐야!!!
천공 작업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하니 기사님 왈~~~ 배수관 설치해서 배수구까지 응축수 흘려보낼 수는 있는데 겨울에 배관이 얼어서 동파 사고도 나고 누수 사고도 난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지난 1월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던 날 즈음 아파트 1층 베란다 배관이 얼어서 동파 사고가 났습니다.
방송으로 관리소장님이 제발 좀 앞, 뒤 베란다 모두 세탁기 돌리지 말고 물 내려 보내지 말라고 하소연을 하고 읍소를 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뒷베란다 배수구로 응축수를 흘려보내는 건 문제가 아주 크죠.
blog.naver.com/jeffrey001/222166485084
이 글을 보면 응축수가 그냥 맹물이 아닌 누런 산성의 물이라서 금속 배관은 녹이 슬 수 있다고 합니다. 이래서 요즘 콘덴싱 보일러 설치하고 후회한다는 분들이 많고 콘덴싱 보일러 누수로 검색하면 많은 글들이 올라옵니다. 최신 아파트나 빌라나 배수관이 보일러 근처에 있지 구형 아파트 주택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나 지자체는 천공 작업을 해서라도 설치하라고 권유를 넘어 강요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보일러에게 주는 정부 보조금 20만원, 콘덴싱 보일러만 준다?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기사님이 말한 저녹스 보일러가 뭔가 찾아봤습니다. 저녹스는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줄여주는 보일러입니다.
몇 년 전에 미국 나사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미세먼지 측정이 가능한 특수 항공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웠습니다. 약 1달 간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한반도 상공의 미세먼지를 분석해 봤는데 미세먼지 원인이 중국 34%, 한국 52%로 나왔습니다.
이 결과에 우리는 당혹했습니다. 당연히 중국 서해에 있는 공장에서 배출한 미세먼지가 한국으로 넘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한국 자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공해물질도 많았습니다.
그럼 우리 한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원인을 찾아보니 놀랍게도 가정용 보일러가 39%로 1위였습니다. 그다음이 경유 자동차 같은 자동차가 2%였습니다. 경유 자동차는 언젠간 사라져야 할 자동차이고 점점 줄여가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더 급한 건 노후 보일러, 일반 보일러들입니다. 노후 보일러는 콘텐싱 보일러에 비해서 무려 8배나 더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합니다.
이에 정부는 심각성을 깨닫고 가정용 보일러를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라고 권유를 넘어서 강제화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헛갈리기 시작합니다. 친환경 보일러 = 콘덴싱 보일러라고 생각했는데 저희 집 같이 콘덴싱 보일러가 설치가 안 되는 집은 천상 일반 보일러 설치해야 합니다. 일반 보일러는 설치가 불법인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죠? 벽 뚫고 콘덴싱 보일러를 무조건 설치해야 합니까?
친환경 보일러는 2개가 있습니다. 콘덴싱 보일러는 당연히 친환경이고 최근에는 일반 보일러도 질소산화물이라고 하는 NOx(녹스)를 줄여주는 저녹스 일반 보일러가 나왔습니다. 질소산화물 배출량만 보면 콘덴싱이나 저녹스 일반 보일러나 동일합니다. 일산화탄소량도 비슷하거나 약간 더 많습니다. 에너지 효율은 콘덴싱을 구조적 이유로 따라갈 수 없지만 83%면 꽤 높습니다.
그럼 친환경 보일러인 저녹스 일반 보일러도 보조금을 당연히 주겠지 하고 검색을 해도 저녹스 보일러, 콘덴싱 보일러, 친환경 보일러를 섞어 쓰다 보니 어디도 쉽게 설명된 글을 보지 못했습니다.
서울시 공문까지 찾아봤습니다. 서울시는 1월부터 예산 소진 시까지 친환경 보일러 설치하면 20만 원을 지원하고 저소득층은 60만 원까지 지원한다고 합니다. 여기 보면 친환경 보일러로 되어 있죠. 희망을 가지고 지원 가능한 보일러 모델을 봤습니다.
경동나비엔은 무려 106개나 주네요. 친환경 인증 모델이 저리 많습니다. 그런데 친환경 저녹스 일반 보일러는 없습니다. 일반 보일러는 NGB로 시작되는데 모두 콘덴싱 보일러인 NCB입니다.
콘덴싱 보일러는 20만 원 보조금 주지만 일반 보일러는 안 줍니다. 아니 미세먼지 줄이는 것이 당장 시급하다면 현실에 맞게 저같이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기 어려운 집이나 문제가 되는 집은 미세먼지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저녹스 일반 보일러 설치도 보조금을 줘야 빨리 교체하려고 하죠.
그런데 저녹스 일반 가스보일러도 질소산화물 배출이 콘덴싱과 동일한데 안 줍니다. 미세먼지 원인물질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현실에 맞게 콘덴싱 보일러 설치가 안 되는 곳은 일반 저녹스 친환경 보일러도 줘야 하는데 안 줍니다.
제가 이 친환경 보일러 보조금 조사하면서 이상했던 것이 보조금 20만 원을 주는데도 저 예산을 다 사용하는 게 1월이나 2월이 아닌 무려 11월에 다 소진된다고 합니다. 왜 신청들을 안 하나 했는데 고장이 안 나서 안 하는 것도 있지만 고장이 나도 콘덴싱 보일러 설치가 안 되는 집들이 많아서 신청을 안 하나 봅니다.
물론 저녹스 일반 보일러는 설치 의무입니다. 다만 같은 친환경 보일러임에도 보조금은 0원입니다.
또 열 받았던 것은 용어부터 정리를 해줬으면 합니다. 저녹스(콘덴싱) 보일러라는 글이 많은데 이건 틀린 말입니다. 콘덴싱은 보일러 구조이고 저녹스는 콘덴싱 보일러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이게 맞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콘덴싱 보일러 말고 일반 보일러도 저녹스 기능이 들어가면서 저녹스 = 콘덴싱이 아닙니다.
이러다 보니 2019년 1월 현재 친환경 보일러 설치율은 0.4%였습니다. 이러니 올라가지 않죠.
현실을 모르는 무능한 환경부!
2020년 4월부터 환경부는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했습니다. 그러나 콘덴싱 보일러 설치가 안 되는 집들이 많다고 항의하자 한발 물러서서 저녹스 일반 보일러까지 허용했습니다. 대신 설치 보조금 없습니다.
아니 둘 다 친환경인데 문제도 많고 설치도 어려운 콘덴싱 보일러만 보조금을 주고 왜 일반 저녹스 친환경 보일러는 안 줄까요? 이런 이유로 친환경 저녹스 보일러 설치가 늦어지자 2019년 연말 국정감사에서 환경부 장관에게 현실을 모르는 행정이라고 지적하자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일반 저녹스 친환경 보일러에도 보조금 지원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지만 검토만 했네요.
현실을 모르고 하는 행정가들이 너무 많은 나라입니다. 어디 LH만 부패하고 무능하겠습니까? 대한민국 공무원 중에 무능한 행정 하는 공무원이 너무 많습니다. 현실을 살펴보고 목적에 부합하면 빨리 손을 봐야죠.
다시 말하지만 콘덴싱 보일러 알아보시는 분들 콘덴싱 보일러 응축수 배출해야 하고 설치 까다로우니 잘 알아보시고 설치하세요. 친환경에 열효율이 좋지만 응축수로 인한 말썽과 고생이 많은 보일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