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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스마트폰이 인간의 관찰력을 갉아 먹는다

by 썬도그 2011.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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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드디어 스마트폰을 개통했습니다. 하지만 한달짜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개통한 스마트폰이 옵티머스2X인데  체험단이라서 한달 후에 회수해 갈지도 모릅니다.  하루종일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이미 아이팟터치로 이 앱 세계를 경험해 봤기에 크게 거부감이 없더군요

하지만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습관은 단 하루만에 몸에 착 달라 붙었습니다. 
그전에는 DMB 볼때는 삼성옙 MP3플레이어, 인터넷이나 위치확인 혹은 070 모바일 사용 할때는 아이팟터치,  전화를 받을 때는 휴대폰을 사용했기에 항상 외출시에는 3개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거기에 스냅사진이라도 담을려면  컴팩트 카메라까지 넣어야 했죠

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것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스마트폰의 위력이죠. 손안의 PC가 모든 기기를 집어 삼켰습니다.

인사동에 가서 길이 헤깔리면 바로 지도로 확인하고  전시회정보를 모르면 바로바로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책을 읽다가 궁금하게 있다면 바로 음성검색하는 모습. 참 편리한 세상입니다

이 편리함을 가져다준  스마트폰,
하지만 전 오늘 좀 다른 시각으로 이 스마트폰을 바라볼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안티는 아니고 삶의 입장에서  스마트폰이 가져온 삶의 변화를 말하고 싶습니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그리스시대에는 종이가 없었습니다. 뭐 기록도구들은 있었지만 가격도 그렇고 편리하지도 않았죠
그 시대에는  한권의 책 분량을 사람들이 줄줄줄 외웠습니다.  그때의 기억력은 현대인의 기억력을 뛰어 넘었습니다.
하지만  책이 발명되고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기억력이 쇠퇴해갑니다.  조금이라고 긴 내용이면 책에 적어놓습니다.

이렇게 책은 인간의 기억력을 떨어트렸죠. 하지만 책은 집중력을 가져왔습니다. 책을 읽을려면 집중을 해야 합니다. 책 읽으면서 채팅하고  게임하고 음악듣고 하는게 쉬운게 아닙니다. 음악도 시끄러운 음악은 책 읽는데 방해가 됩니다. 책은 집중을 요구하는 도구이기도 하죠



그러다 인터넷이 발명되었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인터넷이 가져온 인간의 가장 큰 변화는  지식의 단편화와 집중력 저하를 가져왔습니다.
예전에는 하나의 일을 할때는 하나의 일에 집중했습니다. 동시에 두개를 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도스시절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게임이면 게임 아래아 한글이면 한글, 이미지보기면 보기등  한가지 일만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윈도우95 이후에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쏙 음악을 들으면서 문서작성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채팅을 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인터넷이 접목되니 정보의 홍수시대가 되었습니다.  정보가 넘치고 넘치니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합니다.
그 넘치는 정보를 다 소화할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시간을 정복하지 못한 인간은 한정된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합니다.
그런 생각 안드세요? 예전보다 인터넷과 PC가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더 바빠졌다는 것을요?  그냥 넘겨도 몰라도 되는 정보도 알게 되어 그 정보에 반응하는 자신의 모습,  전 그런 모습을  요즘 좀 느낍니다.

초창기 인터넷의 정보는 좀 심도가 있었습니다. 좀 깊었죠. 90년대 후반만 해도 정보의 양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하나의 정보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엄청난 정보들이 쏟아지는데  이 정보가 조금이라도 길면  스크롤로 내려버립니다.  간편하고 파편화된 정보들만이 더 가치있는 시대가 되었죠.   

그래서 핵심만 콕 찝어 준 글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저 같이 주저리주저리 길을 길게 쓰는 스타일은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정보를 탐닉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이런 스마트폰이 몰고온  가장 큰 삶의 변화 혹은  사라지는 인간의 능력 하나는 관찰력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사안과 사물을  1분이상 들여다 보지 않습니다.  버스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상념에 젖는 시간이 줄어 들고 있습니다.
덜컹 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자신을 돌아 보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마하로 달리는 세상에서는 결코 발밑의 야생화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거대하고 커다란 사물들만이 그 마하로 달리는 세상속에서도 잘 보이죠

도보여행이 인기가 있습니다. 왜 인기가 있을까요?
자동차 타고 둘러보던 제주도보다는  제주도를 한땀 한땀 걸으면서 느끼는 제주는 분명 다릅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큰 나무와 바다는 많이 볼 수 있겠지만 발밑에 스치는 들꽃들과 일렁이는 바람소리,  숲에서 부는 바람, 
말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죠
조금이라도 모르는게 있으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으로 지식을 찾습니다. 디지털 조급증에 걸려서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구하고 이리저리 방법을 연구하기 보다는 인터넷에 쉬운 방법을 찾아 해결합니다. 이게 분명 시간단축과 잇점이 많긴 합니다만  자신의 지식으로  이식시키긴 힘듭니다. 직접 이런 저런 방법끝에 얻은 해결책은 평생을 갈 수 있지만  인터넷에서 구한 지식은 그 휘발성이 큽니다.  똑같은 문제를 겪게 되면 다시 지식검색을 하게 되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많이 느낍니다. 그 이유는 자신이 들고 있는 IT기기들의 숫자에 정비례합니다. 
딸이 놀아달라고 해도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술자리에서도 스마트폰으로 트윗을 하고 페이스북을 합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 이라는 말로 찰나의 예술인 사진을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그의 사진에는 과거 현재 미래등 시간을 압축해 놓은 사진들이 많습니다.  우리 모두는 카메라를 들면 결정적 순간을 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은  수시간을 투자해야 찍을 까 말까 합니다.  난사하듯  카메라에 모터드라이브를 달고 연사성능을 자랑한다고 결정적 순간이 얻어걸리지 않습니다.  한 자리에서  지긋히 수시간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주변 모든 것을 관찰하고  언제 결정적인 순간이 오겠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10분전에 도착한 사람이 그 현장의 분위기도 파악하지도 못한채 결코 결정적 순간을 느끼지도 담아내지도 못합니다.

관찰력은 시간을 요구합니다.  봄 햇살에 눈이 녹는 모습을 관찰하듯 지긋히 한 사물 혹은 사람을 관찰해 보십시요. 그럼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관찰력과 관찰력이 만나면 통찰력이 되어  마음속에 저 하늘에서 세상을 멀리서 볼 수 있는  우주선이 하나 생길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문제가 아닙니다. 스마트폰은 하나의 기기일 뿐이죠. 그걸 이용하는 우리가 스마트폰에 삶을 종속시키느냐 주체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관찰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 가졌다고 삶이 스마트 해지는게 아닙니다. 스마트하게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스마트한 삶을 사는 것이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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